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평에 달하는 중앙공원과 금당산을 아우르고 있는 주변 지역은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살기 좋은 마을이다.

특히 풍암호수는 중앙공원과 금당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수려한 호수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여 하루 평균 광주시민 3,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휴식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풍암호수가 새로운 유입수 부족과 오·폐수 유입 등으로 오염되고, 특히 봄. 가을철에는 녹조현상이 발생하여 악취를 풍기면서 호수공원으로서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호수 장미원. ⓒ광주인 자료사진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호수 장미원. ⓒ광주인 자료사진

수질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서구청은 서창천 고향의 강 연장사업을 추진하면서 풍암호수 수질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고향의 강에서 끌어 올리는 서창천 물의 수질이 4등급을 넘어가고 있어서 풍암호수 수질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앙공원 특례사업과 연계되어 수질 정화시설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매년 8~9억에 달하는 유지관리비 문제로 서구청 풍암호수 수질 개선 T/F팀에서는 난색을 보였다. 대신 ‘수질관리 최적화를 위한 담수량 축소’라는 안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호수 수심을 최고 6M에서 평균 2M로 낮추고, 호수 가장자리를 메워 산책로를 평균 4M에서 8M로 넓혀 담수량 449천톤을 125천톤으로 줄이자는 것이 핵심요지이다. 

수질 개선 방안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최소한 시민의 대표가 T/F팀에 참여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간담회 등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속에서 일방적인 풍암호수 매립 축소방식의 수질 개선방안에 대해 주민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한 여름철임에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1천 3백여 명의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하였다. 

이에 서구청에서는 지난해 8월에 풍암호수 수질 개선 문제와 관련하여 “서구청에서는 풍암호수 수질 개선과 관련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개선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풍암호수 주변에 게시하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공원특례사업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수질 개선 T/F팀을 새롭게 구성해서 수질 개선방안을 다시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조동옥 광주 풍암호수 원형보존위한 대책위원장.
조동옥 광주 풍암호수 원형보존위한 대책위원장.

서명운동에 함께 한 주민들은 ‘주민들이 나서니 이제 해결되었다“고 기뻐하였다. 요즘 자기 일이 아니면 누가 쉽게 나서겠는가? 이런 때 풍암호수는 우리에게 ‘함께’라는 공동체의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애초 약속과 달리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풍암호수 수질 개선 관련해서 깜깜무소식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상황을 봐서 추진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평소 주민주도 주민자치를 강조해왔던 서구청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날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풍암호수 수질 개선 관련 행정만큼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풍암호수공원을 지키는 활동을 통해 서로 이웃이 되었고 공동체가 되었다. 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자치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체이다. 서구청이 평소 그토록 강조하는 공동체는 행정 문서에 있지 않다. 바로 주민 현장 속에 있다.

그곳이 바로 지금 풍암호수공원이다. 작년 여름 서구청이 게시한 현수막이 일단 급한 불 끄고 보자는 것이 진심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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