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민주화운동의 상징 도시이다. 일제시기 호남의병,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민중항쟁, 1987년 6월항쟁에 있어서 광주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비켜서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광주’라는 이름은 명예로웠으며, 민주, 인권,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올해 5.18특별법이 통과가 되고 5.18 3개 단체가 공법단체로 전환해나가는 과정에서 지난 2월에 5.18구속부장자회 현 문흥식 회장의 조폭출신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6월 9일 학동 건물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사건에 문흥식 회장이 연루가 되어있다는 의혹과 함께 13일에는 문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일이 일어났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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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광주’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지난 2월에 이어 다시한번 먹칠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먼저, 5.18유공자를 선정하는 기준과 방식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 위원 구성과 실질적인 선정권한은 광주광역시장에게 있다.

문 회장도 2015년에 상이로 보상을 받고 이후에 5.18유공자가 되었다. 지난 2017년에 윤장현 시장 때 177명이 무더기로 지정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다른 국가유공자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참고해서 지역사회에서 유력인사의 인우보증식으로 지정되는 등의 폐단을 고칠 필요가 있다. 현재 5.18유공자로 4,403명(2018년 기준)이라고 한다.

사실은 5.18유공자는 당시 광주시민 전체일 것이다. 즉 5.18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5.18’이라는 무게는 단순히 한 개인에게 주는 훈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광주정신을 정치와 사회 그리고 일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살아남은 자의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둘째, 지난 2월에 문 회장의 조폭출신 논란이 있을 때 지역사회에서는 침묵했다. 몇몇 뜻 있는 분들이 5.18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제명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지만, 5.18구속부상자회에서 문흥식 회장에 대한 제명처분은 뒤늦게 6월 12일 총회에서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문 회장은 해외로 도피했다. 5.18의 저항정신은 1980년 5월 27일에 군인들에 의해서 시민군들이 진압되면서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속된다면, 최근 5.18정신을 훼손하는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더 처절하게 반성하고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감싸거나 쉬쉬할 일이 아니다. 성찰과 반성 그리고 분명한 진상규명을 통해 광주정신이 여전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셋째, 이번 광주 학동 건물붕괴사건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 정치권, 관료, 조폭과의 연루 문제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건물붕괴가 단순히 철거때 물을 많이 뿌렸다든가 건물공사 때 철근이 적게 들어갔다는 곁다리식 얘기로 그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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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서 밝혔듯이 학동 재개발 철거업체 선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문 회장을 비롯한 총14명을 입건하였다고 하니 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문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과 조기에 송환절차를 걸쳐서 재개발지역 공사업체 선정 및 하도급과정 등 그동안 관례로 치부된 모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명확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범죄혐의가 유력한 피의자인 문 회장이 해외로 유유히 도피하는 것을 방치한 경찰 또한 지역사회에서는 한통속이 아닌지에 대한 강한 의심을 갖고 있음을 수사기관은 유념하길 바란다.

넷째, 광주에서는 지금 수많은 곳이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재개발지역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건설사 배불려주는데 치중하고 있다.

지역 환경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재생이 아닌 1970년대 8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풍을 벗어나지 못하고 광주를 ‘아파트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광주 광산구 신가동재개발도 일부 원주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그래도 철거공사는 진행되고 있다.

석면제거 과정에서의 건강위협, 철거과정에서의 붕괴위험 등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동안 광주지역 재개발과 조합운영에 대한 여러 의문과 제보가 있었다.

이번 기회에 불법적으로 재개발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법적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정관계가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개발조합과 조폭 그리고 건설사와의 커넥션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한다. 

다시는 철거과정에서의 건물붕괴나 원주민에 대한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제2의 학동건물붕괴사고나 제2의 용산철거민살인진압사건이 발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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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18 회원단톡방을 통해서 문 회장이 미국 도피 중에 학동 건물붕괴사고로 피해를 입은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5월 동지에게 사과하고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썼던 안썼던 어이없는 일이다. 어떻게 17명의 인명사고가 있었던 일에 대한 범죄혐의의혹을 받은 사람이 그것이 해외로 도피를 해서 이런 입장문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인가.

뒤에 누군가가 있고 거대한 조력을 받지 않는다면 이러한 뻔뻔한 입장문을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5.18단체의 장을 역임한 5.18유공자라면 해외도피가 아니라 조사받고 죄값을 치루는 것이 그나마 5.18영령에게 사죄하는 방식일 것이다.

두 번 다시 광주정신을 조롱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속히 광주로 와서 진심어리게 사죄하고 학동 재개발조합의 문제와 철거업체 선정과정 등에 대한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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