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썩었으면 낭패

아이들은 큰 과일을 고른다. 어른도 같다. 큰 것들을 좋아한다. 한데 속이 상했다. 재수 없다고 버린다. 과일이야 다른 거 고르면 된다. 그러나 인간은 어쩌지. 버리면 그만인가. 썩은 인간은 어디 가서도 썩은 짓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 고르기가 힘든 일이다.

■쯧쯧, 인물이 아깝다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들이 TV 앞에서 쩔쩔맨다. 변명하느라 아등바등 애를 쓰지만, 원래 잘못을 변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리 뻔뻔한 정치인도 도리가 없다. 훤한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진다.

‘인물이 아깝다.’ 국민들의 탄식이다. 음식은 상하면 개를 주면 된다. 그러나 잘못된 인간은 버릴 곳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유감스럽게도 세상에는 버려야 할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다. 저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일 인간이라고 자부할지 모르고 특히 정치인들은 그런 자만심으로 살아갈지 모르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정말 아니올시다.

정의라는 것이 꼭 사과껍질처럼 벗겨봐야 아는 것도 아닌데 요즘 정치인들의 정의는 너무나 아리송해서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제대로 된 언론의 검증으로 어렴풋이 알 수가 있는데, 언론 역시 변신의 달인이라서 정확하게 알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반듯한 양심의 소유자라면 알 수가 있다. 그게 누군가. 직접 이해로 얽혀있지 않은 국민의 양심이다.

■인간이 왜 그 모양인가

많이 듣는 말이다. 사람이 왜 그 모양이냐. 대답은 뭔가. 인간이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틀린 대답인가. 처음부터 인간을 그런 동물이라고 치부를 해 버리면 특별히 실망할 일도 없다. 보기 좋은 큼직한 과일을 골랐으니 기대가 컸지만, 그 속이야 알 수가 없다.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해 뭘 하는가.

내가 사람을 잘 믿는다. 한번 믿으면 오장을 다 빼 준다. 작가생활에서야 실망할 것이 뭐가 있는가. 재주껏 쓰면 된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이후 참 난감하다. 나는 두 개의 인간으로 존재해야 한다. 원래 태어난 나로서의 인간과 껍질을 뒤집어쓴 또 다른 인간으로서 말이다.

‘인간이 왜 그 모양이냐’라는 질문에 ‘원래 인간은 그렇다’는 대답을 함께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한다.

노사모 출신 후배 정치인이 있다. 대학 후배이자 국회의원이다. 방송에 나와서 ‘내가 그를 지지하는 것은 노무현정신을 구현할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노무현 좀 뺏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노무현을 말하는가. 그냥 자기 소신이라고 하면 된다. 후배 하나 또 잃었다. 내 탓이다. 인간을 사과처럼 껍질 벗겨 볼 수는 없다.

남아있는 나의 인생은 어떨 것인가. 보기 좋은 과일을 사서 벗기니 속이 기막히고 맛 또한 일품인 그런 인생일까. 그냥 소망일 뿐이다.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인간 아닌가. 내게 실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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