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수괴, 5·18사형수, 5·18심장이 멈춰버렸습니다"

추모사 [전문]

삼가 정동년 선생 영전에 올립니다.

2022.5.18. 망월동 국립묘지에 검찰공화국 깃발이 나부끼고 부활제를 기다려

5·18수괴, 5·18사형수, 5·18심장이 멈춰버렸습니다.

곁에서 희미하게 타오르던 촛불도 멈추었습니다.

세상은 고요하고 5월영령들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고 정동년 5.18재단 이사장.
고 정동년 5.18재단 이사장.

진홍빛 장미 한 송이만 그날의 핏빛 분노가 되어 담벼락 위에서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강탈당한 혁명에 5월도, 진보운동도, 시민운동도, 민주당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는 뼈아픈 반성과 참회를 할 역사적 주체도 없습니다.

불 꺼진 촛불을 들고 차가운 밤바다를 표류하는 국민들만 접동새 되어 서럽습니다.

모진 삶에 비굴해진 우리의 심장 속에서는, 역사적 가치는 내동댕이 쳐지고 눈앞에 이익의 혈안이 되어 꾸깃꾸깃 찢어진 가솜 속에서는 5월의 맥박은 더 이상 뛸 수 없습니다.

크게 모으지 못하고 조각조각 갈라져 서로의 등에 비수를 꽂는 난쟁이들만 판치는 세상은 촛불이 더 이상 다시 타오를 수 없습니다.

미래 상상력으로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지 못하고 과거의 무용담이나 팔고 사는 돈키호테식 사고에는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당신은 5월의 명에와 멍에를 함께 짊어졌습니다.

명예는 숨겨두고 멍에만 지고 서울로 인천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녔습니다.

6월항쟁을 쫓아, 촛불혁명을 쫓아 골목골목을 누비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철부지 5월은 당신을 가끔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원망하지 않고 시골 한구석에서 땅을 파며 나무를 가꾸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당신의 무뚝뚝한 언어 속에는 항상 진솔함과 담백한 진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당신을 통해서 부활하고자 합니다.

5월의 부활 촛불의 부활

5월과 민주개혁 세력들을 조건 없이 다시 모으겠습니다.

5월영령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겠습니다.

촛불국민 앞에 참회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구시대의 잔재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새로운 나라를 준비하겠습니다.

자주적 통일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쟁과 패권, 독점으로 얼룩진 세계 질서를 바꾸고 더불어 살고 함께 부강하는 지구촌을 만들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대동세상과 광주 공동체를 구현하는 5·18 광주정신의 세계화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은 세계인의 가슴 속에 꽃으로 부활하소서!!

2022년 5월 마지막 날

김정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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