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추모식 추모기도문
 

거 사바세계 남섬부주 동양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1주기 추모식 결계도량.

금일 사고 희생자 가족등 추모식 동참 천혼 발원재자등이 청하옵는 희생자 영가시여,

추모재자등은 지극한 마음으로 단을 마련하여 청정한 향을 사루고 향기로운 꽃을 올려 청하오니 재자들의 정성 살피시어 이 자리 오시오소서

슬픕니다.

ⓒ예제하
광주 관음사 소운 주지스님이 9일 학동참사 1주기 추모제에서 추모기도문을 낭송하며 희생자 넋을 위로하고 있다. ⓒ예제하

무등산은 색을 잃고 산새들도 울음을 토해냅니다.

빛고을광주는 어머니무등산의 품안에 선량한 사람들이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사는 고을

멋과 풍류가 흐르는 고장

때론 불의에 몸을 던져 항거했던 의로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

굽이굽이 금빛 물결 흐르는 광주천은 서쪽으로 극락강과 만나고

광주는 고통을 여읜 환희로운 이상향 극락세계의 문전입니다.

아 그러나 슬픕니다.

문명의 비극은 어찌 곧고 착한 우리 광주사람들에게 닥칩니까?

역사의 고비마다 자기희생으로 빛을 밝히었던 광주에 또 이런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욕망과 무지로 지혜와 자비를 잃어버린 문명,

이기와 편의를 위해 치달려온 사람들은 멈춤과 돌아봄을 잊어버렸습니다.

속도와 성과를 위해 방향과 절차를 무시하였고

마침내 물질은 정신을 압도하고 이기는 생명을 져버렸습니다.

어느쯤에야 안전과 신뢰의 세상을 만날 것이며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서야

전도된 세상을 생명 존중의 세상으로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생명존중의 가치속에 문명은 다시 세워져야 함을 깨우쳐야합니다.

안전과 신뢰,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생명존중의 광주를 만들것을 약속해야합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 이와 같은 비극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고,

생각과 의식을 바꾸고 생활 양식과 태도을 바꾸어 나아갈 것을 약속해야합니다.

참사 희생자 고혼 영가들이시여!

세상인연 다하여 몸을 잃으니

번개 같은 인생 한판 꿈이라

아득하다 삼혼이여 어디로 가고

망망해라 칠백이여 멀리떠났네

희생자 고혼영가들이시여!

날벼락처럼 마주친 이 억울함과 애통함을

그 누구가 헤아릴수 있으오리까?

가지가지 말과 약속이 어찌 그 마음을 달랠 수 있으리이까?

비록 그러하나

여기에 한 구절이 있으니 들어 봄이 어떠하겠습니까?

태어남이라 한 조각 뜬 구름 일어남이요

돌아감이라 한 조각 뜬 구름 사라짐이라

뜬 구름 자체 실이 없음이요

나고 죽고 오고 감도 또한 그러함이라

그 가운데 홀로 항상 뚜렷한 물건이 있으니

맑고도 고요하여 생사(生死)를 따라가지 않도다.

알겠습니까?

만약 알아들으면 단번에 생사를 벗어버리고 안락의 땅, 본 고향에 이르려니와

만약 그러하지 못하다면 또 들어보시라

사대가 흩어짐은 꿈속 같고

기쁨도 슬픔도 본래로 텅 빈 것이라

생사없는 고요한 자리 알려하는가

서산에 해가 지고 동산에 달이 뜨도다.

참사희생자 애혼고혼 영가시여

불이타고 바람불어 천지가 무너집니다

비록 그러하나 흰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 늘 있거니

단번에 금성철벽을 부숴버리고

다만 불전칠보산을 향하옵소서

나무 환희장마니보적불!

나무 원만장보살마하살!

나무 회향장보살마하살!

2022년 6월 9일

학동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식 소 운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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