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인 민서는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대학생이다. 자신에게 소득이 생기면 기초생활수급비(이하 수급비)가 깎이는 것을 알게 된 민서는 타인의 명의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친구인 서연에게 명의를 빌려줄 것을 부탁한다.

취업 준비로 바쁜 서연은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민서에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할 것을 요구한다. 서연이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가 자사에서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면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기에 서연은 민서에게 조건을 내건 것이다.

서연의 명의로 서연이 원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민서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방치된 어머니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

송원재 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송원재 감독. ⓒ광주아트가이드

취업 준비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민서지만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서연을 위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민서에게는 버겁다. 하지만 민서는 어머니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하고 서연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힘겨운 나날을 이어간다.

힘들지만 별 탈 없이 지내던 민서의 집에 예고도 없이 구청의 사회복지사가 방문한다. 이것저것 묻는 사회복지사 앞에서 민서는 자신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사실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하지만 위기를 잘 넘긴다.

사회복지사는 오히려 민서에게 대학을 졸업하면 수급자에서 탈락될 수 있으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놓으라고 권고한다. 소득이 생기면 수급비가 깎이거나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것이 현실인데 말이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민서는 간병인이 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간병인이 어머니를 방치한 것처럼 느낀 민서는 간병인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간병인 역시 화를 내며 민서의 집을 나선다.

간병인과의 일이 마음에 걸린 민서는 간병인에게 사과의 문자를 보내다 서연의 전화를 받는다. 서연의 전화를 받고 서연의 집으로 찾아간 민서는 자신의 집에서 챙겨온 수면 유도제를 서연이 마시던 음료수에 넣는다.

다음날 있을 서연의 면접에서 서연이 합격하면 자신이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서는 수면 유도제가 든 음료수를 끝내 서연에게 권하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신고로 아르바이트를 한 사실이 발각된 민서는 사회복지사를 만나러 구청에 간다. 사회복지사는 민서에게 부정수급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환수되고 수급자에서 탈락될 것이라고 말한다.

망연자실한 민서에게 전화한 서연은 면접을 망쳤다며 울먹인다. 수급자 재신청을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민서는 담당자로부터 수급자에 재선정되면 다시는 부정수급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담당자를 매섭게 쏘아보는 민서의 시선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송원재 감독의 <흔한 이름>은 ‘가난을 수치화하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복지제도’를 다룬 작품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에 제목도 <흔한 이름>인 것이다.

송원재 감독은 “등장인물들 각자의 입장을 잘 살려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관객들이 등장인물들 각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헤아리며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흔한 이름>의 감상 포인트를 일러주었다.

“극 중에 민서와 간병인이 다투는 장면이 있다. 민서와 간병인 모두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인데도 서로 다투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것 같다.”

송원재 감독은 세상의 모순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비일상적인 순간들을 좋아하며 “현실에 있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송원재 감독은 “앞으로는 재미있는 영화를 추구하고 싶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흔한 이름>은 사회로부터 호명 당한 개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급자’로 호명된 민서는 ‘수급자다운 삶’을 살 것을 강요받는다. 국가에서 지급되는 수급비가 부족함에도 함부로 돈을 벌 수 없으며,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도 국가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 민서지만 수급자라는 호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의 이름인 ‘서연’으로 또다시 호명 당함을 택한다. <흔한 이름>은 호명으로 짜인 이 시대라는 직물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9호(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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