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주년 5.18민중항쟁 추모시

미필적 고의 광주 학살자 은닉 

- 박기복 시인 (영화 '낙화잔향' 감독)

전두환을 광주학살 명령자로 지목하는 순간 
광주항쟁을 사고파는 정치 장사는 끝난다.
그래서 마흔두 해를 맞는 5.18은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980년 5월 열흘간  
피의 장마가 된 광주의 넋들은
정치가들의 권력의 먹이가 되고 
돈이 되고 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광주학살 발포 명령자를 핀셋으로 뽑아내지 않은 채 
여당 야당은 줄기차게 죽음의 장사를 해왔다.
계절이 바뀌면
방송 언론은 5.18을 신상품처럼 포장해 진열대에 깔고
해가 바뀌면
신문 온갖 인터뷰는 5.18을 특종인 것처럼 떠벌이며
희롱해왔다.
전두환을 장독 뒤에 꼭꼭 숨겨 둔  
미필적 고의 은닉죄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가들은 흡혈의 빨대를 빨아왔다.
도리짓고땡 화투패 유흥을 즐겼다. 

그만 망월동 찾는 발길을 멈추라.
5월은 아직 탈상을 끝내지 못했다. 
승천하지 못한 영령의 혼(魂)은 
지상에 묻히지 못한 영령의 백(魄)은  
귀(鬼)가 되어 광주 하늘을 떠돈다. 
곱게 자란 무덤가 풀들을
그대들의 어수선한 발길로 더럽히지 마라,
그대들의 관광코스가 아니다.
광주학살 명령자를 무덤에서 파헤쳐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기 전까지
광주의 오월은 여전히 상중(喪中)이다.
 

광주광역시 운정동 옛 5.18망월묘역(현 민족민주열사묘역).  ⓒ예제하
광주광역시 운정동 옛 5.18망월묘역(현 민족민주열사묘역).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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