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이의 작가탐방] 삶은 시간여행- 위재환 조각가
[범현이의 작가탐방] 삶은 시간여행- 위재환 조각가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21.10.30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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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를 찾는 조각가 위재환

십 년도 더 전에 작가를 처음 만났다. 광주 동구 동명동의 작은 작업실에서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온기라고는 없는 공간에서 흙을 치대며 석고를 떠냈다.

돌아오는 길에 작가는 내게 드로잉 작품을 한 점 선물해 주었는데, 펜화였다. 무척이나 세밀해서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 작가의 행보는 한 번도 쉬지 않은 채 앞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메타세콰이어가 즐비한 길을 지나 작은 굴다리를 지나면 멀리 작가의 작업실이 보인다. 조형미가 물씬 살아있는 조각상들이 마당에 즐비하다. 하나같이 마대자루를 이용한 작품들이다. 작가를 만나러 담양으로 가는 날은 초록이 지쳐 단풍으로 변해가는 풍경이 앞섰다.

드디어 꿈의 공간을 찾아

위재환 조각가. ⓒ광주아트가이드
위재환 조각가. ⓒ광주아트가이드

담양에 자리 잡은 지 2년이 되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바로 전에는 서동과 동명동에 있었다. 동명동은 결혼 전부터 그 이후까지 사용했고 서동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있었다. 작은 작업물은 작가의 조형 허기를 채워주지 못했고, 결국 생각한 것이 담양으로 이사였다.

대학 시절 르네 마그리트에 심취했다. 비논리적이며 신비주의적 화풍의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생활을 시작했고, 강렬한 이미지와 상식을 파괴하는 연출 등으로 주목받았다.

공포와 위기감마저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화풍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는데,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마그리트에게 빠져들었고,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작가는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을 창조해 작업으로 끌어내며, 초현실주의적이며 신비로움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과 다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사람이지만 사람 아닌 형상과 동물이면서 동물이 아닌, 새로운 생명을 조형을 통해 창작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정’과 ‘가족’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화재로 집이 소실되면서 우리 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내 손도 화상을 크게 입었었다. 뿔뿔이 흩어져 경제적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그때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뼈아프게 알았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 가정과 가족은 내게 최선의 ‘무엇’이 되었고, 살아있는 동안 내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책임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몽상가 시리즈는 유토피아의 첫걸음

몽상가 시리즈는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알리는 유토피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결핍을 유토피아를 꿈꾸며 몽상가로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유토피아와 몽상은 내가 내 가족과 가정에 바라는 절대적 희망과 소원이다.

거의 모든 작업은 FRP와 마대를 사용해 완성한다. FRP는 조각가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질료이지만 마대는 개인적 취향이다. 기초작업인 흙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궁리하며 연구한다. 천과 마대, FRP를 적용해 마무리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 모든 재료는 하고자 하는 작업의 물성에 알맞으며 재료적 측면에서 매우 경제적이다. 또, 부드러운 물성으로 손안에서 변형이 쉬운 장점을 가졌다. 이러한 장점이 거대한 말, 고래, 마스크를 착용한 몽상가 시리즈를 결과물로 생산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래된 작가의 습관인 드로잉 14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역시 몽상가 시리즈의 일환이다. 붓 펜으로 무심한 낙서처럼 그려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깊다.

위재환 펜화. ⓒ광주아트가이드
위재환 드로잉 작품. ⓒ광주아트가이드

불빛이 빗방울로 쏟아지는 가로등 아래 우산을 받치고 있거나, 머리 위에 동물을 이고 또, 그 위는 구름과 자동차가 있고, 삼각형 산 위에는 펭귄이 있다. 사과 모형 집 속의 계단과 콘크리트 집 밖으로 튀어나온 사람들, 끓는 주전자가 뱉어낸 수증기 속 귀신고래 등에도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대부분 계단 앞에서 망설이거나 또 하늘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몽상인듯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투영한다. 심지어 거대한 작업을 주로 천착하던 작가의 손끝은 놀랍도록 섬세하게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에 대해 잔잔하면서 강력하게 보여준다.

드로잉을 들여다볼수록 그림에 흡수된다. 그림 속의 대상이 되어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할지도 모를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작가가 드로잉으로 구현하고 싶은 몽상가 시리즈일 것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3호(2021년 10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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