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태평양전쟁유적 학계 전문가와 함께 현장 방문
추후 조성경위 확인위해 전문적인 학술조사 이뤄져야
“시민들 보존 노력 중요...문화컨텐츠 활용 여건 유리”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사장 이국언. 옛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1월 중 광주시 서구 쌍촌동 및 중앙공원 내에서 일제 군 시설물로 추정되는 3개의 시설물을 발견했다.

이들 시설물은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3개의 시설물은 급수시설(물탱크) 1곳, 지하 벙커 1곳, 동굴 1곳으로, 보다 자세한 것은 추후 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6월 쌍촌동 5.18 역사공원(구 505보안부대) 인근에서는 일본군 시설로 추정되는 지하벙커 2곳이 잇따라 발견돼 관심을 모은 바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학술연구 용역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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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해 쌍촌동 옛 505 보안부대 인근에서 발견된 시설물과 최근 발견된 시설물에 대한 보다 전문가의 견해를 듣기 위해 강제동원 및 아시아‧태평양전쟁 유적 분야 관계 연구자 등에게 광주 현장 방문을 의뢰하게 되었다.

이날 광주 현장 방문에서 ▲허광무(인천 부평문화원 상임연구위원), ▲김규혁(인천 부평문화원 팀장), ▲조건(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정혜경(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 ▲김윤미(부경대학교 연구교수) 등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올해 새로 발견된 일제 군 시설물을 포함해, 2013년 발견된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인근 동굴(유류저장고 3곳), 지난해 발견된 쌍촌동 505보안부대 인근 지하 벙커(2곳)을 차례로 돌아보고,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광주의 일본군과 이들 군 시설물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이날 현장 방문은 2013년 확인된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맞은 편에 위치한 연료(항공유) 보관 시설이었던 동굴 3곳 현장 방문에 이어, 이번에 새로 발견된 또 다른 연료 보관시설 추정 동굴을 찾아보고, 이어 쌍촌동 5.18 역사공원으로 옮겨, 지난해 발견된 지하 벙커 2곳과 최근 발견된 지하벙커 현장을 돌아봤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군 시설물 3곳 중 한 곳은 쌍촌동 백일주유소 뒤편 중앙공원 산책로 인근 야산에 위치해 있으며, 2013년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맞은편에서 발견된 동굴과 형태가 같다.

이 동굴은 일제 말기 상무지구에 위치해 있던 광주비행장의 부속시설로서 항공유 연로보관고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방 직후 미군이 작성한 ‘광주 항공기지 일반도’에 표시된 지도상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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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하 벙커가 발견된 옛 쌍촌동 505보안부대 인근에서 또 다른 지하 벙커가 발견됐다. 이 벙커는 입구가 천주교광주대교구 내 원로 사제 연수원 부지 내에 위치해 있으며, 민가 주택 공용주차장과 서로 걸쳐 있다.

입구가 큰 콘크리트 더미로 막혀 있어 자세한 내부 구조는 알수 없는 상태다. 다만 입구 쪽 내벽 표면을 보면 일반적으로 일제 시기에 조성된 구조물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처럼 거푸집으로 판자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된다.

20여미터 옆에는 노출된 4각 형태의 콘크리트 통풍구가 있어, 서로 연관된 구조물로 추측되지만 더 자세한 것은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시설물은 급수용 물탱크로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내에 위치해 있는데, 여러 사정에 의해 이날 현장 방문에서는 제외되었다.

앞서 지난 1월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천주교광주대교구 측의 안내로 현장을 방문해 직접 물탱크 안을 들여다 본 것에 의하면, 견고한 구조물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

물탱크는 최소 1일 100~150명 정도가 식수로 사용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탐방 현장을 찾은 윤목현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쌍촌동 구 505보안대부대) 이 곳을 역사공원으로 명명했기 때문에 공원화 사업, 기념화 사업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잘 검토해 주시면 영구 보존하고, 내년부터 예산 투입해서 복원 공사와 동시에 후세대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좋은 역사공간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광주시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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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인 정혜경 박사는 “화정동 동굴도 처음 발굴됐을 때 와서 봤지만, 아직 발굴되지 않는 장소가 광주에 아주 많이 남아 있어 앞으로 전문적인 발굴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오늘 봤던 장소들에 대해서는 이후 전문적인 학술조사를 통해서 용도나, 축조 연대, 이것을 추진한 주체 등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천 부평의 경우에는 시민들이 그곳에 있는 지하호를 많이 발굴해 18개를 발굴했는데 광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노력이 중요할 것 같다”며, 505보안대 인근 벙커의 경우 “안전하고 잘 만들었기 때문에, 문화컨텐츠로 활용하기에 최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늘 행사는 원할한 진행과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여 언론 및 일부 단체 관계자들만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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