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죽음과 시대의 차별을 넘어서는 세상을 바랍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오랫동안 질환으로 여겨졌습니다. 변할 수 없는 우리의 정체성을 사회는 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질병으로 인식해왔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이름이 질병이 아님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아이다호데이입니다.

그러나 올 해는 성소수자에 대한 더욱 거세진 혐오를 체감하는 해입니다. 올 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때, 변희수, 김기홍, 이은용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사회는 그들을 '그냥 사람' 이라고 기억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지나간 ‘또 다른 우리’ 이자 ‘그냥 사람’이었던 그들을 기억합니다. 또한 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우리의 인권이 지켜지는, 더 이상의 혐오와 차별이 아닌, 외면받는 존재가 아닌,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우리의 인권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5.18의 전야제인 오늘, 우리는 그 의미를 다시 되새깁니다. 죽음을 넘어 아픔을 넘어 희망을 꿈꿨던 5.18을 되새깁니다.

오늘은 아이다호입니다. 우리는 질병이 아니며, 우리는 존재하며,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광주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우리가 더 이상 죽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세상을 상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당당한 일상을,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인지하는 광주를, 죽음과 차별을 넘어선 사회를 바랍니다.
5.18이 그랬듯 죽음을 넘어 아픔을 넘어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2021년 5월 17일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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