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참사 합동추모제, 유족 추모사 [전문]
학동 참사 합동추모제, 유족 추모사 [전문]
  • 광주in
  • 승인 2021.09.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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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참사 유족협의회 추모사 [전문]

-9월 21일 학동참사 합동추모제 유족 발언-

유가족협의회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고 이강숙님의 딸, 한성은입니다.
 
먼저 돌아가신 우리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해주시기 위해 유족들의 손을 잡아주신 김민석 신부님과 장헌권 목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애써주시고 학동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주신 장연주 의원님, 윤영덕 의원님, 이병훈 의원님, 조오섭 의원님, 이형석 의원님, 민형배 의원님 고맙습니다. 

광주 학동4구역 개개발 건물 붕괴 참사 유가족이 지난 21일 참사현장에서 유가족, 국회의원, 구청장,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예제하
광주 학동4구역 개개발 건물 붕괴 참사 유가족이 지난 21일 참사현장에서 유가족, 국회의원, 구청장, 종교인,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예제하
ⓒ예제하
ⓒ예제하

지금부터라도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해주신 김종효 행정부시장님, 임택 동구청장님 고맙습니다.

유족들이 외롭지 않도록 귀한 시간 내주신 박상호 위원장님, 황순영 위원장님, 문충식 위원장님 고맙습니다.
 
처음 그날부터 유족들과 함께 분노하고 아픔을 나누며 언제 어디서나 오늘 이 자리까지 함께 달려와주신 정의당과 학동참사 시민대책위 및 시민단체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 가족들을 보러 여기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리고 운림 54번 버스를 마주할 때마다 아직도 이 자리를 떠나지못하고 울고계시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고인분들은 사회에서 순식간에 지워졌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 빼앗긴 우리들은 매일 매순간 자살충동을 느낍니다. 탐욕스러운 대한민국 사회에 뼈에 사무치는 증오를 느낍니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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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국제안전도시>라고 하더군요.
슬로건은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라고 합니다.
 
광주시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참사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없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구나 단 한 명의 관료도 깨닫지 못한 것입니까?
 
시민이 죽고나서야 시민안전보험금을 주면 <머물고 싶은 광주, 국제안전도시 광주>가 되는 것입니까?
사전에 재난을 예방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죽으면 일단 돈줌>이게 빛고을 광주의 슬로건입니까?
 
우리가 사정하고 울부짖지 않아도 당연히 먼저 나서서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시민을 지키지 못한 과오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작 피해자들에게 한다는 소리가 "수사를 통해서 책임을 질 부분이 생기면 책임지겠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학동 참사까지 시민들에게 문제를 드러내어야 하느냐?"
"광주시에서는 대형 참사가 처음이라 매뉴얼이 없다. 도대체 뭐가 필요하느냐?"
이게 죽어가는 유족들에게 할 소리입니까?
귀찮은 것들이 찾아와서 떼나 쓰는 골칫덩어리 취급합니까?
 

ⓒ예제하
ⓒ예제하
ⓒ예제하

이것이 광주시 관료들의 민낯입니다.

광주시의 지위 책임을 부정하면서 모든 책임을 현산과 동구청에게 떠넘기며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는데도 전혀 분노가 없습니다.
 
광주시는 진상조사와 사태수습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가 전혀 없습니다.
광주시는 이 참사에 연루된 관료들을 당장 징계하고 파면하십시오.

죄없는 시민들을 죽이고도 뻔뻔하게도 돈을 벌어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광주를 기웃거리는 현대산업개발을 영구히 퇴출하십시오.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고 돈으로 우리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모든 살인자들은 똑똑히 들으십시오.

버스를 타면 마음이 가장 편안했다는 저희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는 도망칠 수도 없는 그 버스 안에서 순식간에 그 엄청난 건물의 잔해에 깔려 온몸이 으스러지고 내장기관이 다 터져서 피바다로 범벅이 된 그 버스에서 즉사하셨습니다.

어머니와 고인들이 느낀 그 공포와 끔찍한 고통의 책임은 적폐인 불법재하도급을 방치한 정부와 돈에 눈먼 살인기업 현대산업개발과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비리 관련자들과 관리감독책임을 내팽개진 광주시와 동구청 돈때문에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건물을 쓰러뜨린 현장관계자 당신들이 똑같이 져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예제하
ⓒ예제하

뻔히 보이는 거짓말과 말도 안되는 변명, 유언비어로 고인들과 유족들을 욕보이지 마십시오.
우리 가족들의 죽음에 주범인 당신들의 지분이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지금이라도 그 죗값을 다 받을 때까지 돌아가신 고인 분들께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광주시민 여러분, 저희 가족들에게만 일어난 일로 구경하고 계시지 마십시오.

나에겐 오지 않을 타인의 고통으로 소비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생떼같은 자식도, 떠올리면 눈물만 나는 부모님도, 자신조차도 6월 9일 4시 22분 이 악마같은 끔찍한 현장에서 한마디 비명도 못지르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이 뻔하다고요?
바뀌지 않을 일이니 돈이나 받고 끝내라고요?
네가 미쳐 날뛴들 달라지지도,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요?
 
<우리가 잘못해서 가족들을 죽였습니다. 죽을 죄인입니다.
그 한마디를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예제하
ⓒ예제하

죽고 싶은데 죽을 수도 없습니다. 저희 유가족은 꼭 알아야겠습니다.
왜 어머니가 그토록 아프게 돌아가셨어야 했는지 참사의 진실을 꼭 알아야겠습니다.

살아서 모든 살인자들이 죄값을 치루는 것을 똑똑히 보아야겠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죽어서, 그 눈물겨운 희생의 댓가로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올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안전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임을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회는 제가 죽고난 뒤 제 조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반드시 와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족으로서, 시민으로서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과정없는 결실은 없습니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비난할 시간에 함께 움직여주십시오.
 

ⓒ예제하
ⓒ예제하

이 사건은 과실이 아니라 분명 살인입니다.
사람의 상식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우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 적폐들을 샅샅이 찾아내고, 엄중히 처벌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광주시가 다시는 권력과 돈에 시민들의 목숨을 맞바꿔치지 않도록 유족들의 편에 서서 불법과 끝까지 싸워주십시오.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다시는 이같은 후진국형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광주학동참사를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부디 바랍니다.

2021년 9월 21일 

학동붕괴 참사 유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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