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나무', '새만금, '김구', '촛불행진' 등
오는 7일부터 15일까지 메이홀에서 작품전

시는 기록이고 이야기이고 역사다. 그럼 목판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예술의 창작 동기는 어디서 발원하는 것일까? 머릿속에 또는 마음의 한 가운데에 몽글몽글 맴도는 그것,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엇, 그것을 예술가들은 시로 또는 그림으로 형상화한다.

전혜옥은 이야기꾼이다. 그림 한 점을 놓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서술한다. 일상적으로 사용 후 쉽게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며, 꽉 틀어막은 새만금 방조제의 역기능에 대해 열변한다. 그림 한 점에서 미래를 예언하고 과거의 많은 담론을 펼쳐낸다.

방림동 아시아목판화연구소에서 전혜옥 작가를 만났다. 미술학 전공이 아닌 국문학을 전공한 대학 후배이다. 당당히 예술 작품을 창출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훈훈함을 느낀다. 어찌 난관과 고통이 없었을까?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그러나 그는 덤덤하다.

생의 그 어떠한 환란도 끄떡없을 불굴의 작가적 생명력을 가진다. 전혜옥 작가의 작품, ‘평화의 나무’에서부터 ‘김구’ 인물화, ‘연인’, ‘새만금’에서 느끼는 그의 세상살이에 대한 연정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촛불 행진’은 목판화로는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제각각 다양한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켜고 거대한 강줄기로 흘러간다. 1980년대 후반 무렵 학창시절에 그녀는 대학 탈춤반에서 활동했다. 현실을 마음껏 풍자하는 탈춤마당에서 그녀는 세상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고 우리 전통의 서사에 대한 형식을 깨우쳤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거대담론을 그릴 때도 소박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즉, 세상살이의 일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이가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다정다감한 형식으로 귀결한다. 

사람들은 흔히 일반적인 목판화를 감상할 땐 칼 맛을 눈으로 느낀다. 날카로운 조각도가 목판에 일정하게 선을 긋고 여백을 떠낸다. 그래서 이런 칼 맛 때문에 목판화는 강력한 시각적 언어를 담지한다.

전혜옥- '새만금 하재마을 팽나무' 40×57cm 목판화 2020.
전혜옥- '새만금 하재마을 팽나무' 40×57cm 목판화 2020.
전혜옥- '평화의 나무' 60×40cm 목판화 2019.
전혜옥- '평화의 나무' 60×40cm 목판화 2019.

그러나 그녀의 조각도는 필요 없는 여백을 단호하게 선을 그어 떠내서 삭제하는 역할이 아니다. 세상에 과연 필요 없는 것이 존재할까? 너와 나 사이에 당차게 금을 그어 흑과 백을 기어코 구분해야 할 것이 존재할까?

저승과 이승을, 삶과 죽음을 단호하게 나눌 기준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을 굳이 나누는 경계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은 한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녀는 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목판을 마치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조금씩 덜어간다.

목판을 파고 다듬는 전혜옥 작가의 칼 맛은 우리의 체온만큼 따뜻하고 자상하다. 내가 그를 대하고 헤어질 땐 참 많은 결실로 충만하다. 뭔가 헤아릴 수 없는 서글픔이 미끌거리기도 하고, 해야 할 과업이 산적해 있는 듯도 하고, 우리가 함께 도전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 충실히 밀려온다. 마음 뿌듯하다.

‘전혜옥 목판화’ 전시회를 응원한다. 얼마나 대단한가? 마음속에 몽글거리는 것,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무엇을 그는 매일매일 작업한다. 한해가 지나는 마지막 달, 12월 그의 작품들이 생생히 역사의 수레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 2021년 12월
/글: 이효복 시인

** 윗 글은 '전혜옥 목판화' 전시 도록에 수록된 이효복 시인의 '작가와 작품 소개' 전문을 게재한 것입니다.  

전혜옥-'연인' 30×38cm 목판화 2019.
전혜옥-'연인' 30×38cm 목판화 2019.
전혜옥- '어부바' 28×17cm 목판화 2020.
전혜옥- '어부바' 28×17cm 목판화 2020.
전혜옥- '탈춤2' 42×30cm 목판화 2020.
전혜옥- '탈춤2' 42×30cm 목판화 2020.
전혜옥- '학살' 35×25cm 목판화 2020.
전혜옥- '학살' 35×25cm 목판화 2020.

 

  전혜옥 작가 약력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개인전>
2021 전혜옥 목판화전(May Hall, 광주)

 <단체 초대 기획전>
2019 영광을 다시 생명의 땅으로(May Hall, 광주)
2019 2020 목판화 보따리展(May Hall, 광주)
2020 5★18 4040 포스터展 -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 특별기획전
(갤러리생각상자, 광주)
2020 꼬로나 퇴치戰(5·18 민주광장, 광주)
2020 13인의 엄마 이야기展(갤러리생각상자, 광주)

2020 5월시 판화전(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광주)
2020 새만금을 다시 생명의 바다로 - 2020 새만금 문화예술제
(새만금 해창 갯벌)
2020 탈핵미술행동 2020 - 고리 서생 핵발전소(또따또가갤러리, 부산)
2020 식민지구 2020展 - 울산 환경미술전(울산 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 울산)
2020 혜원의 촛불을 켜다 - 제2회 여순 평화 미술제(더마스갤러리, 여수 /
금꽃길갤러리, 순천)

2020 이효복, 박현우 시화전(첫눈 시카페, 화순)
2021 둔장, 생명과 평화의 땅展 - 연안 환경 미술행동1(둔장마을미술관, 신안군)
2021 상처에 핀 꽃(갤러리생각상자, 광주)
2021 미얀마 민주시민을 위한 미술행동展
미술행동 - 미얀마 대사관(서울), 5·18 묘역(광주), 5·18민주광장(광주)
전시회 - May Hall(광주), 나무 화랑(서울), 저녁노을미술관(신안군),
안성맞춤 아트홀(안성)
2021 오월 정신 릴레이 아트(5·18민주광장, 광주)

2021 달빛 바다에 빠지다 - 제1회 수화김환기미술제
(안좌면 김환기 고택 일원, 신안군)
2021 무녀도 연안환경 미술행동(쿤스캘러리, 군산)
2021 장생포 연안 환경 미술행동(울산 노동역사관, 울산)
2021 삼척 연안 환경 미술행동(부남미술관, 삼척)
2021 제2회 생명 평화 문화예술제 특별 전시회(전주 현대미술관, 전주)
2021 지구적 關.心.희망의 꽃봉 - 제3회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경인미술관, 서울)

현)아시아목판화연구소 사무국장
광주광역시 남구 천변좌로 586(방림동)
전자우편: asiaprint@han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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