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노조 투쟁에 대한 소고

7월 한달 동안 전국을 강타한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노조의 파업투쟁이 지난 22일 노사합의로 일단락이 되었다.

이번 합의가 불상사 없이 타결돼 다행이긴 하나 합의 결과에 대한 아쉬움 또한 결코 적지가 않다.

그러나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일어서지도 몸을 비틀지도 못할 0.3평 철재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야 했을까?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실태가 어떠하길래 그런 극단적인 투쟁을 감행해야만 했을까?

이글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들여다보고 향후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어떤 회사인가?

지난 23일 전국에서 집결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거제 대우조선 파업을 지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찬호
지난 23일 전국에서 집결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거제 대우조선 파업을 지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찬호

대우조선해양은 각종 상선(LNG운반선, LPG운반선, VLCC, 컨테이너 운반선 등)과 해양플랜트(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등) 설비, 특수선(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선해양의 전문기업이다.

대한조선공사는 1973년 거제 장승포에 조선소를 짓기 시작했으나 1차 오일쇼크로 인해 김우중 대우그룹에게 매각한다.

1981년 옥포조선소가 만들어지고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되었으나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분식회계 등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이때 대우조선해양으로 분리·독립되었고 또다시 분식회계 공금횡령 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 공적자본이 투입되었으며 현재는 산업은행이 55.6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 노동자투쟁과 이석규열사

1987년 6월 항쟁에 이어 7·8·9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졌고 대우조선에도 1987년 8월에 노동조합이 결성된다.

노동조합 결성은 몇 차례 탄압과 해고 사태를 겪은 이후였다.

노동조합은 임금인상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고 회사 측은 집행부를 어용화시키는 등 차일피일 시간 끌기와 공권력을 투입으로 응수했다.

열지어 행진하던 노조원들에게 최루탄이 날아들었고 이때 이석규열사가 최루탄 파편이 폐에 박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석규 열사 장례투쟁과 경찰의 시신 탈취는 당시 전국 노동운동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도화선이 된다.

이후에도 대우조선에 민주노조 사수와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이상모, 박진석, 박삼훈, 최대림 노동열사들이 노동재단에 바쳐진다.

5명 열사들의 죽음과 피의 항쟁을 통해 대우조선 민주노조가 일궈진 것이다.

그러나 대우그룹 해체와 워크아웃 구조조정에 밀려 노동조합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고 조선소 비정규직 문제 등에 속수무책이었다.

또한 여타 금속연맹 산하 노조들이 산업별노조로 전환을 할 때, 기업별 노조로 남아있다가 2018년에야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대우조선 고용현황과 비정규직 노동조합

ⓒ정찬호
ⓒ정찬호

대우조선해양과 거제시 자료(2022년 5월말 기준)에 따르면 대우조선소에는 협력사 포함 2만 명의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고 이 중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8,300여명, 협력업체 소속은 11,700명 정도다.

이를 근거로 협력업체 소속까지 포함한 대우조선해양의 비정규직 비율은 58%가 넘는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우조선해양만이 아니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등 여타 조선소들 또한 유사한 고용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대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지만 이번 투쟁을 주도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 소속 노조원은 600명이며 이번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150명이다.

비정규직 규모에 비해 노조원이 매우 적은 편이다.

100개가 넘는 업체에 본공, 일당, 촉탁직, 물량팀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돼 있어서 소속이 달라 뭉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에 가입하면 관리자들의 폭언·폭행에 각종 불이익등 노조탄압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

대우조선해양은 4년 분식회계 등의 부실로 인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갔고 임금이 30%나 삭감된다.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기도 하는 등 구조조정을 핑계로 한 임금 하락은 상상을 초월했다. 힘

든 조선소 노동은 고작 최저임금이었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잔업 특근을 밥 먹듯이 해야만 했다.

17년차 가장이 이렇게 해서 받은 월급이 실수령액 230만이다. 그래서 이들은 요구했다.

임금을 30% 인상하라고... 경영위기를 내세워 삭감당했던 것을 원상회복해달라고 한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였을 뿐이다.

또한 노조는 집단교섭을 요구했다.

100여개 협력업체들이 제각각이어서 노사합의를 해도 타 업체들이 반발해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집단교섭을 줄기차게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이번에는 집단 합의를 이뤄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어용세력들의 준동

ⓒ정찬호
ⓒ정찬호

비정규직노조가 조선소내에서 거점 농성을 시작하자 관리자 중심의 어용세력들은 농성장을 파괴하고 물리적 충돌을 일삼았다.

또한 금속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고 나서자, 금속노조 탈퇴 총회를 소집했다.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에 대한 전국적인 연대가 확산되는 등 투쟁이 그야말로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찬물도 이런 찬물이 없었다.

그러나 금속노조와 정규직집행부 그리고 현장 조직들은 부당함을 알려내고 부결운동을 펼쳤고 결국 1차개표의 찬성율이 과반수 이하인 상태에서 부정투표 시비로 개표가 중단되기에 이른다.

향후 어용세력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규직 복수노조를 기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규직 노조가 또 다른 풍랑을 만나고 있지만 힘의 분산과 구조조정 시 자신들을 보호할 조직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어용세력의 복수노조 등장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불법이라는 대통령과 여당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입장이었다.

불법파업이라며 공권력 투입하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그러나 누가 불법인지 따져보자.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에는 근로자 파견을 할 수 없다’고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명시되어있다.

조선소 협력업체 대다수가 이 파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법행위에 법과 원칙에 맞게 대응했더라면 과연 조선소에 비정규직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도크점거파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협력업체들이 원청으로부터 인건비까지 다 챙기고 폐업후 월급을 떼먹는 이 악덕사업주들에게는 왜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가?

의무가입인 사회보험료도 내지 않고 떼먹은 협력업체들은 왜 또 그대로 두는가?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불이익하게 변경하고 일방적으로 상여금을 삭감하는데, 왜 법과 원칙은 없는가?

노조 가입자를 폭행하고 평소 하던 용접일과는 전혀 무관한 청소업무를 지시하는데 왜 이 사업주는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가?

자본가들의 만연한 불법행위는 보호되고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은 불법이되어야 하는가?

공정, 법, 정의, 원칙 지나는 개가 웃을 일이다.
 

■파업으로 8천억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정찬호
ⓒ정찬호

노동자에게 파업은 노동력 제공을 멈춰 생산과 이윤에 타격을 가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파업이 길어지면 손실액도 그만큼 커지게 되며 파업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고 완강할수록 손실을 줄이려는 자본의 양보를 받아내기 쉬워진다.

반면 파업대오가 흐트러지고 복귀자가 발생하면 파업의 효과는 줄어들게 되고 자본의 양보 또한 제한된다.

이번 파업에서 대우조선해양측은 손실액이 7~8천억이다고 발표했고 언론은 이것을 그대로 옮겨썼다.

그러나 조선업 금융전문가들 중심으로 이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파업으로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배 한 척 건조하는 기간이 1~2년 씩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연장근무나 특근을 통해 충분히 납기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배가 납기에 맞춰 건조되면 손실이란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손실이 많아야 회사측 주장의 1/10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런 내용들은 일절 거론하지 않은 체,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하루 적자 얼마라는 식으로 파업대오를 흔들며 위기의식을 조장해왔다.

■성과와 남은 과제

이번 투쟁이 새로운 시작일 뿐,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들 한다.

손해배상문제나 검경의 기소유무 그리고 합의사항 이행 등 여전히 화근 덩어리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으로 전국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점은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라 할 것이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조선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이 빨라지길 희망해본다.

그러나 58%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율이 1%대에 머물고 있는 점은 가장 뼈아픈 과제다.

소수 정예부대로 이번 투쟁을 전개한 것은 맞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현실이 향후 벌어질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노동조합의 힘은 쪽수에 있고 쪽수로부터 나온다.

노동조합에 과반수가 가입해있었더라면, 아니 30%만이라도 가입해 함께 투쟁했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노조 조직화!' 열번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프지 않고 성장할 수 없듯이, 노동조합 역시 숱한 난관을 부딪치며 앞으로 전진한다.

전국 모든 조선소에 휘날릴 노동조합의 붉은 깃발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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