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윤석열 정부는 규제혁신을 빌미로 수도권규제완화를 추진해서는 결코 안 된다!

- 규제혁신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망국병인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여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노력하여야하며, 이를 위해
규제혁신전략회의와 산하 조직에 비수도권의 지자체장,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을
50%이상 반드시 참여시켜야

 

윤석열 정부는 6월 14일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피규제자 중심의 규제심판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였다.

이는 앞선 6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양성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교육부를 질타한 이후 나온 것으로 교육 분야 뿐만 아니라 여타 다양한 분야에서의 규제완화를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초기 규제개혁(철폐) 정책은 역대 정부마다 반복되어왔던 이슈이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특히 규제개혁과 관련한 수도권규제완화는 매 정부마다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들고 나왔던 ‘단골소재’이다.

그러나 수도권규제완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는 단기간의 효과로 그쳤고 오히려 집적 불경제효과만을 초래하며 수도권초집중과 지방소멸만을 더욱 가속시켜 왔을 뿐이다.

따라서 수도권규제완화라는 카드로는 더 이상 경제활성화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중장기적 차원에서 투자대비 효과가 큰 비수도권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국가 및 지역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한다.

아울러 ‘선(先)지방육성, 후(後)수도권규제합리화’라는 국정운영의 원칙과 방향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우리사회 전 분야에서 강력히 통합적 균형발전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수도권초집중과 지방소멸의 망국병을 치유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들고나온 규제혁신 정책은 역대 정부의 실효성 없는 규제완화정책의 재탕이며 그 결과는 또 다시 수도권초집중과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친시장·친기업주의적 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긍정적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에서 활로를 확보하고 시장 및 기업을 활성화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사안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시장주의적 접근은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규제완화정책이 양날의 칼임을 인식하고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며, 그때야 비로소 그 정책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이번 반도체 인력양성 규제완화와 같은 일방적인 정책발표는 전인교육을 목표로 해야 할 고등교육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천박한 교육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교육계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민의 거센 비판과 반발을 가져오고 있다.

또한 반도체 관련학과 증원이 촉발시킨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은 결국 수도권 거주민과 비수도권 거주민과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며, 이는 자칫 지방의 사회·경제·문화적 기반을 붕괴시켜 지방소멸을 촉진시키는 결과 또한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5일 국토연구원에서 나온 분석서에 의하면, 2021년 행정안전부 지정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인구유출 주요인은 청년층의 순유출이었으며, 이는 이들 지역에서 청년층 유출이 ‘고착화된 문제’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감소에 있어 청년층의 유출이 ‘핵심 고리’임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개설 및 반도체 산업 지형이 이미 수도권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고, 반도체 관련 산업 전반이 이미 수도권으로‘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생각하면, 반도체 학과 증원이 가져올 지방의 청년층 유출과 수도권으로의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수도권규제완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적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지방의 희생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서울 및 수도권 중심적 시각에서 나온 근시안적이며 편협한 사고일 뿐이다.

또한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규제완화 정책이 우려스러운 점은, 그것이 ‘혁신’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의 수도권규제가 혁파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혁신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줄기차게 수도권규제완화 반대를 주장해온 비수도권과의 대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국민통합 및 지방시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종류의 규제완화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국민통합과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수도권규제완화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코 관철되어서는 안 되며,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만 한다.

또한 추진하려는 규제완화의 과정에 있어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만큼 공론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이를 통한 법개정 등의 정책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는 규제완화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민주적 절차에 다름 아니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혁신’을 가장하여 독선과 일방적인 방식으로 수도권규제완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하고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크게 위협하는 것으로 비수도권의 강력한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특히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과 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공동의 이슈에 대해서는 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국민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여 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은 단순히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몇몇 대학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 인구유출을 가속화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며, 이는 지역경제 기반을 붕괴시켜 결국에는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여 향후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규제혁신을 빌미로 수도권규제완화를 결코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엄중히 강조하면서 ‘규제혁신전략회의’와 산하 조직에 비수도권의 지자체장, 전문가,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을 50% 이상 참여시켜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을 조속히 해결해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해 나가는 규제혁신이 되도록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년 6월 15일

국가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호남·영남·충청 시민사회단체
균형발전국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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