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낳는 집 엮음, 10주년 기념 창작작품집...'문학들' 출간

뒤로는 계곡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앞으로는 마당의 잔디와 장독대, 백화제방의 화단을 옆구리에 낀 냇물이 속세와의 경계를 가르며 쉼 없이 무상을 노래한다.

민가로부터 한참 외따로 비켜선 다리를 건너면 제2의 정원인 들판이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기 바쁜데 그 앞으로 한적한 도로를 발치에 둔 안산은 제3의 정원을 다툰다. 

그 청정과 한가를 배경 삼아 둥지를 튼 원림의 산채에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모여 오늘도 창작의 불을 지피고 있다. 오손도손 아늑한 가족적 분위기가 돋보이지만 문학의 고지를 향한 열정 만큼은 저잣거리보다도 치열하고 생기 차다.

김규성 시인 시집 '그때 여기 잇었네' 표지그림. ⓒ문학들 제공
김규성 시인 시집 '그때 여기 잇었네' 표지그림. ⓒ문학들 제공

김규성 시인의 창작실 ‘글을 낳는 집’에서 10주년을 기념한 창작작품집. “그때 여기 있었네, 우리”가 나왔다.

문인들의 창작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문학 전문 집필 공간 ‘글을 낳는 집’은 2010년 전남 담양군 대덕면 소재지에서 만덕산과 연산이 이루는 골짜기를 지나 꾀꼬리봉 자락에 자리 잡았다.

유명 문학관이나 호화 팬션에 비해 작고 조촐하지만, 한결 인적이 드물고 쾌적한 천혜의 무공해 청정 지역에 터 잡은 만큼 사색하고 책을 읽고 글을 낳기에 오히려 효과적인 장점”을 지닌 아늑하고 건강한 창작 산실이다.

여는 글에는 노트북과 원고, 세면도구와 옷 몇 벌만 간출하게 챙겨 들고 글을낳는집을 찾아간 신덕룡 시인의 흔적이 있다. 김명지, 김선영, 김수우, 김영래, 김은성, 남길순, 류현진, 박문구, 박복영, 안수자, 유종인, 이명훈, 이순임, 장정희, 전병준, 전윤호, 최광임, 최은숙, 허진원 작가가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김광옥, 이도흠 작가는 글을 낳는 집에서 시간과 나눈 대화를 원고지에 남겼다.

매년 30여 명 등의 작가들이 이곳에 머물며 작품을 집필하는데, 10년 동안 약 300여 명이 다녀간 셈이다.

이곳에 들어올 때, 퍼렇게 솟아오르던 어린 모들이 훌쩍 자라 이삭이 패였다. 
마당에선 자귀나무가 예쁜 새의 깃털 같은 꽃을 피웠다. 
꽃그늘 아래서 누렁이가 바닥에 배를 깔고 낮잠에 빠져 있다. 
안마당에 줄지어 놓인 장독들 사이에서 놀던 고양이가 내 발밑으로 와서 아는 체해달라고 
어리광을 피우는 한낮이다. 
하멜의 삶에 빠져 숲길을 걷다 보니 흘러가는 시간은 물론 무더위조차 잊고 지낸 듯싶다. 
이렇게 시간조차 잊을 수 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 신덕룡, 「글을 낳는 집의 산책길」 부분

김규성 시인.
김규성 시인.

여는 글에는 노트북과 원고, 세면도구와 옷 몇 벌만 간촐하게 챙겨 들고 글을 낳는 집을 찾아간 신덕룡 시인의 흔적이 있다.

‘지금 여기에서’ 죽음을 끌어와 매 순간 실존하되,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이라는 생각으로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섬기고 돌보며 환희심을 느낀다. 138억 년의 시간 가운데 ‘지금’, 465억 광년에 달하는 무한한 공간 가운데 ‘여기’, 이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에, 함께 존재하는 너와 나, 우리 둘레의 자연과 생명들이 기적이다.

우리가 모두 사라진다 하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나누고 섬기면서, 모든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연민과 자비심을 가지면서 진리를 추구하고 내 자신의 거듭남을 꾀하면서 차이를 빚는 것이야말로 이 광대한 우주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시간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삶, 찰나를 살더라도 영원히 사는 삶일 것이다.
- 이도흠, 「미래의 시간」 중에서

나는 왜 쓰는가, 시간과의 대화, 시, 소설, 동화, 평론등 다양한 장르를 산문집으로 선보인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