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세 번째 시집 펴내...사할린 동포의 삶 위로
'총 대신 시로 눈물밥을 짓는 금남로 소녀'의 노래

'숨' '쉼' '조화'를 나근나근하게 빚어온 '금남로 소녀' 고영서 시인이 ‘우는 화살’에 이어 7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천년의시작)을 펴냈다.

고영서 시인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에 시 ‘달빛 밟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으로 <기린 울음>(삶이보이는 창), 두 번째 시집은 <우는 화살>(애지)이 있다.

이번에 세 번째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을 펴낸 고영서 시인. ⓒ고영서
이번에 세 번째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을 펴낸 고영서 시인. ⓒ고영서

이번 세 번째 시집은 사할린을 여행하고 돌아온 뒤 시인의 내면에 깊게 자리한 사할린 동포들의 아픔을 담은 시집이다. 사할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야만 하는 동포들의 숙명, 운명 같은 삶들을 시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온기로 품은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다.

내가 고영서시인을 만난건 20여년 전 광주전남작가회의에 그녀가 입회하면서부터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작가들은 늘 만나면 '어떻게 문학을 하게 됐는가'가 늘 서로의 관심사인데 그는 먼저 연극인의 삶을 살았다는걸 들려줘서 정말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귀를 의심했던건 "말주변이 없어서 문학을 시작 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앞으로 시에 체온이 흘러서 시를 읽는 독자에게 따스함이 느껴지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왜 이번 시집을 그리 정했는지 미루어 짐작할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 시집에서 작가가 꼽고 싶은 시 3편을 고른다면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김윤덕 옹', '먼 나라'인데 모두 사할린에서  만난 동포들의 아픔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그는 말한다 시는 숨이면서 쉼이다.'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시인은 시를 쓰지 못하면 죽은 삶이다.'
'시인에게 시집은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시간이다.'
'모두가 조화로운 삶이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 속의 문장들이 눈에 들어 왔다.
 

고영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연어거 돌아오는 계절' 표지그림.
고영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표지그림.

아득해라, 한 움큼의 꽃잎을 쓸어 가슴에 한 사람을 들여앉히는 일은
               ~시 '목백일홍, 그 꽃잎을' 중에서 ~

어떤 상처는 끝내 사라지지 않고 살아 시간을 증언하지
               ~'전일빌딩245' 시의 첫줄~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고영서

태평양으로 갔다가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만났다
아이누인의 말로 ‘자작나무의 섬’ 사할린,
울퉁불퉁한 자작나무 숲길을 한나절 지나서 본
해질녘의 물비늘들

비행기로 세 시간이면 닿는 거리가 어떤 이에게는 50년,
또 어떤 이에게는 평생 가닿지 못하는 탯자리였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차오르다가 스스로 내동댕이쳐지고
바위에 부딪혀 죽고

돌아가는 곳이 떠나가는 곳

창공에서 내려다보면 섬 전체가 한 마리 거대한 물고기,
지느러미가 아프도록 물살을 거슬러 가고 있었다


이정록 시인은 이번 고영서 시인의 시집에 대해 "억지와 작위가 없다. 살풀이 가락처럼 슬슬 풀어낸다.  시나브로 스민다."며 "그는 총 대신 시를 쓴다. 눈물밥을 짓는다. 금남로 소녀가 된다. 어느새 시인과 함께 돌림노래를 부른다."고 시평을 내놨다.

고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내 곁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위로의 노래를 들려줄 것 같다. 그녀가 있어 빛고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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