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영의 작가탐방]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에 대하여- 조은솔 작가
[소나영의 작가탐방]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에 대하여- 조은솔 작가
  • 소나영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 승인 2022.05.01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은솔의 작업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들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의 관심은 관계의 양상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관계의 깊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어떤 관계에서의 소통의 부재는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과 삶 사이에서

조은솔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조은솔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마치 세수하기 전 물을 감싸쥐는 듯한 손을 그린 <감다>(2022)는 ‘세수하다’의 의미를 하나의 의식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른 부산물들을 진지하게 고찰하고자 한 작품이다.

물을 떠서 세수를 하는 순간 우리는 눈을 감고, 씻어냄으로써 어제의 나를 죽이고 오늘의 나를 탄생시킨다.

그에게 있어 ‘세수’는 과거의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를 탄생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이 걸린 자리 밑에는 돌멩이들이 무덤처럼 쌓여있다.

그는 과거에 하나씩 죽여버린 무수한 자기 자신들, 그것이 과연 여전히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또 다른 최근작 <will>(2022)에서 작품 제목 will은 ‘미래의 의지’와 ‘유서’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삶이란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죽이고 또 다른 나를 살려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삶을 다하고 죽기 전에 남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서’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인정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살고 싶다는 의지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하는 의문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하나로 덩어리진 여러 개의 손 동작은 ‘save me!’라는 의미의 수화를 담고 있다.

삶을 돌아본다면, 죽음과 삶 사이 반복되는 수많은 관계들의 연속에서 그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를 묻는 듯하다.

■무형의 관계들에 대한 형상화

그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나와 나의 관계에서부터 출발하여 나와 타자, 나아가 나와 수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환경들, 공간, 흘러가는 시간 등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교감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작업들은 각각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모두 이러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 형태를 파악하는 일종의 ‘관계 알고리즘’을 보여주고 있는 회전기구 작업이라든지, 두 명의 사람이 서로 실놀이를 하면서 관계가 풀어져서 해체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 역시 보이지 않는 관계의 양상들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그의 작품이 수많은 상징과 알레고리로 이루어져 있어서인지 그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메시지를 읽게 하기 위한 장치들을 곳곳에 숨겨둔다.

관객이 수수께끼를 풀 듯 저마다 다양하게 해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회화 작업과 설치,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를 함께 구성하기도 하고, 관객을 그림 속에 개입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물 가면을 쓴 인간들이 빈 그릇이 놓인 디너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장면이 담긴 페인팅 작품 <The Dinner> 앞에 실제 테이블과 의자, 빈 그릇을 놓은 설치 작품 <The Square>이 있다.
 

조은솔- Will. 130.3×97cm Acrylic on canvas 2022. ⓒ광주아트가이드
조은솔- Will. 130.3×97cm Acrylic on canvas 2022. ⓒ광주아트가이드

이 설치 작품의 일부인 의자에 관객이 실제로 앉아서 그 어색한 분위기에 개입하게 만듦으로써 관계의 공허함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각각 존재하지만, 또 하나의 조합으로서 또 다른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단순해 보이지만, 얼마나 수많은 관계와 얽혀있고, 복잡 미묘한가를 묻는다.

또한 자신만의 간소화되고 축약된 화법으로 질문하며, 의도한 바를 바로 보여주지 않고 그 의미를 파고들게 만든다.

이 이야기가 정리되었다는 것은 이 작업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여전히 계속 작업을 통해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50호(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