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켜 주소서.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태어난 목숨이지만 그 순간부터 혼자 못산다. 아들 낳았다고 잔치를 벌이는 축복이 있지만, 태어나자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생명도 있다.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행복이며 태어나자 바로 죽는 것이 두 번째 행복이라는 끔찍한 주장도 있다. 그래도 어디 그런가.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기를 쓰고 세상에 그 많은 범죄도 살기 위해 저지르는 것이 태반이다.

살기 위해 죄를 진다며 그나마 좋다. 사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죄를 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죄를 많이 짓는다. 누군지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으리라.

■좋은 꿈, 나쁜 꿈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예제하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예제하

별로 안 하던 꿈 얘기 좀 하겠다. 좋은 꿈 꾸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꿈도 마음대로 꿀 수 있는가. 맡겨 두는 수밖에 없다. 요즘 꿈은 여간 뒤숭숭 하지가 않다. 나는 정치판과 이런저런 연관을 맺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오래 했기 때문이다. 그냥 이름만 후원회장이 아니라 그분을 돕기 위해 애를 썼다. 그분이 돌아가신지 오래 됐지만 지금도 날 소개할 때면 10여 년 쓴 ‘김삿갓 북한방랑기’의 작가 이기명보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으로 먼저 소개하고 나도 그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게 여기는 것이 그분을 만난 것이라고 여긴다.

생존해 계실 때 늘 의논을 드렸다. 그분도 내게 많은 의논을 하셨다.

정치인과 후원회장. 우리는 단순한 사이가 아니고 혈육과 같았다. 무슨 얘기든 스스럼없이 나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여러 가지 고민을 그분은 어떤 생각으로 보고 계실까. 그래서 꿈에 나타나신 것일까.

역시 내 생각과 같았다.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그분은 생시처럼 분명히 말씀하셨다.

“선생님. 우리가 늘 생각하던 것이 ‘원칙과 상식’입니다. 정의입니다. 그대로 하면 됩니다.”

■경쟁과 승복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이낙연·이재명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경쟁 과정은 전 국민이 주시했다. 마지막 경쟁에서 문제가 생겼다. 패자는 할 말이 있다. 결정해야 한다. 결정했다. 승복이다. 왜 불만이 없겠는가.

그러나 승복했다. 따라야 한다. 승복했으니 따라야 한다. 이제 진짜 승리를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 반민주 세력과의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것이 대의명분이고 상식과 원칙이고 노무현 정신이다.

“선생님. 잘하셨습니다. 이낙연은 지도자입니다. 이제 이낙연과 함께 이재명을 도와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고 원칙이고 저와 선생님이 추구하던 상식입니다. 선생님의 정치적 소망은 민주주의입니다. 그 때문에 저를 도왔고 이낙연을 도왔고 이제 이재명을 도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시기 전 함께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였다. 우리가 싸운 상대는 오늘의 ‘국민의힘’ 세력이었다. 독재세력의 피가 흐르는 국민의힘 세력은 오늘도 과거를 그리워하며 칼을 갈고 있다.

민주당에서 경선에 대한 최종결정이 확정된 이후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어쩔 것인가. 이낙연 전 대표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승복이다.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왜 서운함이 없겠는가. 그러나 결정이 된 것은 따라야 한다.

이낙연은 경선에 승복했다. 나 역시 같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승리를 위해 뛰었는가. 이제 모두의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한다.

꿈을 깬 후 가슴에 남은 소리.

“노무현 대통령님. 이 나라를 지켜 주소서.”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