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광주시. 전남도에 역사관 건립 촉구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 건립 공약 촉구 기자회견문 [전문]
 

“일본의 역사 날조 시도, 무릎만 치고 있으면 진실이 됩니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날조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통과된 검정 역사 교과서는 과거 군국주의 대외 팽창과정에서 자행한 조선인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한편, 우리 고유의 영토 ‘독도’는 ‘일본 땅’이며, 오히려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참으로 파렴치하고 노골적인 역사 세탁 시도이다.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는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가만히 앉아 무릎만 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대하지 않으면 10년, 50년, 100년 뒤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생존자 1,815명 ... ‘기억투쟁’ 서둘러야

4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회원들이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4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회원들이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강제동원 시민역사관 건립'을 광주시와 전남도에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 날조 시도가 터무니없는 짓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피해자들의 경험과 증언이다. 

그러나 당시의 참상과 역사적 사실을 증언해 줄 수 있는 피해자들은 속수무책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2,400명이었던 국외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1년 사이 585명이나 줄어, 올 1월 기준 전국에 1,815명밖에 생존해 있지 않다. 

이 분들 역시 시간이 없다.

일본이 피해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도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은 상황인데, 피해자들이 사라진 뒤에는 또 어떻겠는가. 

이제 지난날 우리 민족이 겪은 상처와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세대에 잘 전승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에 주어진 무겁고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일본의 역사 날조 시도에 맞서, 피해자들의 아픔과 눈물, 못다 한 이야기를 미래 세대에 제대로 전승하기 위한 ‘기억투쟁’을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17차례 ‘기각’ 뚫고 일어선 광주전남 대일투쟁 의지

오늘 우리는 6월 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맞아 광주광역시장 및 전남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각 후보들에게 당시의 아픔과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 건립에 나서 줄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제안드린다.

광주전남은 어느 지역보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일 항쟁 의지와 권리의식이 높았던 곳으로, 90년대 이후 일본의 전후 책임 문제를 묻기 위해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대일 투쟁을 전개해 왔다. 

특히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는 일본 정부와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7건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는 등, 광주전남을 넘어 전국적 투쟁의 중심에 서서 대일 투쟁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일제의 반인도적인 인권유린 범죄를 세계 인류 양심에 고발해 단죄하려던 피해자와 유족들의 노력은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 법정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모두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침내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 의지와 민주주의 성숙도를 보여준 역사적 성취다. 

실제 일제 점령 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 국가 중, 반인도 불법행위에 가담한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한국 사법부가 처음이다.

이러한 결과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결혼 2년 만에 일제에 사랑하는 남편을 빼앗겨야 했던 고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회장이 노구를 무릅쓰고 대한해협을 넘어 다닌 것만 80여 차례가 넘었고, 일본 법정에서 기각을 당한 것만도 17차례에 이른다.
 

■먼지만 쌓여가는 귀중한 역사적 사료들

1천여 명이 넘는 소송 원고들의 진술서, 빛바랜 일기와 편지, 활동사진 및 영상물, 각종 언론 보도물, 일본의 각 지원단체와 주고받은 각종 서류 등, 피해자들의 귀중한 역사적 기록물은 수천 점에 이른다. 말 그대로 눈물과 한이 배인 자료다.

피해자들의 각종 기록물은 우리의 대일 항쟁 의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정신적 자산이다. 

특히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오늘의 한일관계에서, 이들 기록물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귀중한 역사적 자료는 마땅한 보존 장소 하나 찾지 못한 채 10년 가까이 허름한 시민단체 사무실 한켠에 먼지만 쌓여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 곳곳으로부터 기증 요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지역 피해자들로부터 얻어진 한과 눈물의 기록물이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둘째 치고, 자료 보관도 제대로 못해 훼손될 처지라면 더 붙들고 있어야 할 명분이 이제 없다.  
 

■日 역사 도발, ‘강제동원역사관’ 건립으로 대응해야

그동안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노력은 명백한 한계가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다.

어처구니없게 일본은 현재 한일관계 파탄의 원인을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 배상 판결이 잘못인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그 날의 역사적 진실이 망각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재미없는 지역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며 각종 개발 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 아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과 더불어 일본의 역사 도발에 대응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부단한 노력에, 이제 광주시장‧전남도지사 각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할 때다. 

광주전남이 함께 손잡고 ‘일제강제동원역사관’ 건립에 나서 줄 것을 다시 한 번 호소한다.

2022년 4월 4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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