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시인. 前 조선대교수, 5.18기념재단 이사장)

 

진달래꽃이 지면 오동나무에 오동꽃이 피는 4월
산민 한승헌 변호사님은 저 먼 길을 가고계십니다
지상의 법전을 내려놓으시고 하늘의 법전을 들고
여기 반쪽이 된 나라에서 하느님 나라로 가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88년 인생과 삶을 내려놓으시고

예, 우리들이 사랑하고 사랑한 이 땅을 떠나십니다
“사람이 하늘이다! 백성이 하늘이다!” 외치고 외친
“새야 새야 파랑새야”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고향
어머님의 물레소리 들으며 자란 전라북도 진안고을
푸른 산이 솟으면 푸른 강이 생겨 흐르는 고향에서

바람과 나무의 책을 읽고 물의 책을 읽던 심성으로
법학과 정치학보다 사람을 먼저 섬긴 한승헌 변호사
몸무게는 55kg이었으되 녹두콩 녹두알 그 단단함으로
피어린 역사의 부름과 가시밭길 비켜서지 않았습니다
기나긴 어둠의 세월 불의에 고개 숙이지 않았습니다

아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었던
아흐,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독재시절 법정에서
아흐, 서슬도 시퍼런 총칼이 들어와 있는 군사법정에서
“아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대의 생각이 틀렸다!”고
분단법정에서 말한 사람은 산민 한승헌 변호사였습니다

소설가를 빨갱이로 몰고 해외동포예술가를 간첩으로 몰고
젊은 학생들에게 재갈 물리고 ’푸른혼’들을 선고 한번으로
사형에 처하고 대통령후보를 내란음모죄로 뒤집어씌우고
통일운동하는 신부와 목사와 스님들을 철창 속에 가두고
노동자농민이 생존권을 주장하면 국가반란죄로 묶어버리던

일당독재시절에 군부독재시절에 산민 한승헌 변호사님은
두 손에 쇠고랑을 찬 시인들을 위하여 교사들을 위하여
대학에서 쫓겨난 교수들을 위해 변호와 변론을 목숨처럼
온몸으로 실천했습니다 역사와 운명을 같이해왔습니다
억울한 사람들을 항상 사랑하고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숨쉬는 사람몸이 정의이기에 숨쉬는 사람몸이 평화이기에
숨쉬는사람몸이 자유와 평등과 박애이며 민주주의이기에
숨쉬는 사람몸이 헌법이기에 숨쉬는 사람몸이 법률이기에
하늘과 바다와 땅이 담겨서 출렁이는 사람몸이 법전이기에
사람몸이 만물의 중심이요 진선미의 바탕이요 척도이기에

님은 분단 77년의 세월, '분단시대의 법정’에서 오 불이(不二),
두 쪽으로 깨뜨릴 수 없는 ’정의의 빛나는 금강석’이었습니다!
이 땅 한반도 모든 불행과 불법과 무지함은 ’분단’에서 왔다고
그리하여 님은 자유와 평화와 사람의 법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강한, 아름다운 변호사였습니다

아 하늘에 가실 때까지 70년을 넘어선 분단시대의 법정에서
버리지 않고 빼앗기지 않고 지켜낸 ’살림의 법’ 로고스Logos!
사랑과 자비와 동서남북’ 하나’가 되는 불이(不二)의 몸속에서
태어날 ’통일헌법’을 꿈꾸면서 님이여 우리강산 고운 님이여!
편히 가소서 지상의 법전을 내려놓으시고 하늘의 법전을 들고

정든 산 정든 마을 고향을 찾아가듯이 꽃상여를 타고 가소서
진달래꽃이 지면 오동나무에 오동꽃이 피는 이 눈부신 4월에
하느님께서 주신 88년 인생과 삶을 비단옷처럼 내려놓으시고
님이여 산민 한승헌 변호사님! 첫사랑처럼 잊지 못할 님이여!
서울 한강을 건너 호남천리를 달려 광주에서 하늘 오르소서!!

한승헌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편히 쉬소서 영원, 평화하소서!


2022.4.24.

손 모아 합장合掌!!

 

고 한승헌 변호사. ⓒ김준태
고 산민 한승헌 변호사. ⓒ김준태




















 

ⓒ예제하
ⓒ예제하






























 

한승헌 변호사 변론사건변론(전 8권). ⓒ김준태
'한승헌변호사변론사건실록'(전 8권). ⓒ김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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