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도덕을 잃으면 짐승이다
[이기명 칼럼] 도덕을 잃으면 짐승이다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9.06 11: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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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포기 선언만은 말자

내가 독재 세력에게 충성하다가 절연했을 때 그들은 날 배신자로 매도했다. 배신이 무슨 수학 공식도 아니니 배신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들 해석대로 나는 독재에 충성했으니까 그들 눈에는 배신자다.

전화도 자주 하고 잘 따르던 후배가 요즘 뜸했다. 혹시 몸이라도 안 좋은가 해서 전화했더니 안 받는다. 걱정됐다. 소식은 딴 곳에서 왔다. 딴 곳이 어디라고 밝히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민주당 경선에 후보자들이 많고 저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지지자가 많은 후보도 있고 적은 후보도 있다. 언론이 조사했다면서 누가 지지율 1위라고 순위를 매긴다. 맞든 안 맞든 신경들을 많이 쓴다. 누가 어느 캠프로 가서 무슨 자리를 차지했느니 말도 많다. 벌써 청와대 자리도 맡아 놨다는 소문이다. 입도선매(立稻先賣)다.

소식이 뜸하던 후배를 만났다. 혼자 찾아왔다. 표정이 어둡다. 나름대로 부담이 엄청나게 컸던 모양이다. 괜찮다. 정치판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각서 쓰고 공개 지지 선언한 것도 아닌데 그럴 거까지 없다. 이 판에서는 아직 순진한 친구다.

■우리는 동지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야 무엇이 다르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는 같은 땅에서 살 사람들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이민 가서 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마음이 좀 편치 않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있던가. 민주당 경선 결과가 발표됐다.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넘게 득표했다. 축하한다.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양쪽의 후보 지지자들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응원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만 과열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고등학교 시절 과잉응원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일도 흔했다. 민주당 선거운동에서 양쪽의 응원이 도를 지나친다. 특히 몇몇 열성 지지자들의 응원 글은 차마 보기가 역겹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서로들 치고받는 모습을 보면 미친개들이 싸워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몇몇은 정말 ‘인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읽으면 피차 얼굴을 못 들 욕설을 써놓고 기분이 좋을 지지자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후보자들은 몹시 난감할 것이다. 그런 걸 감안해서 극성 지지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진심으로 권하는 말이다. 찾아온 후배가 하는 말도 이해는 간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의 정치에서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재명 후보 쪽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도 그런 현상입니다. 정치는 무지개 같은 것이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지지율 높은 쪽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들이 후보자의 정책 따집니까. 내게 이로우면 욕먹어도 갑니다.’

대부분이 그렇다. 박 모 여성 지도자의 경우를 보라. 서울시장 선거 때 자신을 위해서 이낙연 후보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 것이다. 나 역시 열심히 도왔다. 사람 같지 않다고 하면 무척 화를 낼 것이다.

‘선생님. 제 정치적 소신은 이낙연 지지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리죠. 일반 국민들에게 이재명은 만만합니다. 만만한 후보가 편합니다. 얼마나 결점이 많습니까. 그러나 이낙연 후보는 왠지 어렵게 느껴집니다. 국민은 만만한 후보 편을 들게 됩니다. 이재명 후보의 욕설도 양심은 용서를 못 하지만 금방 잊습니다. 어느 놈은 별놈이냐는 국민의 생각입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국민은 공자님을 대통령으로 뽑는 게 아닙니다.’

■도덕을 버리면 짐승이 된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면 수영을 잘 못 해도 구하려고 뛰어드는 게 인간의 본능이자 양심이다. 이제 그 양심이 사라져 간다. 이유는 정치다. 정치가 인간의 순수한 양심마저 마비시켜 버렸다.

뻔뻔한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정치를 그냥 계속할 것인가. 이런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 줄 작정인가.

국민의 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 뚫려 있는 귀니까 듣기는 했을 것이다. 어떤가, 양심이 통증을 호소하지 않던가.

글을 쓰다가 자판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수시로 느낀다. 짐승이 되지 말자. 짐승이 사는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산단 말인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 국민만이 할 수 있다. 좋은 대통령을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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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2021-09-06 14:06:23
어쩌면 이렇게 기운이 넘치실까?? 양심의 힘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