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다.

글을 쓸 때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그렇다.

“선생님, 자신이 믿는 친구가 하는 말은 믿는 것이 옳습니다.”

나는 거의 그렇게 행동했다.

며칠 전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얘기를 다 듣고 난 친구가 말했다.

“며칠 더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 행동을 취하고 나면 취소도 어렵네. 좀 더 생각해 보게나.”

ⓒ민중의소리 갈무리 

다른 친구에게 같은 문제를 물었다. 같은 대답이다. 결정했다. 주머니에서 꺼내 내가 찢어버린 것은 더불어민주당 탈당계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것이 몇이나 되랴.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서로 섞여서 돌아가는 것이 세상사다.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단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더구나 영향력이라도 있는 인물이라면 문제가 복잡하다. 좌우간 세상은 복잡하게 되어 있다.

나는 민주당 골수당원이다. 창당 때부터 당원이니 몇십 년 당원이다. 애정도 지극하다. 왜 탈당하려고 했는가. 알 것이다. 며칠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둥글둥글 사는 성격도 아니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성격이다.

내가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얼마나 속이 상했을지는 묻지 않아도 알 것이다. 잊으면 된다. 그래서 탈당을 결심했는데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잊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맞는 말이다. 죽기 전에는 민주당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도 맘대로 안 된다고 했다. 맞다. 하물며 정치가들이야 오죽하랴. 모두 자기가 제일인 줄 안다. 그거 없으면 정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가. 정치는 국민이 알아줘야 한다. 국민의 마음이 내 마음 같은가.

친구들이 내게 물어봤다. 어떻게 할 것이냐.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무슨 의미인지 안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낙연 후보의 상임고문으로 그동안 이낙연을 열심히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인가.

우리는 하나! 참 좋은 말이다. 부부는 나중에 헤어질지언정 ‘부부일신(夫婦一身)’이라고 한다. 역시 좋은 말이다. 운동경기를 할 때 코치는 선수들을 앞에 세워놓고 강조한다. ‘우리는 하나다.’ 좀 험한 말을 보태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말은 좋은데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단결은 좋은 말이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을 알 것이다. 이런 집안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형제끼리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 우애가 참 소중하다.

단결은 어느 곳에서나 귀한 말이다. 요즘 험악한 정치판에서도 단결은 빠짐없이 빛을 발한다. ‘우리는 하나다.’ 정말 하나인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매우 유감스럽지만, 자신이 없다. 내가 민주당원이니까 남의 당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요즘 민주당에서 많이 들리는 소리도 ‘우리는 하나’라는 말이다. 이낙연·이재명 두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이 갈라져 있던 것도 사실이다.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픈 가슴을 달랬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가 민주당이고 이들은 야당과 겨루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라져 겨루던 마음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당위다.

내가 지지하던 이낙연 후보는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했다. 무슨 승복이냐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이낙연 지지자에 앞서 민주당원이다.

서운한 감정이야 왜 없으랴 나중에 사과는 했어도 송영길 당대표는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일베’라는 표현으로 모욕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한마디로 만냥 빚을 질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란 말이 있다. 지금의 아픔 마음도 세월이 가면 엷어지고 결국에는 하나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그토록 촛불 들고 저항했던 반민주세력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모두들 국감을 볼 것이다.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김용판이라는 경찰청장 출신 국회의원이 하는 꼴을 보라. 차마 부끄러워 내 얼굴이 붉어진다. 그게 바로 '국민의힘' 당의 모습이다. 저런 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절대로 정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누구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자.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임을 다짐해야 한다. 탈당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사랑하던 민주당. 속으로 나무라기는 해도 탈당은 생각지 말아야 한다.

내가 찢어버린 민주당 탈당계. 다시는 그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간곡하게 당부한다. 이 후보는 이제 민주당을 대표한 후보다. 말 한마디가 천금의 무게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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