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갖고 고발장 접수
"조합장 비리, 문흥식 도피, 보류지 과다 허가 의혹" 제기

학동 건물 붕괴 사고 관련 광주경찰청 항의방문 및 기자회견문 [전문]
 

학동 참사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경찰의 일방적인 1차 수사 경과 발표 연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학동 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 과정은 언론 보도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다. 그래서 중간 수사 경과 발표가 중요했다. 그동안 여러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경찰이 얼마나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정되었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찰이 갑자기 중간 발표 없이 최종 수사 결과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과수 사고 원인 분석 결과가 늦어져서 원인 규명을 발표하지 못한다는 게 그 핑계다.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 황순영)이 8일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명의 사상자 발생한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 황순영)이 8일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명의 사상자 발생한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지금까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원인과 책임 규명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 원인 분석이 늦어져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면, 책임 규명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인가 묻고 싶다.

직접적 사고 원인 규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학동 참사를 둘러싼 현대산업개발의 책임 문제, 학동 4구역 재개발 조합의 비리 문제다. 이를 규명하는 것이 학동 참사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해 이미 밝혀진 것처럼, 이번 참사의 원인들은 다층적이다. 재개발 사업 비리와 현대산업개발 원청 책임은 그물망처럼 얽혀있다.

그것들이 제대로 수사되고 있는지 점검할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없다면, 광주경찰청이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내 비리 문제, 조합장 부정선거와 브로커의 전횡, 정·관계와의 유착 문제, 보류지 부정 제공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외국으로 도피한 정비관리업체 관계자 봐주기 의혹 또한 철저하게 규명되고 있는가.

첫째, 학동4구역 조합장 불법선거 의혹을 재수사하라.

정의당 광주시당 간부들이 8일 학동4구역 참사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은 후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정의당 광주시당 간부들이 8일 학동4구역 참사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은 후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시작은 학동4구역 조합장 불법선거였다. 과거 OS요원을 고용한 부정선거와, 해외로 도피한 문흥식 씨의 투표함 강제 개봉 사건으로 선출된 조합장은 지금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조합원들이 OS요원의 부정선거 녹취록과 선거장에 난입한 문 씨에 대한 진술과 영상기록을 가지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제기된 의혹들을 밝히지 못하고 무위에 그쳤다.

만약 경찰이 적극 수사로 부정선거를 밝히고 조합이 정상화되었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참사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합장 불법선거 의혹을 재수사하라.

둘째, 사건의 핵심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문흥식 씨의 도피 과정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문 씨는 사무실에 나타나 다수의 자료를 챙겨갔다고 한다. 그리고 13일 미국 시애틀로 도망갔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불과 4일 만에 문 씨가 홀로 미국으로 도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발급받거나, 전자여행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둘 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절차다. 해외 출국에 필수적인 코로나19 검사 또한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 씨의 도피 과정에서 경찰이 출국금지와 같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도피 가능성이 있는 사건 관련자의 신변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다.

벌써 시민들은 경찰 내부에 문 씨의 조력자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후 수사결과가 충분치 않다면 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경찰은 문 씨의 도주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문 씨가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도망갈 수 있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하라.

셋째, 규정보다 4배 많은 학동4구역 보류지 특혜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정의당 광주시당 간부들이 8일 광주경찰처 앞에서 학동4구역 붕괴 참사에 따른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문과 고발장을 들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정의당 광주시당 간부들이 8일 광주경찰처 앞에서 학동4구역 붕괴 참사에 따른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문과 고발장을 들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광주광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와 재개발조합 정관에 따르면 학동 4구역의 보류지(조합원과의 소송에 대비해 여분으로 남겨두는 세대)는 총가구의 1%인 22세대다.

그러나 동구청은 이보다 4배가 넘는 90세대의 보류지를 조합에 승인해주었다. 통상적으로 보류지가 1% 미만으로 지정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동구청이 허가해준 것을 두고, 조합과 동구청 간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조합이 이렇게 확보된 보류지의 잔여분을 지역 정·관계에 로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과도한 보류지 지정과 정·관계 유착 의혹에 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

넷째, 학동3구역 부적격세대와 임대주택에 대한 특혜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학동4구역 이전에 분양된 학동3구역은 일반 분양 결과 100여 세대가 부적격 세대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이후 부적격 세대의 분양권이 정·관계 유력 인사와 경찰 간부 등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분양권을 받으면 이후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이는 명백한 특혜 제공이다. 이번 학동4구역과 3구역의 조합장이 같은 인물인 만큼, 경찰은 관련 인물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적격 처리된 분양권이 누구에게 어떤 경로를 통해 제공되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언제까지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정의당이 광주 전역에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제보받는다는 현수막을 게시한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시민들의 제보 전화와 방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학동 4구역뿐만이 아니다.

이미 광주 곳곳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이권 개입, 조합장 비리, 업무추진비 유용, 용역 업체 선정 비위 등이 횡행하고 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 관청과 바로잡아야 할 경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학동 재개발사업에서 드러난 의혹들만 보더라도, 광주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관리·감독하고 수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행정과 경찰은 제2의 학동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기자회견하는 정의당 광주시당.
기자회견하는 정의당 광주시당.

소는 잃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학동 참사로 광주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제 광주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개발비리를 근절하고 개발참사를 막아내서 광주를 부정부패 없는 정의로운 도시,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동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표피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져야 한다.

정의당은 오늘 경찰청 항의방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경찰에 전달하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다. 경찰이 부디 경각심을 가지고 학동 참사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란다.

2021년 7월 8일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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