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입장문 [전문]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의 “해고무효확인” 소송 판결을 환영하며,
전남대는 피해자의 안전한 복직을 즉각 실시하라!

2019년 12월 26일 전남대 산학협력단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였고, 2020년 6월 해고된 피해자는 2021년 현재까지 복직되지 못하였다.

전남대 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신고를 ‘허위 진술’로 판단하였고, 산학협력단은 이를 근거로 피해자를 해고하였다. 광주지방검찰청은 ‘강제 추행’건에 대해 어깨동무/손/팔 위쪽 등의 신체를 접촉한 것은 사실이나, 일반인에게 ‘성적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는 회식 자리에서 가해자에 의한 원치않은 신체 접촉이 있었음에도, 학교는 ‘거짓말이다’, 검찰은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직장내 성희롱 사안을 다룰 때에는 ‘성인지감수성’을 동반한 검토를 통해 사건 속 성차별 문제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반성인지적 과정들이 되풀이되는 답답했던 시간들이었는데, 지난 주(2021. 10. 08) 광주지방법원 민사재판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 소식이 전해져왔다.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이 판결문 서두에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피해자가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하였다.

또한 “회식의 순기능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 사건 이후 피고(전남대 산학협력단)는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석해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는 암묵적 강요에 의해 춤을 추고 노래를 한 것은 아닌지, 늦은 밤까지 좁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신체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회식을 계속해야 하는지 등을 검토하여 회식 문화 전반을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산학협력단은 피해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 사실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전남대와 검찰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증명하려는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성적수치심’ 괜찮지 않습니다”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고소장이나 탄원서 작성 시 수치심을 느꼈다고 쓰지 않으면, 사법기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한다.

“내가 직접 이 말을 쓰지 않으면 (나의 고소장은) 안 받는 건가. 내가 수치를 당한 사람이 되어야만 진짜 피해자가 될 수 있나?”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해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감정은 수치심이 아니더라도 ‘불쾌/화/역겨움/짜증/분노 등’ 다양할 수 있다. 또 피해는 있었지만 씩씩할 수도 있다. 성폭력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꼈느냐가 아니라, 가해자가 한 행위이다. 동등한 동료, 시민,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던 행위를 한 가해자가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이에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의 한 줄기 빛과 같은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전남대학교는 피해자의 안전한 복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21년 10월 12일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