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겠다는 큰 비전을 품고 61일간의 항해를 시작했던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는 ‘디-레볼루션’을 주제로 인간과 기계, 과거와 현재 등 경계를 허물고 다양하게 소통하는 디자인혁명의 면면을 5개의 전시관을 통해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 곳은 ‘주제관’이다.

김현선 총감독이 직접 큐레이팅을 맡기도 했던 주제관은 정보(Data), 차원(Dimension), 일상(Day), 행위(Doing), 표현(Description) 등 5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꾸며졌다. 이 관에서는 세상에 화두를 던지면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내재된 감성을 극대화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등나무꽃, 이팝나무, 식물극장 등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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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연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전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종이꽃의 향연이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서막을 알린다. <프롬 컬러 투 이터니티>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수 천개의 등나무 꽃송이를 형형색색의 종이로 표현했다. 

백색에서 시작해 화려한 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연출했는데, 마치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디 뮤지엄과 완다 바르셀로나의 손에서 피어난 이번 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이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선사한다.

정체성은 어떤 향을 가지고 있을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답을 낸 작품도 있다. 투힐미가 기획한 <오월 빛고을 향기>는 광주의 정체성을 향으로 구현해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변해도, 그때 그 자리를 오롯이 지켜온 이팝나무에서 착안해, 그 향을 포집하고 여기에 순백의 빛을 더해 빛고을 광주만의 정체성을 후각적으로 재탄생시켰다. 관람객들은 시각과 후각만을 이용해 광주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한 정원이 꾸며져 있다. 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경진, 나까지마 주리 작가와 협업해 만든 <식물극장>이다. 식물극장은 1640년 존 파킨슨의 책에서 나온 개념으로 이번 전시에 차용해 미래 정원의 다양한 양상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3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첫 번째는 식물정원으로 정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식물 디자인이 주인공이 되는 서사를 영상으로 풀어냈다. 두 번째 주제인 식물공장에서는 식물을 재배하고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탄소제로를 향한 길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주제는 식물도서로 정원을 꿈꾸고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기록으로 만들었다. 개인의 욕망과 취향이 담긴 정원을 디자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자인이 보여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DNA산수로 보여주는 디자인혁명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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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성공 속에도 디자인혁명이 존재할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뮤직비디오에서 그 답을 찾았다. BTS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던 김준홍 감독의 작품 <XTRA>는 항상 어떤 명사 앞에 붙어서 그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 단어 뜻 그대로, 화려한 이미지로 아티스트와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뮤직비디오를 디자인혁명으로 보고 있다. 메타버스와 사이버 펑크한 이미지를 녹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K-POP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환상을 주는 작품이다.

한국 미디어아트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린 이이남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DNA 산수>는 사공도의 이십사시품 중 웅혼과 충담을 소재로 음양의 조화, 동양 미학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의 DNA를 텍스트로 표현해 소멸되는 산수 따라가며, 역사와 생명의 흐름 속에서 나의 뿌리와 본질을 찾아가고자 했다. 정보의 홍수에 팬데믹까지 더해진 혼돈의 시기에서 우리의 공동체와 인류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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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주 작가의 <봄날은 온다Ⅰ>은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 작품은 직조적인 형태와 형광에 가까운 핑크색 실을 이용해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40년간 단 한 번도 핑크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편견적으로 심하게 여성스럽다고 느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원초적 색감의 핑크 실을 통해 자유와 평화가 있었던 봄날이 돌아와 주길 기다리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최근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김하늘 작가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일회용 폐마스크의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지만 버려진 뒤 마모되고 풍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생물은 물론 인간까지 위협하는 마스크의 실상을 꼬집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해결책까지 제시한 작품이다.

김현선 총감독은 “디자인혁명의 근간은 치유”라며 “과학도 미처 치료하지 못한 내면의 상처들을 디자인을 통해 위로받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또 한 번의 혁명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디-레볼루션 그 너머’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관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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