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피해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1월30일(주일) 오후 2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는 길에 본 현수막이 있습니다. 그 현수막을 읽어 본 저의 마음은 너무도 아려왔습니다.

'저희 가족이 아직도 차디찬 콘크리트에 갇혀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관심 가져주세요! - 아이파크붕괴 피해자가족협의회'

현대아이파크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장헌권 공동대표(서정교회 목사)가 30일 오후 붕괴현장에서 피해자가족 면담과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주 광천동 유스퀘어광장에서 '현대산업 퇴출'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장 목사 뒤에 보이는 높은 건축물이 지난 11일 붕괴돼 사망 1명 5명 실종자가 발생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광주인
'현대아이파크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장헌권 공동대표(서정교회 목사)가 30일 오후 붕괴현장에서 피해자가족 면담과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주 광천동 유스퀘어광장에서 '현대산업 퇴출'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장 목사 뒤에 보이는 높은 건축물이 지난 11일 붕괴돼 사망 1명 5명 실종자가 발생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광주인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진심으로 손을 내밀고 그 아픔과 고통에 함께 하고픈 간절한 마음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동화 중 하나입니다.

이현주 목사님이면서 동화작가가 쓴 동화 이지요.제목이 <알 게 뭐야!>입니다.

“곧게 뻗은 길이 있다. 모양이 똑같은 짐차가 나란히 달린다. 앞차는 밀가루를 실었다. 뒷차는 시멘트를 실었다. 가다가 화물기사는 소변이 마려 길가에서 실례를 했다. 그리고 각자 차에 올랐다. 나중에 차가 바뀐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에라 알 게 뭐야. 내 건가?”

두 운전사는 똑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운전만 할뿐이다. 시멘트를 실은 기사는 늙은 부자가 집을 짓는 공사장에 물건을 배달했다. 일꾼들은 바로 시멘트가 아니라 밀가루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일꾼들은 “에라 알게 뭐야! 내가 살집인가?”

밀가루를 실은 기사는 과자를 만드는 공장으로 물건을 배달했다. 밀가루가 아닌 시멘트라는 것을 알았다. 일꾼은 중얼거렸다. “에라, 알 게 뭐야!.내가 먹을 과자인가?”

어느 날 부러지는 소리가 양쪽에서 들렸다. 집이 무너져 그 밑에 깔린 아이들의 등뼈가 부러지는 소리다. 또한 과자 가게에서 손님들의 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다. 운전사들은 그 뒤에도 많은 돈을 벌어서 달나라 땅을 샀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나라 땅을 넓힌 공로가 인정되어 훈장까지 받았다. 

이번에 이런 참담한 일을 생각 할 때 이동화가 주는 의미가 있어서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짧지만 긴 생각으로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동화라고 생각이 되지요. 모두 자기가 하는 일에 안전이나 이웃에 대한 무책임 그 자체이지요. 물론 트럭기사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폄훼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이 신축 공사 중에 붕괴된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광주인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이 신축 공사 중에 붕괴된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광주인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5층 건물이 6차선 도로 쪽으로 무너진 것을 가족 분들도 잘 알고 계시지요.

운행 중이던 ‘운림54번’ 시내버스를 그대로 덮쳐 버린 것 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요. 9명이 목숨을 잃게 되고 8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때 충격과 슬픔으로 희생자 가족분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운 시간들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식음을 포기하고 잃은 가족만 생각이 난 것입니다. 이러한 아픔은 아마 죽을 때까지 간직해야 될 십자가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또 다시 광주에서 참담하고 천인공노할 사고가 발생 한 것입니다.

저는 8년 전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250명 단원고 학생들 채 피지도 못한 꽃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생일을 SNS에 기록하고 있지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을 통해서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지요. 한국사회가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참사가 된 것이지요.

정의와 진실은 실종되고 특히 인간의 존엄을 짓밟아 버린 것을 알고 계시지요. 세월호 이전과 이후 우리사회는 그대로입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이후 가족들과 함께 법정에서 그리고 광화문 팽목항 등에서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특히 미수습자 아홉분이 가족품으로 돌아오지 못할 때 기다림의 시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은화 엄마와 다윤이 엄마가 팽목항에서 청운동에서 내 딸을 찾아 달라고 얼마나 몸부림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있는 목포 신항에서 무릎 꿇고 간절함으로 애간장을 녹이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요.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 신항에 머물면서 아홉 분이 다 돌아오길 하루하루 간절함으로 있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조기 수습과 함께 "현대산업개발 영구 퇴출,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처벌 등을 위한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광주인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조기 수습과 함께 "현대산업개발 영구 퇴출,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처벌 등을 위한 투쟁"을 선언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인

두 남매처럼 서로 다독거리면서 울고 웃다가 버거운 세월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딸의 소식이 들렸지요. 오로지 사랑하는 딸을 포기할 수 없는 엄마의 천지간에 흥건한 슬픔과 아픔을 등 뒤에 감춰진 고통이지요. 다들 떠나고 홀로 남아 슬픔과 고통을 싸워야 하는 두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두 눈에 눈물 적셔가면서 선체 인양 하는 것은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하셨지요.

아홉 분 다 모시고 하늘의 바람과 별이 된 은화와 다윤이 손잡고 안산 집으로 가시는 그날을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 주보에 아홉 분 명단을 3년 동안 기재해서 매주일 함께 기도했지요. 은화 엄마 아빠, 다윤이 엄마 아빠를 위하여 주님께 간절함으로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주여!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소서.'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생생한데 2022년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외벽 및 내부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편과 아버지들입니다. 억장이 무너지고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이나 아직 찾지 못한 가족 다섯 분 역시 우리의 가족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고 휴대폰을 그렇게 많이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부터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움에 계셨는가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따뜻한 고구마를 사가지고 가는 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는가요.?

집에 가서 아내가 차려준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국물을 먹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 남편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요.

비록 돈과 권력은 없지만 오직 자식 걱정으로 성실하게 살았던 우리 남편과 매형, 아버지는 도대체 지금 어디 계신단 말인가요? 이러한 속울음이 저에게 들리는 듯 합니다.

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과 온갖 무거운 벽돌더미 사이에 숨을 가누지 못하고 짓이겨 있는가요.

시민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에서 피해자가족협의회를 만나 정부의 구조수습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듣고 대책위의 연대투쟁 계획을 밝히고 있다. ⓒ광주인
시민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에서 피해자가족협의회를 만나 정부의 구조수습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듣고 대책위의 연대투쟁 계획을 밝히고 있다. ⓒ광주인

어서 우리 남편과 매형, 아버지를 찾아 주세요. 여기저기 부탁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고 구조를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들은 그저 형식적인 절차만 생각하고 말로만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가족분 들은 그 배신감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지요.

늘 '광주공동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광주시민들을 죽음으로 만든 기업이 바로 현대산업개발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지요.

이윤만을 생각하고 부실공사는 물론이며 실종자들을 구조하는 일보다는 오직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에만 골몰하고 있는 인간 이하의 일을 하고 있지요.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위해서 불법과 탈법으로 공사를 해오다가 우리 가족들을 죽음으로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에서 영원히 퇴출시키고 책임자는 사법처리를 통해서 가족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특히 지난해 6월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한 자들이 누구인가요? 바로 정치인들 이지요.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결과를 우리는 보게 된 것지요. 그것이 바로 후진국형 재난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화정동 현대 아이파크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님 말씀처럼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세상에 얼마나 더 죽어야 되는가?”라는 절규를 어찌해야 될까요?
지금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구조하는 일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책임만 회피하고 있지는 않는가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이처럼 학동참사는 물론 화정동 현대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모두 “알게 뭐야!” 무책임과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총체적 인재라는 것을 가족분들도 잘 아시지요.

119구조대원들이 현대아이파크 붕괴 아파트에서 실종자 5명을 수습하기 위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 제공
119구조대원들이 현대아이파크 붕괴 아파트에서 실종자 5명을 수습하기 위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제공

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함께하면서 어서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할 뿐입니다.

피해자 가족 여러분, 서로 버팀목이 되셔야 합니다. 인간생명의 존엄함은 타인과의 괸계 속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지켜질 수 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습니다. 노란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습니다. 설 명절 연휴가 너무나 긴 시간이 될 것을 생각하니 너무도 죄송하기만 합니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 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에서 약속한 것 실천하겠습니다. 아직 찾지 못한 가족들이 하루빨리 차가운 시멘트더미에서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고 손팻말 시위, 홍보활동, 서명운동을 광주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또한 현대 산업개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영구퇴출을 위한 행정명령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항의 방문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안전을 무시한 현대산업개발의 책임 있는 수습을 촉구하는 상경투쟁을 광주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광주시민의 지혜와 마음을 모아 광주정신 중 하나인 대동정신으로 연대의 마음을 모아 잊지 않고 투쟁할 것입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피해자 가족 분들도 함께하면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기초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시민대책위가 30일 오후 광주 광천동 유스퀘어광장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현대산업 퇴출'을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광주인
시민대책위가 30일 오후 광주 광천동 유스퀘어광장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현대산업 퇴출'을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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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은 상실과 애통의 마음으로 몸이 휘청거리고 분노와 고통이 가슴을 치는 지금 이 순간,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어려움에 공감하고 더 나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이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힘들어도 서로 다독거리면서 위로하고 식사도 잘하시고 건강을 유지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알게 뭐야” 이런 세상에 우리 모두 존엄과 안전한 사회를 향하여 서로 손에 손잡고 함께 살면서 함께 나누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2022년 1월 30일 

현대 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 화정동 참사 시민 대책위 공동대표 장헌권 목사(서정교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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