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에서 피아노 음악에 가장 지대한 역사의 발자취를 남긴 이를 뽑으라고 하면 당연코 쇼팽과 리스트이다. 이 두 사람은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의 왕’이라는 수식어를 평생 놓지 않고 낭만파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가이다.

“하늘이 내린 천재, 리스트를 부러워하지 마라. 우리에겐 그와 맞먹는 쇼팽이 있다”는 말이 폴란드에서 자자할 만큼 이 둘의 숙명적인 비교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1810년에 태어난 쇼팽과 일 년 후인 1811년에 태어난 리스트는 무대 연주에서 천재적인 끼를 발휘하며 청중의 열광을 한 몸에 받으며 전 세계의 인기를 끌어냈던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겸 작곡가였다.

쇼팽이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섬세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청중의 감성을 울렸다고 하면, 리스트는 특별한 기교로 피아노의 화려함과 강렬함을 구현한 음악가로 지금까지도 음악 역사상 이들을 뛰어넘을만한 이가 없다고 하는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고 있다.

피아노로 세계에서 가장 예쁜 종소리를 구현한 〈라 캄파넬라〉

클래식 피아노 음악에서 누군가 반드시 한 번쯤은 들어봤던 종소리가 있다. 〈라 캄파넬라〉의 첫 멜로디가 바로 그 시작이다. 본래 이 곡은 리스트의 머릿속에서 나온 창작품이 아니라 사람의 연주실력이 아닌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릴 정도의 뛰어난 연주 실력을 지니고 있었던 파가니니의 작품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의 3악장〉의 멜로디를 듣고 감동에 큰 충격을 받아 그대로 피아노 작품으로 표현한 곡이다. 정확히 말하면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이다.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감동과 함께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화려한 기교의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리스트는 이 느낌과 감동을 끊임없이 갈망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보기로 한다.

화려하며 특별한 피아노 연주 기법으로 청중을 열광시켰던 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어 보겠다.”며 파가니니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를 그대로 하나하나씩 피아노로 옮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탄생된 작품이 리스트 작곡의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집〉으로 모두 6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라 캄파넬라〉는 이 중 세 번째 곡이다.

연주자에게도 너무 어려운 연습곡집

일반적으로 연습곡=‘에튀드’라고 하면 연주 기교를 습득하고 다듬기 위해 만들어진 연습용으로 작곡된 곡을 말한다. 이 연습곡(에튀드)은 본래라면 연주회에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인식을 깨트린 음악가가 바로 쇼팽과 리스트이다.

특히 쇼팽의 『에튀드』 27개의 작품은 피아노의 연주 기법을 습득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매우 기교적이며 예술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들로 구성이 되어있어 오늘날에도 각종 콘서트나 무대를 통해 많이 연주되며 소개되고 있다.

리스트의 〈대연습곡〉의 경우도 단어에 ‘대’가 들어갈 정도로 곡의 위대함이 강조되어 있어 실제로도 매우 난곡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 ‘연습곡’이라고는 하지만,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가 콘서트에서 자신의 제자와 함께 연주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에도 각종 무대에서 콘서트용 프로그램으로 뽑혀 연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세 번째 곡 〈라 캄파넬라〉는 높은 고음에서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의한 독특한 작풍과 화려한 연주 기법에 의해 ‘연습곡’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훌륭한 연주회용 작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라 캄파넬라〉의 첫 멜로디는 피아노에서 울리는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이다. 깨끗하고 청아한 종소리를 인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피아노의 제일 윗부분인 고음에서 재현하여 청중의 귀를 순식간에 사로잡아 멈추게 한다.

어딘지 모르게 구슬프기까지 하는 첫 멜로디의 시작은 어느덧 걷잡을 수 없는 화려함의 극치가 되어 전개되는 모양새로 인해 청중에게 끊임없는 인기를 얻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쁜 종소리의 피아노 음악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4호(2021년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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