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 전시
ACC 레지던시 8팀 작품 전시…인류세에 도전하는 예술적 상상
24일~12월 5일 ACC 복합 2관

1962년 레이철 카슨은‘침묵의 봄’출간을 통해 인간이 만든 화학 물질인 DDT가 지구를 죽음의 행성으로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태계가 파괴돼 봄이 왔음에도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을 인식케 해 전 지구적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1972년에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으로 인류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로마클럽 보고서가 나왔다.

지구의 파괴된 환경에서 생존의 위협은 받고 있는 인류는 이제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예술적 상상력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지구의 새로운 영토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탐구하는 전시가 마련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직무대리 이용신)이 오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ACC 복합2관에서 청년작가 레지던시 결과전시‘새로운 지구 행성으로의 이주’展을 개최한다.

레지던시 공모에 선발된 8팀 9명의 입주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코로나가 소환한 그동안의 침묵을 뒤로하고 소란한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8가지의 전술을 발휘한다.

조주현 큐레이터(연세대 겸임교수)가 총괄기획한 본 전시는 예술가, 전시 기획자, 과학기술연구자, 고고미술사학자 등이 상호 관계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를 탐구하고 인류학과 자연과학에 예술적 상상과 개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먼저 신재은 작가는 인간 중심적 사회에서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인간/비인간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다. 목격자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임의그룹은 환경과 사람의 관계 설정에서 도태된 사람들, 남겨진 것들에 관한 얘기를 퍼포먼스 필름을 통해 재현한다. 청년 세대의 고립된 미래를 파고들었다.

장은하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식용목적으로 아시아로 유입된 외래종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가상의 인물을 통해 발표한다. 예술적 개입을 시도한 셈이다. 황선정 작가는 땅 속 균사체의 지능과 지혜가 인간이 새로운 지구 환경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설치와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박지수 작가는 인류를 역습하게 될 소음공해의 위험성을 음향풍경으로 모의 실험했다. 나혜수 작가는 재난 이후의 도시를 상상하고‘비저너리 건축’방법론으로 시각화했다.

동양의‘반고’신화의 동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관계를 재창조 하는 강민희 작가와 다른 이의 눈(각막, 초점, 시력)을 통해 다중적 현실을 드러내는 이윤재 작가의 작품도 흥미롭다.

작품 전시와 함께 오는 27일·28일 이틀 동안 ‘온라인 리서치 쇼’도 진행한다. 참여 작가의 발표, 영상 상영, 퍼포먼스는 물론 협력 연구자들의 강연은 ACC 유튜브 채널과 전시 누리집(www.ACCyoungartists.com)으로 관람할 수 있다.

카이스트 최명애, 전치형, 조현정 교수가 각각 준비한 ‘재야생화’, ‘공기 위기’, ‘생존 건축’ 강연은 인류세를 바라보는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조주현 총괄기획자는 “청년작가들이 카이스트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발전시킨 작품을 선보여 의미가 크다”면서 “인류세에 도전하는 작가들의 참신한 시각이 담긴 이번 전시가 지구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새로이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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