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영의 작가탐방] 김민재 작가- '이분법적인 것에 대한 경계'
[소나영의 작가탐방] 김민재 작가- '이분법적인 것에 대한 경계'
  • 소나영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 승인 2021.12.2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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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작업은 껄끄럽다고 느끼거나 눈에 밟히는 것, 불편하게 느껴졌던 진실들에 대해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닐에 담긴 생닭을 그린 졸업 작품 <Chicken run>을 보면 벌거벗은 채 주워 담긴 사람의 뒷모습 같기도 하고, 사회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한 인간의 씁쓸한 뒷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다.

<Tomato field>(2020) 또한 미국에서 세금 때문에 ‘토마토가 채소인가 과일인가’로 논란이 됐었던 것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그의 초기 작업들을 모아보면, 어떤 대상의 본질이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단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업은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거나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 하는 수단, 과정으로서 작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작업은 어떤 ‘조용한 외침’처럼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시각적 실험

김민재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김민재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작년 개인전에서 보여주었던 <부유하는 공허>(2020)는 이전 작업들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캔버스 3개로 이어진 이 대형 작업은 작가 본인이 느낀 기쁨, 슬픔, 분노, 공허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떠다니는 자연의 형상들로 나타내고 다양한 색으로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산인 것 같기도 하고, 나무 같기도 한 떠다니는 자연 형상은 흘러가는 시간과 어떤 공간을 암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삶의 굴곡 앞에서 갈 곳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자기 자신이 있다. 눈빛을 잃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분출하고 있는 현대인으로 대표되는 한 인간이다. 시끄러운 현 시대에서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 시리즈에서는 수풀이나, 나무, 꽃 등 식물들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는 식물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식물을 통해 어떤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그것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작품 안에서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 꽃잎 하나는 붓의 터치로 이루어지는 우연적 요소인데, 붓의 한 획 한 획은 각각 하나로 보면 작품 전체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그 한 획 한 획이 모여 전체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의 ‘자연’ 시리즈는 부분과 전체가 시각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거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요소로서, 추상과 구상 경계 사이에서 시각적인 실험을 하고자 하는 시도로 읽힌다.
 

편견에 대항하다

김민재- 부유하는 공허 336.3×162.2cm Oil on Canvas 2020. ⓒ광주아트가이드
김민재- 부유하는 공허 336.3×162.2cm Oil on Canvas 2020. ⓒ광주아트가이드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파란 인간>(2021)시리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지구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있고, 100년 남짓 살게 될 우리의 시간은 제약되어 있다. 이 제약된 환경 아래에서 남자, 여자, 노인, 어린이 등 언어로서 부여되는 편견들과 오류들에 대해 ‘색’으로 실험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그 시작점이 <파란 인간> 연작인데, 여기에는 그가 생각하는 다양한 파란색이 담겨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당신이 생각하는 ‘파란색’이라는 것의 경계가 어디까지 일까?”를 질문한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 늙음과 젊음과 같은 것들을 정확하게 나눌 수 있을까?

그것을 정확하게 나눌 수 없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언어적 틀에 의해 다양한 생각들이 갇혀버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의 다양한 과도기적 실험들은 대상을 바라보는 예민한 감수성과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질을 꿰뚫어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분법적인 것과 틀에 규정되는 것에 대한 거부는 그의 작품에서 끊임없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어떤 것을 규정하는 것에 대한, 세상의 보이지 않는 편견적 시선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 글은 <2021 대인예술시장 레지던시 프로그램 묘수 3기 크리틱> 원고를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5호(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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