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톡톡] '생태교란종'- 순미경 감독
[영화 톡톡] '생태교란종'- 순미경 감독
  • 김태균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문화연구)
  • 승인 2021.10.2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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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영화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시네마 카메라도, 동시녹음 인력도, 출연할 배우조차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나리오가 눈앞에 영상으로 구현되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기꺼이 우리의 다음 발걸음을 돕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에 남아있다는 건, 그럼에도 이곳 광주에서 영화를 만들려 애쓰는 건, 이 땅에서 단단한 나무가 자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일 텐데...... 스스로가 생태교란종이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시작된 이야기.”

<생태교란종> 기획 의도

순미경 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생태교란종'- 순미경 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광주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저마다 뚜렷한 색을 지닌 감독들과의 만남은 설레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광주의 영화인으로서 그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매번 재확인하는 씁쓸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 어려움이란 다름 아닌 ‘영화제작 인프라의 부족’이다. 광주의 영화감독들은 제작비는 물론이고 장비와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투잡 혹은 쓰리잡을 감당하며 자신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물론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금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신의 장비를 갖춘 시설도 광주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원금은 여전히 영화제작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금액(어느 지원금 심사 담당관은 월 100만 원의 인건비를 책정한 감독에게 “이 정도 금액이면 장편영화도 찍을 수 있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이고 최신의 장비는 대부분 거대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에 쓰이는 실정이다.

순미경 감독의 2021년작 <생태교란종>은 광주에서 영화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광주 자동차 극장 매점에서 일하는 아마추어 영화감독 지우는 봉준호 감독이 졸업한 한국영화아카데미 입학을 꿈꾼다.

그녀는 영화아카데미에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영화를 찍기 위해 이벤트 회사에서 일하며 배우의 꿈을 이어가는 병현과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늘 지우가 “생태교란종”이라고 부르며 키우고 있는 달팽이가 함께 한다.

지우는 한때 함께 활동하던 팀원들이 모두 서울로 떠난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광주에서 계속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병현은 “영화학과 하나 없는 광주에서 무엇을 하냐.”며 부정적이다.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을 시작한 지우와 병현은 우선 동시녹음을 담당할 라짜로라는 인물을 찾아간다.

라짜로는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동시녹음가다. 하지만 라짜로는 “밥은 먹고 살아야죠.”라며 이제는 동시녹음일을 그만두었으니 지우와 병현에게 돌아가달라고 말한다.

라짜로 섭외에 실패한 지우와 병현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리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병현은 서울의 한 극단으로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는다. 그리고 지우는 병현이 캐스팅 제의를 받은 사실은 모른 채 홀로 광주에서 유일한 촬영감독을 섭외하러 나서지만 촬영감독의 얼굴도 보지 못한다.

영화 '생태 교란종' 스틸 컷.
영화 '생태교란종' 스틸 컷.

답답한 마음에 평소 선망하던 박감독을 찾아간 지우는 병현으로부터 “미안하다.”라는 연락을 받고 병현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병현은 자신을 찾아온 지우에게 미안해하지만 지우는 병현이 서울로 떠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출연료로 계란을 건네며 병현을 배웅한다. 그리고 늘 곁에 두었던 달팽이마저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생태교란종>은 막을 내린다.

광주 영화계의 척박한 현실을 담은 <생태교란종>이지만 순미경 감독은 “관객들이 <생태교란종>을 코미디로 봐주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실제로 <생태교란종>은 로마 국제무비어워드 코미디 부분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코미디의 사전적 정의가 ‘사회 병폐나 인간 생활 등을 웃음거리를 섞어서 풍자적으로 다룬 극 형식’이니 광주 영화계의 현실을 다룬 <생태교란종>은 코미디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광주 영화계의 현실이 코미디의 소재가 되다니 아프기도 하다. 아픔을 간직한 채 여전히 카메라와 함께하고 있을 광주 영화인들의 노고가 경이로울 따름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2호(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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