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부다(2)

‘여보, 퇴근하고 곧장 갈 테니까 산적하고 산채비빔밥 먹자’
‘엥?~’

생뚱맞게 산적은 뭐고 산채비빔밥은 또 뭐야? 
나는 빛의 속도로 친정 시댁 부모님 제사며 가족 친척 기념일 떠올려본다.

‘무슨 날이야?’
’그냥 세상 엿 같아서 그래‘
‘아, 알았어’ 

세상 엿 같은데 술 대신 왜 산적하고 산챌까? 
나는 요즘 남편이 갱년기에 접어든 거 같아 최대한 배려하고 맞춰주려 노력한다.

남편은 양푼에 고추장 참기름 붓고 억센 손으로 비벼 산채비빔밥 만든다.
한 손에 산적꼬치 들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운다.

복어처럼 배가 볼록하다.

‘여보,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회사가 아니라 산적 두목 때문에 대한민국이 위기야’

아하~. 윤 아저씨 때문이구나.
남편은 이번 20대 대통령 후보로 나온 윤 아저씨를 산적 두목이라 부른다.

퇴직한 검사들이 모처에 캠프를 검찰청에 빗대 산채라 하고
산채에 모여든 검사 출신 칼잡이를 산적이라 불렀다.

국정운영 경험 없고 위기능력 검증 안 된 산적 무리는 
박정희 전두환이 총칼로 공포정치를 펼쳤듯이
산적들은 마법을 엿가락처럼 주무르며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 거라 한다.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 감히 국민이 맡긴 권력을 지들 권력인 양 착각하면서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거 좀 보라고. 시방 먹는 산적이랑 산채비빔밥은 그냥 음식이 아녀. 제삿밥이여’

남편 입안에서 밥알이 튀어나오고 
눈에서 쏟아진 레이저 광선검이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간다.

두렵다, 왜냐하면 남편 말을 늘 옳았고 신기하게도 적중했기 때문이다.
나는 윤 아저씨가 산적 두목이던 시절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충성한다‘ 라는 말을 달리 해석하면,
토지와 부동산 부자와 같이 가진 자들에만 충성하고

한낱 나 같은 국민 주부는 버린 달걀껍데기거나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겠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죽을죄도 무죄로 만드는 마법사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서민들의 불평불만은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려질 것이고
우리는 다시 유신 시대로 돌아가고 계엄령 시대로 돌아가지 말란 법도 없겠다, 싶다.

인권유린 후예들답게 더 세련되고 교묘한 기술로 서민들의 희망을 꺾을 것이고 
준비 안 되고 경험 미숙한 윤 아저씨가 국가 살림을 맡게 된다면
생계는 나날이 어려워질 게 뻔하다. 

설거지 끝내고 음식물쓰레기통에 처박힌 대파 껍질을 꺼내 집 앞에 버린다. 

혹여 산적들이 지나가다 미끄러졌으면 하고, 대파 껍질에 기를 불어넣는다.
내일은 용한 점집 찾아가 윤 아저씨 부인처럼 운수나 볼까 보다.
 

최민 (민중의소리) 논설위원·시사만화가. ⓒ민중의소리 갈무리
최민 (민중의소리) 논설위원·시사만화가. ⓒ민중의소리 갈무리























 

 

** 박기복 영화감독(시인)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진흥고,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1990년 전남대학교 오월문학상 시 부문 <애인아 외 1편> 우수작 당선, 1991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추억의 산 그림자> 당선.
현재 영화제작사 (주)무당벌레 필름 대표. 영화 <낙화잔향-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2019) 작가/감독,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작가 겸 감독을 맡았다. 전자우편: ki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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