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직 교수, 미쓰비시 사장한테 고교 한국사 교과서 소개하며 배상 촉구
“한일 공동교과서 탄생했을때 미쓰비시 어떻게 기재되겠느냐?” 따끔한 일침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회원인 나야 마사히로(67.納谷 昌宏) 전 국립 아이치교육대학교 교수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일본 시민단체 활동이 실린 것을 소개하며,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미씨비시중공업에 사죄와 배상을 강력히 촉구했다.

나야 교수는 지난달 23일 미쓰비시중공업 이즈미자와 세이지(泉澤清次) 사장한테 편지를 보내, 현행 한국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3종에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소송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 소개된 것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했다.

나야 마사히로(67.納谷 昌宏) 전 국립 아이치교육대학교 교수.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나야 마사히로(67.納谷 昌宏) 전 국립 아이치교육대학교 교수.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서술을 축소한 고교 교과서 검정을 승인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과 달리,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3종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한일 간 역사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을 비중있게 소개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나야 교수는 편지에서 “한국의 고교생들 상당수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파렴치한 전범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양심적인 일본인이 있다는 것을 역사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다”고 상세히 소개한 뒤, “이즈미자와(泉澤) 사장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쳤던 나야 교수는 또 편지에서 1978년 '독일·폴란드 공통 역사교과서' 탄생 비화를 예로 들어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나야 교수는 “공통된 역사 인식을 갖지 않으면 양국의 친선과 우호, 그리고 유럽의 발전도 없다는 차원에서 1972년 독일·폴란드 교과서 위원회가 출범해 1976년 처음으로 권장 교과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며 “양국의 역사 인식에는 여러 가지 장벽이 있었지만, 양국의 정치인들과 역사학자들이 공들여 역사적 사실을 받아 들이고,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공통되는 부분을 쌓아 올리며 수십 년에 걸친 공동 작업을 실시한 결과, 양국의 역사를 서로 존중하는 공통 역사교과서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쇼비니즘(배타주의)과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을 폐지하고, 자국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자세가 공통되는 역사 인식의 기초가 되고 있고 이러한 누적된 역사 인식이 EU(유럽연합)의 중요한 사상적 기반이 되고 있다”며, 이즈미자와 사장한테 “일본과 한국 사이에도 이러한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야 교수는 그러면서 “만약 향후 이러한 일본과 한국의 공동 교과서가 탄생했을 때, 미쓰비시중공업은 어떻게 기재되겠느냐?”며,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미쓰비시중공업, 파렴치한 전범기업. 이렇게 기술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며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나야 교수의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일본에 미쓰비시중공업과 같은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는 일본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잘못했으니 사죄하십시오. 인간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아무쪼록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죄와 배상을 해야합니다.

제 진심어린 소원입니다.”

한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소송지원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요행동'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4월부터 회원들이 중심이 돼 미쓰비시중공업에 사죄와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엽서 보내기 운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미쓰비시중공업 사장한테 엽서 480회, 편지 19회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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