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껴 둔 자유

많고 많은 세상사에 반드시 금해야 할 것이 있다. 지나치지 말라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한다. 세상에 온갖 말썽은 모두 지나친 데서 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말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말이 있다. ‘검·언·판(檢·言·判)’이다. 다들 알 것이다. 검사와 언론인과 판사다. 모두 존경받고 살아야 할 분들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 나오고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자식들도 저렇게 만들어야지 할 직업이다.

어떤가. 존경받는다고 생각을 하는가. 비웃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욕을 하는 많은 국민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욕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국민이 비난하고 있다. 아무 근거도 없이 비난하는가. 자신들도 잘 알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 중에 노무현 대통령은 판사 출신이고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인 출신이다. 임은정 검사는 현직 검사다. 참여연대 대표를 역임하신 최 모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친한 사이라서 여쭤봤다. 왜 같은 법관들인데 검사 출신들이 욕을 더 많이 먹느냐고. 잠시 눈을 감고 계시더니 대답하신다.

‘검사 지망한 연수원생들 우수합니다. 한데 검사 임용된 지 2년쯤 지나면 변한 걸 느낍니다.’

변한다는 의미를 알고 어떻게 변했는가도 짐작할 것이다. 인간은 조직에서 배우고 조직에서 큰다.

■검찰! 억울해도 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한 연유로 많은 정치인을 알게 됐다. 그중에는 법관이 많다. 판사·검사가 가장 많지만 내가 언론계와 작가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여러 인맥이 넓다. 또한,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들이 어떻게 부패했는지 그 과정도 잘 안다.

앞장서서 부패를 도려내야 할 검찰이 어떻게 부패했는지 국민은 알고 있다. 국민이 무슨 수로 알 수 있는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의 실상만 보고도 알 수 있다. 솔직히 머리를 흔드는 검찰이다. 경멸한다. 그런 국민을 원망할 자신이 있는가. 부끄러워하는 검사도 많다.

판사 얘기를 하자. 1975년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20시간 만에 사형집행을 당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 전 세계가 사법살인이라고 했다.

판사가 두들긴 방망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죄 없는 인간의 원성은 지금도 하늘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검찰과 판사와 독재권력이 죄 없는 백성을 도륙한 것이다. 언론은 무엇이라 했는가.

언론이 죽으면 나라가 죽는다.

무관의 제왕이라고 한다. 관을 쓰지 않은 왕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갔다. 다시 진실로 언론을 두려워하는 세상이 와야 한다. 언론이 존경받는 세상이 와야 한다. 기자님과 기자선생의 시대가 와야 한다. 언론이 살아 있으면 세상은 오염되지 않는다.

세상이 다 썩어도 언론만 살아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하신 스승의 말씀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판·검사 없이 기자가 판단해 주면 승복하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언론이 사실이라고 하면 거짓말로 믿는 세상이 됐다. 가판대에 조·중·동을 보면 구토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언론을 두려워하고 정치를 먹여 살린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달린다고 한다. 말이 언론이다. 진실을 싣고 달리는 말이 아니라 거짓을 싣고 달린다.

■나는 변절했는가.

내가 배신하고 변절했다고 비난하는 후배들이 있다. 이유는 다 알 것이다. 분명히 밝힌다. 이낙연 전 대표로 집권을 갈망했다. 이재명을 비판했다. 그러나 경쟁에서 패배했고 후보는 결정됐다. 승복은 원칙이다. 승복하고 그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나의 소원은 민주정부 수립이고 구악이 살아나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 내가 배신이고 변절이라는 것이다. 이재명이 집권 후 어떤 정치를 할지는 모른다. 잘해 주기만을 빌고 또 빈다. 잘못하면 진짜 촛불을 들고 몰아내야 한다.

나의 생리적 수명도 다 됐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나는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늙은 몸 다 바칠 것이다. 나를 배신자라 하지 마라. 변절자라 하지 마라. ‘사람사는 세상’을 원할 뿐이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자살의 자유. 이 자유를 쓰고 싶지 않다. 민주주의가 활짝 꽃 핀 세상에서 내가 태어난 수명대로 살고 싶다. 가족과 친구들의 아쉬운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나고 싶다.

‘국민의힘’은 누가 뭐라고 해도 검찰독재권력의 후예다. 윤석열의 민주주주의는 그림 속의 백조다. 위장된 민주주의다. 그가 장악했던 검찰권력은 과유불급 정도가 아니다. 숨도 못 쉬는 세상이 온다. 국힘 경선에 참여했던 얼굴들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반드시 민주주의 정권을 세우자. 실패하면 모두 죽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