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무드.한 경선 룰 내분 반사이익 기대

주도권 경쟁속 통합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한줄기 빛이 보이네." 어둡기만 하던 범여권의 표정이 모처럼 밝아지고 있다. 여전한 바닥 지지도 속에서 반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답답해 하는 형국이지만 최근 대외환경의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게임은 끝나봐야 안다"며 다시 구두끈을 조이는 듯한 분위기가 움트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의 해빙무드가 범여권에 `단비'가 되고 있는 듯하다. 북.미간 화해 움직임이 뚜렷해지는데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범여권이 견지해온 대북 포용기조의 `효용성'이 입증됐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대형 이슈가 부각돼있지 않은 현 대선정국을 평화개혁세력 대 수구냉전세력의 대결구도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 범여권은 주목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북 화해국면이 조성되면서 범여권이 대북정책에서 다시금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며 "이는 대선정국의 흐름에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내부의 미묘한 `흔들림'도 범여권에 기대감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최근 경선 룰을 둘러싼 한나라당 `빅2간'의 갈등양상은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지지세력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범여권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란 얘기다.

물론 범여권에 직접적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나라당 일변도인 현재의 대선 틀을 뒤흔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범여권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내부균열 조짐의 여파로 50%를 넘나들던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완만한 하강세를 그리고 있는 점을 범여권은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적 환경이 호전되고 있지만 범여권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외생적 변수로 일정한 반사이익을 꾀할 수는 있지만 `자력'으로 지지도를 끌어올릴 만한 내부의 구심력과 결집도가 크게 와해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여권내 제정파가 제각기 `명운'을 내걸고 통합신당 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밑그림 조차 나와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정파들 사이에 신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면서 `자중지란' 양상만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범여권 최대의 지분을 점한 열린우리당은 2.14 전당대회를 치른 지 한달을 맞도록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에 머물고 있다. 당초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던 `심리적 데드라인'인 화이트데이(14일)가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고, 내부에서는 다시 수런거림이 감지된다.

물론 정세균(丁世均) 의장을 필두로 한 당 지도부가 내부 추스르기와 대통합 신당 추진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예상됐던 2차 집단탈당 흐름이 형성되고 있지는 않지만 초선의원 일부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전대를 치른 지 한달인데, 계속 결과물 없이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당내에서 지난 한달을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평화연대' 소속 문학진(文學振) 정봉주(鄭鳳株) 의원과 충청권 일부 의원들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즉각적 해체를 주장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우리당을 뛰쳐나온 탈당그룹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전 총장과 모임소속 김한길 의원의 회동,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간의 `통합교섭단체' 협상이라는 두가지 호재가 일정한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로 엮어내지를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는 달리 통합의 흐름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도 태동하고 있다. 4.25 재.보선에서 `연합공천' 카드를 들고 통합신당의 가능성을 시험해보자는 구상이 구체화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정파들간의 복잡한 셈법 속에서 실현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더이상 통합작업을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터라 특정지역에서 일정한 `통합의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리당과 탈당그룹이 추진중인 통합작업도 예상외로 빨리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당 핵심관계자는 "우리는 묵묵히 전진중이고 (진행상황을) 중간에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통합신당 추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공개하지 않는 것"며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범여권이 현재의 수세국면을 탈출하는 길은 외부적 여건의 변화보다도 스스로 내부적 결속을 통해 통합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대선승리의 구도와 전망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hd@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