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전문]

- JTBC 미쓰비시 / 강제동원 관련 보도에 대해 -
 

JTBC는 지난 11일부터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비롯해 일제강제동원 기획 취재물을 연달아 보도하고 있다. 하나같이 억장이 무너지고 참담한 내용뿐이다.

■ 국가기록원, 피해자 자료 관리 실태 전면 조사 필요

13일 보도에 따르면, 어렵게 미쓰비시 탄광으로 동원된 생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구술 채록을 했지만, 2015년 12월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 지원위원회’가 해산된 뒤 관련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했지만, 국가기록원은 관련 영상 자료를 분실하거나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에 의하면, 매년 1천여명 안팎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별세해, 올해 1월 기준 국외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는 단 2,400명에 불과하다. 이미 많은 분들이 뜻을 못 이루고 유명을 달리한데다, 생존 피해자들 역시 90대 중반으로 대부분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본은 최근 통과된 검정 교과서를 통해 드러났듯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마저, 감추거나 왜곡하는 등 역사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일본의 역사지우기에 맞서 우리는 정작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일본의 역사 인식을 꾸짖기 전에, 우리는 과연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 그날의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개탄해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도 이렇게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데, 일본이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방송에서 보도된 사례는 미쓰비시 탄광에 동원된 3명에 대한 것이었지만, 분실된 자료가 단지 3명에 그친 것인지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료 관리 실태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한다.
 

■ 국민들은 ‘불매운동’ ... 공기업·공공기관은 전범기업 ‘퍼주기’
 

11일 보도 내용은 더 기가 막힌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 여러 계열사를 두고 있는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 그룹의 1년 매출만 7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어떤 기업인가. 2018년 대법원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비롯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2년 6개월째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 법원의 판결을 대 놓고 비웃고 있는 전범기업이 오히려 같은 기간 매출이 늘었다니 참담한 노릇이다.

국민적 전범기업 불매운동에도 미쓰비시 계열사들이 건재하거나, 되레 매출이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정부나 공기업, 자치단체 덕분이다.

예로, 한국전력 산하 ㈜동서발전의 경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010~2012년 미쓰비시중공업과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 문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에, ㈜동서발전이 당진화력발전소 9, 10호기 건설과 관련해 전범기업 히다치·미쓰비시로부터 수 천억원의 제품을 구매 계약한 것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2011년 이명수 국회의원(국민의힘. 당시 자유선진당)이 동서발전(주) 담당책임자를 불러들여 국민적 정서 등을 감안해 사회적·도덕적 책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이에 ㈜동서발전은 국민적 관심 사안임을 주목하고 개선 노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동서발전(주)을 비롯해 한전 자회사들은 지금까지도 전범기업의 충실한 고객을 자처하고 있다.

일본의 적반하장 태도에 국민들은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전범기업 ‘퍼주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니,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가 ”특별히 예정된 건 없다. 재판은 재판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WTO에 따른 정부조달협정을 들어 전범기업이라고 해서 입찰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을 회피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WTO법에 의하더라도 'WTO 정부조달협정상 개방 대상‘은 한정돼 있어, 그 밖에 7개 중앙부처, 전국기초자치단체, 교육청과 초중고교, 263개 공공 기관 등에서 과거사 미청산 일본기업에 대한 국가발주 입찰 제한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 법원 판결을 비웃어도,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 한 마디 없어도,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아보자며 수차례 협의 요청도 대 놓고 손사래 칠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다시 한번 정부의 맹렬한 반성을 촉구한다.

2021년 5월 14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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