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는 회복이 안 된다

■ 아침부터 욕먹었다.

이름도 모르는 경상도 사나이. 봉하에 산다고 했다. 욕을 한다. 이재명 후보 욕을 했다는 것이다. 비판은 했어도 욕은 안 한다. 비판도 욕으로 들리는 충성파인 모양이다. 대놓고 내게 욕한 남자는 처음이다.

신뢰가 얼마나 힘 드는가

ⓒ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술을 끊은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알코올 중독의 지옥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옥의 사슬은 아직도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술을 끊어? 개가 똥을 싫다고 해라.”

안 믿어준다. 남몰래 마실 거라고 믿는다. 알코올중독 당시 목이 간질간질 갈증과 함께 발작이 시작됐다. 눈앞에서 소주잔이 오락가락한다. 오늘만. 오늘 한잔 만. 몇 번을 되뇐다. 맹세가 허사가 된다. 그 고통을 이기고 술을 끊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나눈 얘기를 술 취해 말하면 안 된다. 혀를 물고 술을 끊었다. ‘대통령이 드리는 술잔은 비우셔야죠.’ 그래도 안 마셨다. 이제 술 한 방울도 입에 안 댄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술을 끊은 걸 믿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신뢰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믿음이 깨지면 회복이 안 된다. 정치인도 같다.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이 힘들다. 혓바닥이 잘려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위한다면 말이다.

후보자 토론

7월 28일 민주당 대선 후보자들의 정치토론을 시청했다. 내가 보는 초점은 누가 거짓말을 안 하느냐는 것이다. 6명의 후보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정책을 말하는데 난 두 후보에게만 관심이 있다.

누구라는 것은 다 알 것이다. 냉정하게 시청했다. 난 노무현 대통령 이후 정치인의 말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아는 정치인 하나는 자기 자신도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어제 토론을 보면서 국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들 나름대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비교적 정치인들과 많은 접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제발 정직하라는 것이다. 정직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하면 경험이다.

경험에 의하면 토론의 많은 부분이 신뢰를 상실했다. 무엇을 보고 아느냐. 종합적이다. 과거의 행적, 논리, 말소리, 눈동자 등등. 대충 맞아떨어진다.

방송을 보면서 참으로 바보 같은 정치인도 있구나 하는 한탄을 한다. 저 말을 국민에게 믿으라고 하는 것이냐. 자기 입으로 거짓말을 다 늘어놓고 국민에게 믿어 달라고 하니 국민에게 바보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한심한 지도자들이다.

자신이 이런저런 잘못 저지르고 정말 못된 짓 했는데 다시는 그 짓 안 한다. 새로 태어난 놈으로 보아 달라. 믿거나 말거나 최소한 이런 사과 한마디쯤은 해야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 아니냐.

난 아직도 어느 후보자가 형님에게 했다는 욕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나도 위로 다닥다닥 형님을 3명이나 두었는데 다투기는 했어도 ‘이놈’ 소리 한마디 안 들었다. 물론 형에게는 상상도 못 할 소리다. 이재명 후보의 욕설을 들으며 스스로 인간포기라는 생각을 했다.

토론을 지켜보면서 누가 무슨 거짓말을 하는지 나는 안다. 점쟁이냐고 따지면 할 말이 있다. 점도 과학이다. 이거저거 다 따져서 결론을 내린다. 지역가려서 선동하면 이건 제대로 된 정치인이 아니다.

‘난 누가 대통령이 되도 혜택받을 거 없다. 혜택받은 것도 없다. 내 눈에는 모두 보인다. 정치만 잘하면 된다. 백제 신라 안 따지고 공평하게 살면 된다.’

정 하나도 안 변하면서 거짓말 늘어놓는 후보자를 보며 진짜 질렸다. 거짓말도 중독이 된다. 무슨 거짓말을 해도 대통령만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국민은 그런 정치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도 바보도 아니다.

다음에 또 거짓말을 하면 어느 누구라도 공개비판을 할 것이다. 내 글을 믿는 국민들이 많다.

경고한다. 정직해라. 거짓말 중독에는 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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