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주기 5·18민중항쟁,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제시해보는 우리의 미래

42년 전. 광주는 섬이었다.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공간과 폐쇄와 박제의 제약에 묶여버렸던 ‘그날 같은’ 오월이 다시 왔다.

장미꽃 붉게 피고 통곡이 하늘에 가 닿아도 그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던 그 시간이 돌아왔다.

굳게 닫힌 창 안에서 통곡하고, 얼굴이 짓이겨진 아들을 찾아 헤매던, 서러움과 분노의 시간. 어디를 가도 검은 하늘과 통곡이었던 기억의 시간.

시작과 끝을 함께했던 구 도청 앞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이 오고 간다.

이현남 5·18민중항쟁 42주기- 2022 오월미술제 총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이현남 5·18민중항쟁 42주기- 2022 오월미술제 총감독. ⓒ광주아트가이드

기억하지 못한다고, 도륙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존재했던 분명한 사건과 기록이 사라질 수는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다.

특히 미술운동은 시간은 가고 5·18민주화운동의 사실에 입각한 상상력의 재가동, 다시 말하면 전환의 조형과 미적 대응과 발산도 형식을 달리하는 시점이 되었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2022 오월미술제를 진행하고 있는 이현남 총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생이 많았겠다. 언제부터 준비했으며 전시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2021년 10월부터 기획을 시작했고 민미협 운영위와 지속적인 토론을 하며 주제를 잡았다.

전시명인 「전환」은 동시대를 그대로 담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여전히 싸움의 대상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5·18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신이 점점 소멸해간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시각이 달라졌으니 대응을 하는 차원도 ‘전환’이 여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예술가들의 모습과, MZ세대로 표상되는 청년 미술인들의 조형방법도 달라졌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구체적인 기획은 무엇이 있는가.

이번 2022 오월전은 기존의 오월전과 다른 점이 있다.

지속적으로 진행했던 아카이빙 보다는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주제인 만큼 기획전시 두 곳의 소주제 명을 노래에서 차용해 보았다.

전시1(은암미술관)의 ‘진실과 거짓 사이, 그대여’는 BTS 슈가의 518_062란 노래에서, 전시2(무등갤러리)의 ‘멈추지 말고 제 길을 가는 새들처럼’은 다시 떠나는 날이란 꽃다지의 노래에서 가져왔다.

쉽게 이해되며 관객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고자 하는 기획자의 의도가 담겼다.

참여 작가로는 이 지역의 민미협 회원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멀리 제주도 작가, 해외작가의 작품도 전시된다.

다양한 연대전시도 준비되어 있는데 11곳의 장소에서 각기 다른 조형언어로 5·18민주화운동을 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대동세상과 광주정신을 연대하는 전시장으로는 갤러리생각상자를 시작으로 북구문화센터, 비움박물관, 오월미술관, 전일빌딩245 5·18기념공간, 호랑가시아트폴리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등이 있다.

또한 오월미술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오월정신과 예술가의 상상력 그리고 우리의 미래’란 주제의 오월미술 포럼도 예정되어 있으며, 6명의 작가와 함께하는 릴레이 작가토크, 오월길 걷기와 시민참여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어셈블리ASSEMBLY 518도 부대 행사로 준비되어 있다.

▲2022 오월전의 특별한 점과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모두 특별한 존재로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생각만 해도 뿌듯한 4명의 청년 큐레이터 기획전시 「안녕하세요 80학번 000입니다」(양림미술관)이다.

MZ세대가 생각하고 알고 있는 5·18민주화운동을 그들의 방식대로 풀어냈다.

내 지난 스무살 무렵의 시각이 2022 전시명인 「전환」을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행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스무살의 청년과 감독 사이의 괴리감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고, 결핍의 부분도 발견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교육의 부재 부분과 지속적인 공부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번 전시 관람 포인트는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제시해보는 5·18의 미래’이다.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는 교과서 안의 5·18민주화운동이 아닌 과거에서부터 살아 움직여 현재도 꿈틀거리며 미래를 헤엄칠 5·18민주화운동을 기대한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50호(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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