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와 가상의 개체를 통해 평소에 의문을 가졌던 것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여수에서 살았던 그는 바다 풍경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바닷가에 깔려 있는 돌들을 보면서 돌들이 각각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것들이 인간을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는 돌에 눈을 그려 넣으면서, 하나의 살아있는 개체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돌과 같은 형태들을 직접 시멘트와 스티로폼을 이용해 만들고, 눈동자를 페인팅한 뒤, 그 위에 유리알을 덮어,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사람을 따라오면서 쳐다보는 듯한 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들을 ‘비정형적 개체’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비정형적 개체’들은 그의 영상작업이나 설치작업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변화하는 물질에 대한 탐구

김은경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김은경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그의 관심은 ‘돌’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물질’이다. 바닷가에서 오랜 시간 침식되며 형태가 변화하는 돌에게서 그는 인간의 모습이 연상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업이 바로 <조각들>(2019)이라는 영상작품이다.

이는 그가 처음 영상작업을 시도한 작업인데, 여기에 그가 ‘비정형적 개체’라고 명명한 돌이 등장한다.

이 돌은 외부의 충격을 받고 자신을 다듬으며 점점 크기가 작아지게 되고, 다시 커지려고 노력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조각들을 찾을 수 없음에 대한 무력감을 담고 있다.

마치 사회에 갓 나와서 그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상황 자체를 연출하는데 관심이 있는 그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앞 뒤 이미지를 연결해 영상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파편의 이미지들을 연결시키는 스톱모션 기법에 눈을 돌리게 됐다.

자신이 만들어낸 ‘돌’로 각각의 상황을 연출해서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드는데 초당 8~10 프레임의 이미지가 사용된다. 완성된 영상은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과의 관계

또 다른 영상작업 <A and B>(2020)에서는 최근의 화두인 기후위기의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A와 B가 등장한다.

영상에는 자막으로 A와 B의 대화가 이어진다.

서로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충돌을 보여준다.

작품과 함께 덧붙여진 작가가 직접 쓴 단편소설은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관 안에서 여러 서사를 만들어낸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설치작업 <A or B>(2021)는 서울의 이끼타워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투명한 미니타워에 층층이 이끼를 넣고, 그 안에 모터를 달아 일정 간격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도록 제작됐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자연의 회복이 정말로 가능할까?’를 질문하며, 잠깐의 스포트라이트를 위해 희생된 자연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는 영상, 설치작업 뿐만 아니라 평면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의 모든 작업에 하나의 세계관이 있고 그 안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는 중이다.

평면 작업은 파노라마처럼 길게 펼쳐지는데, 세계관을 만들어서 작품에 접목시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의도했다.

<Sit on the fence>(2021)는 환경주의자 관점과 그 반대의 관점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담고 있다.

김은경 작가 작품. ⓒ광주아트가이드
김은경 작가 작품. ⓒ광주아트가이드

그의 그림 가운데를 기점으로 왼쪽으로 스토리가 서술되고, 또 오른쪽으로 스토리가 서술된다.

또한 그의 작업 안에는 반인반조 혹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개체들이 등장하는데 환상 속의 존재들, 융합된 형태들, 부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카테고리가 연결되며 이야기가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매체와 재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일이다.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들을 매체나 재료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 위함이다.

앞으로 그의 작업에서 펼쳐질 다양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1호(2022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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