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되든 죽이 되든 토론은 해야

말 잘하는 것도 복이다. 특히 정치인에게는 그렇다. 말을 안 하면 정치 소신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당 독재 시절 민주당의 김대중이 별처럼 빛난 이유는 말 때문이다. 말만 잘하면 되느냐. 말에도 씨가 있고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당시 자유당의 이인자인 이기붕이란 정치인도 있었지만, 그의 말을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아마 이기붕은 말을 해야 하는 정치집회를 지렁이처럼 싫어했을 것이다.

정치인은 말을 해야 한다. 왜냐면 말을 빼면 충신이고 역적이고 자신을 들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말 잘해서 대동강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을 부러워할 정치인이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란 정직해야 하고 설사 말을 잘못해도 진실하면 국민은 한마디 말만으로도 다 알아듣는다.

■윤석열, 토론 피하면 안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런 후보와 국민들 앞에서 정해진 토론이 아닌 토론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법적으로) 정해진 정도의 토론이 아닌 토론은 싸움밖에 안 된다.”

누가 한 말이라는 것은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 말이다. 그냥 나오는 대로 한 말이 아니고 많은 생각 끝에 한 말일 것이다. 정말 말을 잘못했다.

비유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내 경험이니 말한다. 내가 선수였을 때 실수로 똥볼 한 번 차면 당황한 나머지 자꾸만 똥볼을 차게 된다. 실수하면 냉정함을 회복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말이야 실수를 할 수 있다. 다음이 문제다.

윤석열 후보가 말실수를 자주 한다. “가난하고 배고프면 자유를 모른다.” 큰 실수다. 주위에서 말실수를 지적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실수는 계속된다. 계속해서 똥볼을 차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과 중국 청년은 서로 싫어한다.” 이 역시 윤석열 후보의 실수다.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진다’는 말과도 다름이 없다. 결국 조심을 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도 귀가 있고 옆에 참모들이 있을 것이다. 충고를 안 하는가. 아니면 충고를 거부하는 것인가. 어느 것이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문제는 윤 후보가 토론을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는 세평을 들을 것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말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정하고 다음은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토론 잘 못 한다고 ‘나 안 해’ 거부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정치인으로서는 초보운전도 못 되는 것이다. 초보라서 운전을 거부한다고 남들도 운전을 안 하는가. 남들은 씽씽 달리는데 두 손 놓고 있으면 손해 보는 건 자신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금메달을 둔 엄청난 시합을 두고 있지 않은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부인 김건희 씨는 결단을 내려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후보는 부인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의논했을 것이다. 코치했을 것이다. 윤석열 성격이다. 솔직해야 한다.

그 때 윤 후보가 부인과 함께 나와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국민이 받아들인 결과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진실이 뚫지 못하는 장벽은 없다

내가 이재명 후보 선대위 고문이라서가 아니다. 난 냉정한 사람이다. 잘못을 사과하면 손해 볼 줄 알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문제는 얼마나 진실이 담겨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건희 씨가 좀 더 일찍이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판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윤석열 진영의 불씨처럼 인식되는 이준석, 정말 윤석열에 필요한 사람이 이준석 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 곁에서 배운 가장 훌륭한 교훈은 거짓을 간파해 내는 능력이다.

정치가 공자·맹자만 모시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의원 중에 정치행태를 고쳐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선거 때만 잘 보이고 금배지만 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적어도 정치를 하려면 그건 아니지 않은가.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국민을 똑바로 봐야 한다. 국민이 왜 자신을 지지해야 하는가. 국회의원 배지 달면 모두 속으로는 대통령 꿈을 꿀 것이다. 좋다. 얼마나 장한 꿈인가. 나무라면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두 후보는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하지 않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개토론이다. 공개토론에서 거짓말하면 그건 자살행위다.

윤석열 후보는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서 공개토론을 기피하지 말라. 이제 스스로 먼저 토론을 제의하라. 설사 토론을 잘 못 한다 하더라도 잃을 것은 없다.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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