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독단과 불통의 역대급독단과 불통의 역대급 인사 참사를 규탄한다
 

역대급 인사 참사다. 조직개편과 함께 첫 인사를 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콘텐츠혁신센터’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본부장 1명, 팀장 3명을 교체했다.

힘든 시기일수록 사업을 강화하고 수익 창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모두가 상식처럼 생각할 때 사장은 오히려 광고사업국을 미디어사업팀으로 축소하고 광고부마저 없애더니, 이제 갑자기 사업 부문 인원보강을 내밀었고 나머지 전보인사도 수상하다. 사장 스스로 지난 인사가 한 차례 실험에 불과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광주MBC의 인사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광주지부가 지난 15일 "사 측의 인사는 독단과 불통의 역대급 인사참사"라고 강도 높은 비판성명을 발표한 후 지난 20일 정용욱 광주MBC노조위원장(사진 가운데)과 노조원들이 사옥 앞에서 팻말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MBC노조 제공
최근 광주MBC의 인사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광주지부가 지난 15일 "사 측의 인사는 독단과 불통의 역대급 인사참사"라고 강도 높은 비판성명을 발표한 후 지난 20일 정용욱 광주MBC노조위원장(사진 가운데)과 노조원들이 사옥 앞에서 팻말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MBC노조 제공

1년 앞도 바라보지 못한 인사 앞에 소중한 일터이자 조직을 걱정하는 구성원들은 설왕설래할 수밖에 없다. 역대 사장 임기 1년 차에 이런 인사가 또 있었을까. 그 과정은 정말이지 즉흥적이고 날림이다.

회사는 지난 9-10일 이틀에 걸쳐 사내 잡포스팅을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잡포스팅에 무슨 내용인지 알 길 없는 구성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었고, 졸속 진행에 신청자가 없었다. 접수 기한이 끝나자마자 사장은 당일 저녁 인사를 발표했다.

무엇에 쫓기듯 퇴근 이후 외부에서 결재할 만큼 강박 인사를 한 것인지 사장의 속을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시사보도본부장과 뉴스팀장의 보직해제 인사는 납득이 안 된다. 엄연히 노사가 합의한 규정을 어기고 절차도 없이 마음대로이다. 타 부서로 전보 시 보직이 해제된 만큼 별도의 잡포스팅을 거쳐야 하지만 과정이 없었다.

인력난으로 신입과 경력직 기자를 채용하는 마당에 두 명이나 타 부서로 발령냄으로써 시사보도본부의 인력 문제는 다시 원점이 됐다. 힘겨운 적자 상황 속에서 진행하고 있는 채용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아미타불이 된 인력 문제는 어쩔 것인가.

그 고통은 고스란히 이어지게 됐다. 구성원들은 사장의 보복인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정 회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한 결정인가.

콘텐츠와는 관계없는, 이름만 그럴듯한 ‘콘텐츠혁신센터’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장은 기구를 신설하면서 불통 능력을 또 다시 보여줬다. 조직의 필요성이나 역할 등 공감은커녕 어떠한 설명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노조에는 이 기구의 정체성에 대해 구성원들의 질의가 잇따랐다. 최근 프로그램 중단 결정 이후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기구냐고 물어볼 정도이다.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 경영을 할 거라면 납득할 만한 명분을 제시하거나 최소한의 비전이라도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일말의 기대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갈등과 불신만 부추길 뿐 사과 한마디 없다.

지난 4월 조직개편 당시 김낙곤 사장은 ‘자신을 믿고 지켜봐 달라’며 성과로써 입증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도, 우리 구성원들도 지난 1년을 참으며 기다렸다. 하지만 사장이 내놓은 건 이유도 명분도 없는 졸속 인사와 수준 이하의 경영 행위뿐이다.

자사 출신 사장으로서 누구보다 광주MBC를 잘 알고 있는데도 눈과 귀를 모두 닫고 있다.

노동조합은 사장의 권한을 존중한다. 당연히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구성원의 사기를 내팽개치고 조직을 사분오열 갈라놓는 ‘리셋’은, 또 인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구성원의 열망을 담은 노동조합의 성명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는 경영 방식은 옳은 것인가.

진짜 회사를 위한 길인가. 인사는 만사인데, 인사 당사자는커녕 보직 간부와의 교감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행하는가. 경영이든 콘텐츠든 위기를 극복할 의지를 진정 갖고 있기는 한것인가. 지금이라도 그 취지와 명분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책임 또한 사장이 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이제는 지역민이, 지역사회가 광주MBC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민 앞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광주MBC의 진짜 주인은 이곳을 일터로 삼고 있는 우리 모두이며, 광주MBC를 변함없이 사랑해온 시청자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경영 행위로 인해 수십 년을 쌓아온 공영방송 광주MBC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

2021년 12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광주지부 


 

조합원들께 드리는 편지

조합원 여러분! 즐겁고 활기차야 할 우리의 일터가 어수선합니다. 노동조합, PD연합회, 기자회의 성명서가 동시에 내걸리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광주MBC의 위상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회사 분위기는 엉망이고 조직 내 사기는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정용욱 광주MBC노조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지난 20일 사옥 앞에서 사 측의 인사를 규탄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 확보를 촉구하는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MBC노조 제공
정용욱 광주MBC노조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지난 20일 사옥 앞에서 사 측의 인사를 규탄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 확보를 촉구하는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MBC노조 제공

그동안 노조는 사장에게 소통과 공유를 통해 사내 현안을 풀어가길 촉구해 왔습니다. 공영방송 광주MBC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바람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자사 출신 사장은 부끄럽게도 독단과 불통을 선택했습니다.

권한만을 내세우며 막무가내로 광주MBC를 경영했습니다. MD 문제,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 문제, 예산 편성, 역대급 인사 참사 등 불과 몇 개월 새 일어난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영방송 광주MBC 노조위원장이자 한 명의 지역방송인으로서 참기 힘든 심정입니다.

사장은 저와의 1대1 대화는 물론 집행부나 PD들과의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사내 여론이 악화되자 사원 면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형식적인 소통의 자세만 취할 뿐 지금까지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건 아무 것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장의 지금 모습대로라면 우리에게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출근시간에 맞춰 무기한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사장이 노조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권한만을 휘두르고 있는 이때, 더 이상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로 풀고자 하는 기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지역MBC를 대표하는 MBC본부노조의 수석부위원장(부산MBC)과 조직국장(안동MBC), 정책실장(울산MBC)이 오늘 광주를 내려와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입니다.

파문은 사장에게서 시작됐습니다. 해법 역시 사장이 갖고 있습니다. 사장이 MD, 프로그램 중단, 인사 문제 등 사내 불만을 해결할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결자해지하라는 겁니다. 노동조합의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영방송 광주MBC를 지키고자 하는 PD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2. 폭거 인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규정과 절차에 맞지 않는 인사는 철회하라.

3. 부문별 인력난 해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라.

4. 광주MBC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수익 비전을 제시하라.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사장과의 만남도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노조는 23일(목)로 예정된 노사협의회를 보이콧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일련의 문제는 단순히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무참히 꺾고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사장이 진정성을 갖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결단할 때까지 더 굳세게 나서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십시오.

조합원 여러분!

안타깝지만 2노조 설립이 공식화됐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위원장으로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노노간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힘들수록 하나된 노조의 울타리 안에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위기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함께 이겨 나가겠습니다. 광주MBC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고, 우리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조합에 힘을 실어주시면 광주·전남지역의 대표 공영방송이자 광주MBC 방송인이라는 긍지 하나로 버텨온 우리의 신념이 훼손되지 않도록 앞장서겠습니다.

혼란스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조합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조합원 여러분의 말씀을 귀 담아 듣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기다리고 찾아뵙겠습니다. 이 위기를 함께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아무쪼록 조합원 여러분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2021년 12월 2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광주지부 위원장 정용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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