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연재(1)

허송세월. 90년대 중후반 광주전남 통합을 놓고 송언종 광주시장과 허경만 전남도지사가 서로 갈등만 하다 세월만 보낸 시절을 두 자치단체장의 성을 따서 풍자한 말이었다. 광주전남은 지금도 허송세월일까?

노무현 참여정부 때에 광주 전남은 한때 협력이 잘 되었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전국 시도 자치단체가 서로 자기 몫만 챙기려고 할 때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공동으로 공공기관 유치를 신청했다. 당연히 인센티브가 따랐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왼쪽),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왼쪽),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당시 공공기관이전을 총괄하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일했던 필자는 광주전남이 상호 협력하도록 요청했고, 두 자치단체장의 협력에 고무되어 청와대는 사실 어려웠던 한전 광주전남이전을 결정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그런데 박준영 지사 강운태 시장 시절엔 또 갈등이 시작됐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두 자치단체장 사이의 감정적 앙금이 상당했다.

당시 광주시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필자는 시장에게 광주전남 협력을 위한 대화를 요청했고 전남도 정무 행정 주요 책임자들을 통해 시도지사간 대화 협력을 시도했으나 도지사의 완강한 반대 의사를 알고 있는 공무원들은 연결조차 회피했던 기억이 난다.

시도가 그나마 협력해 만든 무등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식이 있는 날 기념행사장에서 시장 지사의 인사말에는 서로 자기 공로 주장과 상호에 대한 뼈 있는 말이 오간 기억이 난다.

이낙연 지사 윤장현 시장 때에는 제법 광주전남간 공동협력이 진행됐던 시대였다.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협력 회의가 가동되고 더 나아가 송하진 전북 도지사까지 참여하는 호남권 상생협력 논의도 이뤄져 기대를 모았다.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호남학연구원 설립, 광주전남연구원 통합 등 부분적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광주공항 이전과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혁신도시 공동 발전 등 굵직한 협력을 이뤄내지는 못하고 말았다.

일보다는 말 잘하는 리더십의 형식적 협력의 결과 아니었겠는가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어지는 이용섭 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시대 지난 4년여는 다시 광주 전남 갈등이 노골화된 시대였다.

두 리더는 서로를 불신하고, 두 행정은 서로 반목하고, 의회마저 감정 대응을 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공항 이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해 두 단체장은 지난해 말 상생위 회의에서 이 문제를 결국 민선 8기로 넘겨버렸다.

부울경 경제권통합 등 전국적 광역통합이 활발한 데 비춰 광주전남의 갈등과 상생협력 부족은 가장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 나주 빛가람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광주인 자료사진
전남 나주 빛가람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광주인 자료사진

그나마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이 중심이 되어 광주 전남 전북 의원, 자치단체장들이 연대하여 호남광역에너지경제권 사업을 추진하는 혁신과 통합 노력은 지지부진한 광주전남 자치단체장의 상생협력 부족에 비해 높게 평가받을 만한 일이었다.

이 노력은 문재인정부 부울경 광역경제권 통합보다는 속도가 늦고 정부 지원의 탄력을 덜 받고 있지만, 호남의 살아 있는 최대 초광역협력 프로젝트로 새 정부와 민선 8기에 계속 강화해야 할 사업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가장 낙후되고 소외된 광주전남이 온 힘을 합쳐 서로 협력해도 밀리는 판에 민선 시대 들어와 왜 제대로 된 상생협력 한번 못하는가?

리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답은 아니지만 결국 리더십에 주목하게 된다.

선거라는 것이 리더를 뽑는 것이고 뽑힌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고 예산을 주는 정치 행위다.

그래서 제대로 뽑으면 나라와 지역이 강해지고 잘 못 뽑으면 나라와 지역의 신세가 비참해지고 고달파진다.

미국에서도 보고 러시아에서도 보고 일본에서도 보고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도 보고 있는 것처럼 리더가 중요하다.

광주전남의 문제도 결국 리더십에서 문제해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리더가 문제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딱 두 가지 이야기만 하고 앞으로 리더십에 관한 소견을 디테일하게 피력해 보고자 한다.

광주전남의 상생과 통합에 관한 문제에 있어 우선 첫째 시장 도지사의 리더십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난관이 있어도 뚫고 나가는 것이 리더인데 폐쇄적 이기적 소극적 관료적 거기에 오만함까지 합쳐진 리더들일 때 시도 상생협력은 최악이었다.

묘하게 민선 7기가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

김영집 지스트 대외부총장.
김영집 지스트 대외부총장.

두 번째는 통 큰 비전과 실행력 부족 리더십이다. 작은 것을 가지고 서로 다투지 않고 큰 것을 만들어 서로 나누는 정책과 능력, 재선을 위해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한 결단과 조정, 실행으로 일을 성사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잘한 것도 있고, 행정운영에 나름대로 좋은 평을 얻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큰 것이 해결되지 않았다.

만일 이런 리더십이 계속되는 것은 서로 의도하지 않지만, 지역의 위기 시민의 위기를 불러올 수가 있다.

지역민들이 지지하지 않았던 정권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 현재 광주전남 리더십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시대일수록 통이 크면서도 조정 능력과 결단력 있는 리더가 요청되고 있다.

호남 정신에 걸맞은 자치공동체로 우리를 지켜 낼 강인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다음에 쓸 내용은 무엇보다 삶에 중요한 경제 리더십 이야기부터 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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