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연재(2)- 누구나 경제시장?

광주광역시장에 출마하는 주요 리더 모두가 ‘경제시장’이 되겠다고 내세운다.

경제가 표심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먹고 사는 문제는 대중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경제 대통령은 대선 후보들의 단골 슬로건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모두 경제 대통령을 자처했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경제시장, 경제 도지사 슬로건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런데 경제가 그렇게 쉬울까?

선거라서 그렇게 슬로건과 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실제로 경제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경제자치단체장으로 성공한 사례를 특별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들이 경제를 잘 알 것 같아 자치단체장인 된 경우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몇 곳이 있었는데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한 경제 자치단체는 적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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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영역 중 부분적으로 성공한사례는 있었다.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나 군산의 지역 상품 사례, 광주 광산구의 지역경제 거버넌스 사례.

그리고 서울 성북구의 사회적경제 사례, 경남도의 광역경제협력권 특별자치 단체화 사례.

경기도의 지역화폐 사례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사례를 만든 지역 중 일부다.

광주도 상생형 일자리 창출 사례로 거론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 스즈끼 도쿄도지사의 경우 행정 내부 개혁을 통해 도 재정 건전화, 영국 로지 리드베티 수석집행관의 낙후된 폐광지역 웨일즈 해외자본 유치 성공사례.

그리고 미국 인디애나 주 콜럼버스 시의 로버트 슈트어트 시장도 인구 3만 4000명의 소도시를 산업도시로 변모시킨 사례. 

프랑스 불로뉴 비앙쿠르 시의 조르주 고즈 시장은 파리 서쪽의 인구 10만의 낙후된 소도시 불로뉴 비앙쿠르 시를 쾌적하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도시로 바꿔놓은 시장사례 등이 과거 성공사례 등으로 알려진 바 있다.

내가 방문했던 지역으로 일본 오이타현 유후인 마을의 혁신가인 초대 정장 이와오 히테카즈씨, 경제공황을 락포드 지역경제발전위원회로 극복한 맥나라마 시장, 자치단체장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프랑스 소피앙티폴리스 혁신클러스터를 성공시킨 피에르 라피테 상원의원 등이 생각난다.

종합적으로 경제 지도자로서 성공한 리더는 세계적 차원에서 흑묘백묘론으로 경제특구를 성공시킨 중국의 등소평 주석.

아일랜드의 경제공황을 노사정 국민 대타협으로 극복한 찰스 호이총리, 한국의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 정도가 기억된다.
 

고용과 성장 없는 일자리 경제시장

광주글로벌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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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경제는 시장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정부, 지자체에서 만드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중앙정부는 금융 통화 재정 산업 정책 등 여러 가지 경제에 영향을 줄 수단들을 그나마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재정 분권이 덜 된 지자체는 경제정책 수단을 별로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수준에서 경제 자치단체장이 되겠다는 것 자체가 허무맹랑한 구호일 가능성이 크다.

먼저 ‘일자리 경제시장’을 자처했던 이용섭 예비후보의 경제 운영을 한번 들여다보자.

이 후보는 무역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로 재경직 공무원으로 시작해 관세청장 국세청장을 거쳐 행정 건교 장관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는 비상 경제 단장,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기에 경제 관록으로 차별화 차원에서 일자리 경제시장을 크게 내걸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자리 경제시장’이라 부를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취임 초 임기 4년 동안 일자리 10만개를 만들어 2017년 63.8%의 고용률을 68%로 끌어 올리겠다고 대대적 홍보를 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광주시의 고용률은 57.8%다.

목표보다 10%나 낮은 수준이니 고용률만 보면 최악의 경제 운영을 한 셈이다.

대선 시기 광주복합쇼핑몰 문제가 불거져 광주 GRDP 꼴찌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꼴찌는 아니지만 1인당 GRDP 27,994천원으로 전국평균 37,389천원 보다 하위로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 수준이었으니 광주시의 경제력 성장이 미약한 것은 사실이다.

이 후보는 이런 결과에 분명한 답이나 냉정한 평가에 기초한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GGM 성과와 광주 AI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제2 광주형 일자리와 AI를 민선 8기 과제로 내세운다.
 

■광주형 일자리, 광주 AI도 이용섭 시장 이전에 기획 추진사업

ⓒ광주글로벌모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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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광주형 일자리는 이 후보의 구상이나 정책이라기보다 이전 윤장현 시장 때 만들어진 구상과 정책이었고, 문재인 정부가 이를 뒷받침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청와대에서도 주로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거의 다 했고, 광주시에서는 차라리 박병규 전 기아차 노조위원장(현 민주당 광주광산구청장 예비후보)의 노력이 컸다.

이 후보도 시장 시절 GGM 법인체 구성과 현대와 협상 등에서 행정적으로 여러 가지 뒷받침은 했지만, 공과를 굳이 평가하자면 이 후보의 온전한 경제 성과라고는 할 수 없다.

광주 AI 산업 육성은 이 후보 취임 이전 2017년부터 지스트와 광주시에서 4차산업혁명 대비 인공지능산업 육성계획이 마련되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약이 되고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추진되게 된 것이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도 한 몫했다.

이 후보가 기여한 것은 정부에서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각 지역의 주요 안을 받을 때 광주 AI로 예타 면제사업을 신청해 국가 AI산업이 선정되게 만든 것이었다.

이후 광주 AI 집적단지 조성과 기업유치, AI 연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인프라 조성 등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실정으로 일자리나 매출 등 직접적인 실적이 나오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리고 광주 AI가 무조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인 경쟁이 치열하고 현실에서는 이미 판교밸리 등 수도권에 AI 기업이 광주에 비교해 훨씬 선진적이고 집중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광주만의 AI 성장전략은 매우 불투명하다.

반면에 이 시장은 그간 지역 뿌리산업이나 전통산업 제조업 부문을 소홀하게 다루면서 비 첨단산업 분야에서 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AI나 GGM만 내세우며 기존 중소기업의 애로도 별로 듣지 않고 관심이 적고 첨단과 기존산업의 공동 발전 지원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시기 몰락하다시피 하며 심한 고통을 받았고 현재도 어려운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들의 경제난에 대해서도 뚜렷한 처방과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이렇게 보면 ‘경제시장’ 으로는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장 리더십의 특징은 어떤 창의적 구상과 적극적 경제행위의 실행보다는 통상의 진행되어 온 사업을 잘 관리하는 관리형 리더십에 가깝지, 경제시장 리더십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구상은 좋으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강기정 수석의 경제론

광주광역시청 전경.
광주광역시청 전경.

그렇다면 이 시장과 맞서는 유력한 후보로 강기정 예비후보는 어떤가.

강 후보도 광주신경제지도와 5개 신활력특구 등을 제시하며 ‘경제시장’ 슬로건을 내 걸고 있다.

강 후보는 공대 출신으로 학생운동, 청년운동 등 민주화운동을 거쳐 3선의 국회의원을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 등 경제보다는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이공계 출신으로 산업부문에 강한 관심을 두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지역 경제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라는 기본 인식을 하고 있다.

강 후보는 정책위 의장과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광주전남지역의 경제 현안과 정책에 깊게 관여해 왔는데 한전공대, 광주형 일자리, 광주인공지능산업, 2차전지와 반도체산업 육성, 군공항이전과 스마트시티 조성, 광주역 창업단지 조성 등의 정책적 뒷받침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광주시장 선거 때는 500만 호남 광역권 경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으나 당시 '이른 생각이다'며 공감이 적었는데 최근 문재인 정부를 거쳐오면서 부울경 광역경제권 등 전국의 광역경제권 재편이 급속히 추진되면서 강 후보의 주장이 맞지 않았나 하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강 후보의 경제정책은 강후보의 씽크탱크인 '큐브' 등 지역 산업경제 전문가와 중소상공인들로 구성된 경제 참모진들이 정책을 뒷받침해 상당히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강 후보는 현재 행정을 직접 해 보지 않은 터라 얼마나 실제적인 경제 리더십이 있느냐 평가하기 어렵다.

해 봐야 하지만 두 가지 엇갈리는 전망이 있다.

첫째는 경제계통 관록이 있는 이 후보도 못 하는 것을 경제 관록이 적은 강 후보가 잘 할 수 있냐는 비판적인 전망과 경제도 정무 감각이 있어야지 관료적 스타일보다는 강 후보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광주시에서는 과거 독선적인 리더십이 있었으나 박광태 전 시장이 재임 시절 주요 국책연구소 광주의 분원들을 대거 유치하고 광산업 금형산업 등 첨단과 뿌리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정치인 출신이지만 경제적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의 국내외 경제 성공사례를 창출한 국가 지도자나 자치단체 리더들을 봐도 직접 경제인 출신이거나 관료 출신이 아니라 정치인, 운동가, 과학자 출신 등이었다는 점에서 강 후보가 경제문제를 오히려 잘 해결할 수 있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거기다 강 후보가 중소기업이나 소상인들과의 유대감과 스킨십을 잘해 현역 시장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과 정치권에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인들이 오히려 강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 후보도 원래는 기업들이 기대를 많이 했었지만 실망감이 컸겠고 강 후보도 현재는 기대가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는 없다.

아직 행정 책임자를 안 해봐서 이 후보에 비해 냉정한 평가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당장 신뢰를 바로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장보고 리더십을 배워야

강기정(왼쪽),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
강기정(왼쪽),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

지금까지 광주시장으로 유력한 두 후보의 경제 관련 리더십에 대해 평을 해 보았다.

이제 과연 성공한 경제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정리해 보자.

흔히 경제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장보고 리더십을 든다.

<천년 전의 글로벌 CEO 해상왕 장보고>라는 책에서 장보고 리더십은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조공무역이 쇠퇴하고 민간무역이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동북아를 하나의 권역으로 인식하는 시대를 읽는 남다른 눈.

둘째, 상단이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지고 있고, 국가별 문화적 차이를 인정했으며, 청해진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해외에 아웃소싱하는 국제적 감각.

셋째, 군사력, 조선술, 항해술에서 준비를 갖추었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리드하는 완벽한 능력.

넷째, 신라 당 일본에 거주 신라인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성과 활용 능력.​

다섯째, 당시 세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 글로벌 가치를 알고 있는 능력.

경제시장으로서 광주시장이 되려면 이러한 장보고 리더십을 잘 수용해야 할 것이다.

예견력과 통찰력, 국제적 감각, 완벽한 능력, 네트워크 능력이 있어야 한다.
 

광주 경제시장이 되려면

특히 광주에서 경제시장이 되는 여건으로 나는 광주에서 활동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첫째가 경제주체들과의 소통능력이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지역의 노사민정을 하나의 테이블로 끌어내 지역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만들어 내는 아일랜드 총리형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둘째는 광주 미래 발전을 위한 창의적 구상과 융합적 발상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고 급격한 경쟁에서 이겨 나가려면 뭔가 창의적 융합적 리더십이 요청된다.

셋째는 과단성 있는 판단력과 결단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관료행정이나 우유부단한 리더십으로는 광주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가 없다.

경험에 비추어 정무적 판단 결단이 경제에 잘 결합하는 것이 광주의 특성에 더 효과적이다.

넷째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에 다양한 네트워크도 필요하고, 이를 통해 예산확보 등 정치적 능력이 발휘되고 지역내에서도 수많은 갈등들을 조정 대화 통합하는 정치력이 중요하다.

가령 복합쇼핑몰 설치와 골목상권 보호 사이의 이해 갈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로 유치능력이다. 광주는 기업, 자본, 인프라 등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일군의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선도기업 앵커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

광주시장 자신도 투자유치에 올인해야하며 유능한 투자유치전문가들도 있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지만 가장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경제리더십 필요

광주는 시민정신이 광주 정신으로 존재하고 정치적 욕구가 높다.

광주시장에게 요청하는 시민들의 요구도 강한 편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는 매우 답답하다.

광주형 경제시장 리더십은 가장 구체적인 현장의 민생문제를 실사구시적으로 해결하고, 함께 참여하는 협동과 플랫폼으로 극복해 가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경제시장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도전할 수는 있다. 도전해서 성공하는 길은 선택일 것이다.

새로운 감각의 경제시장이 등판할 때도 되었다.

다음 리더십 연재는 문화 리더십에 대해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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