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주민자치 실현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들이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참여하면서 민주주의가 견고해졌듯이, 주민들이 지방자치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참여하면서 자치분권 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되고 전국 시도와 시군구에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30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 지방자치 현장에는 지방의원과 단체장만 보일뿐 선거권만 가진 수동적 객체에 불과했던 지역 주민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일상적으로 자치할 수 있는 권리를 자각하고, 각종 위원회와 기구, 주민참여예산 등 정책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지방의 현장이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광주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대구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에서 개최한 ‘대구‧광주 지방분권 대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지난 9일 광주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대구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에서 개최한 ‘대구‧광주 지방분권 대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세종시에서는 19개 읍면동 모든 행정단위에 주민자치회가 구성되었고,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주민총회, 마을총회라는 직접민주주의 형식의 정책결정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논산시는 주민참여예산을 신청한 15개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사업에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시와 광주시의 지방분권협의회는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법과 대선이후 착수하게 될 국회의 지방분권 개헌작업에 반영되어야 할 자치분권과제를 도출하였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자치분권 2.0시대의 제도화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주민자치를 뒷받침할 주민참여권이 다양하게 반영되어 있다.

제1조의 목적규정에서 ‘주민의 자방자치 행정 참여’를 명시하여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를 천명하였고,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신설(제17조)함으로써 주민참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자치단체의 정보공개 의무·방법 등에 대한 일반규정을 신설(제26조)하였다.

주민이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폐지할 수 있고, 자치단체장에게 규칙의 제·개정 및 폐지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주민이 참여하여 주민소환, 주민투표, 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개선하였다.

지방자치법에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전면 실시하는 조항이 담기지는 못했지만, 현재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개별법이 국회에 다수 발의 되어 있다.

유럽의 지방자치사상가 아돌프 가써(Adolf Gasser)는 “민주주의는 작은 공간에서 날마다 실제적으로 행사되고 실현되는 곳에서만 큰 공간에서 건강한 발전가능성을 가진다.”라고 지적하였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도 “모든 의사결정의 권위는 조직의 가장 낮은 단위 또는 사회적 수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파하였다. 국가단위의 민주주의는 마을 동네조직, 주민결사체 등 풀뿌리 자치조직의 활동으로부터 지탱되고 고양될 수 있다.

80년대 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의 결실로써 현재의 제도적 절차적 민주주의가 비롯되었고, 2016년 촛불시민항쟁으로 역행하던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 있었지만, 서구사회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듯이 우리도 언제든지 역사의 회귀 물결이 재현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허약함이 상존한다.

이러한 민주화 이후의 허약한 민주주의 현상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되고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견고한 기초 위에서만 강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다.

허약한 민주주의를 현실 민주주의의 최대치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정치를 오직 중앙정치로 규정하고, 지방정치 또는 지방자치를 단지 중앙정치에 따른 부수적 현상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자유는 토크빌이 뉴잉글랜드에서 확인했듯이 먼저 지방의 작은 자치공동체에서 체험되고 자란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1836)에서 “자유로운 국가의 강함은 타운십에 있다. 타운제도는 자유를 인민의 손이 닿는 데로 가져와 인민에게 자유를 평화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즐거움과 습관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30년만의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필두로 한 자치경찰제 실시,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 주민조례발안제 실시,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시 등 자치분권 2,0시대의 제도의 핵심은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이다.

이상걸 자치분권위원회 소통협력담당관.
이상걸 자치분권위원회 소통협력담당관.

주민주권의 사상과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자치권을 확대하고, 자치분권이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등장하면서 국가와 지방의 대등하고 수평적인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응과정에서 보았듯이 자치분권이 정착되고 확산되면 자치단체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빛을 발하고,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역량이 강화됨으로써 현장중심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주민자치의 영역은 앞으로의 기대도 많고 개선되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관련법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중앙정부의 권한과 기능이 보다 전면적으로 지방의 자치권으로 이양될 수 있는 지방일괄이양법의 내용과 입법형식이 계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 구성과 형태의 다양한 선택권이 주민에게 귀속될 수 있는 관련입법 및 주민발안·주민소환·주민투표 등 주민참여 3법의 제도개선 및 실질화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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