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문]
 

[ 맞아도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내 아들아 엄마가 미안해...]
 

현재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있는 사건이 인권의 도시라는 광주에서 발생했습니다. 몇 해 전에도 태백미래학교, 서울인강학교, 교남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었습니다.

광주를 포함해서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특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학생들 중 상대적으로 중증의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져 진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벌어지기에 이 사건을 접하는 우리 부모들은 더욱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내 자녀가 비장애인과 어울려 통합교육을 받기를 원하지만 현행 학습경쟁위주의 교육체제 안에서는 누군가 떠밀지 않아도, 내 아이를 집 앞의 학교가 아닌 특수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내 아이가 지원이 많이 필요할수록 선택권은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는 내 아이가 특수학교 안에서 일반학교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안전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껏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과 현재 은혜학교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접할 때면 이러한 믿음이 무참히 부서지게 됩니다.

오늘도 000 조패고 왔다. 000이는 맞아야 말을 듣는다.

오늘도 000 교육시켰다. 몇 대 줘 패니 000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곳은 선생님들도 안오니 안심하고 때릴 수 있다.

000이가 나만 보면 쫀다. 너무 편하다. 내 후임을 위해서도 내년에도 종종 와서 교육시켜줘야 겠다.

묻고 싶습니다. 왜 맞아도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내 아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우리는 죄인이입니다. 수개월, 어쩌면 수년 동안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 공간에서 자행된 잔인한 폭력에 대해 알지 못한 우리는 죄인입니다.

때려도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내 자녀를 스트레스 풀기 위해 때리고,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리고, 심심하니 수건으로 교수형 놀이를 하는 공간에 방치하여 교육의 대상이 아닌 유희의 대상으로 만든 우리는 죄인입니다.

소통되는 인간이 아닌 맞아야 말을 듣는 존재라는 취급을 받으며, 육체와 정신에 아로새겨졌을 상처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우리는 죄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거리에 나와 언론에 알리고자 하는 내용은 금번 사건과 관련해 단순히 개인의 처벌과 특수학교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키우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런 행동이 학교 현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장애학생들을 지원하는 수많은 특수교사들과 학교 종사자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훈육이나 교육적 지도라는 명분아래 장애학생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체벌과 폭력은 용인 돼서는 안됩니다. 금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광주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을 요구한다.

- 금번 사건에서 들어난 학교 폭력에 대한 관련 종사자들의 인식문제에 대해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장애학생의 몸의 상처와 행동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학교측의 문제와 수개월 동안 지속된 폭력을 듣거나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문제가 된 원인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 또한 사건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가해자에 대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

둘째. 은혜학교 현장에 사건 예방과 진상규명을 위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 학생과 교사의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부모들이 CCTV를 요구하고 있겠는가? 특수학교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특수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다치는 문제가 아이들의 문제, 종사자들의 개인일탈 문제로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일어난 은혜학교는 특히 건강상 위험이 있고, 대응능력이 취약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기에 교사, 학부모, 학생의 합의를 통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셋째. 학교 배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특수학교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지도 및 관리는 해당 학교의 장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그에 따라 학교장의 성향과 고민에 따라 그에 대한 관리방법이 천차만별인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잊을 만 하면 일어나는 사회복무요원 문제에 대해 이제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넷째 사회복무요원보다 유급 특수교육보조인력 확충, 인턴교사제 신설 등을 통해 보조 인력의 안정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보조 인력에 대한 수요와 요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예산의 부족의 이유를 들어 사회복무요원을 활용하고 있다. 자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사회복무요원을 활용하다보니 그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급특수교육보조인력의 확대배치 및 관련 학과 졸업생을 활용한 인턴교사제 활용 등의 교육청 차원에서의 보조인력 수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광주장애인부모연대는 금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감시할 것이며, 특수교육현장에서의 장애학생의 인권보장방안을 위한 근본적적인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는 날까지 싸울 것이다.

2021년 12월 27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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