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국에서 말도 못 하고 끈질기게 하루를 이어가는 또 하나의 사람이 있다.

예술인들이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모두가 죽겠다는데 예술인들까지 앞장에 서서 죽겠다는 소리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1년 2년 그리고 오늘을 버텨가는 우리가 있다.

소극장이 텅 비고 음악 공연장은 근처에도 못 가고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가뭄에 콩 나듯이 점점으로 서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3월 26일 오후 북구 문화예술회관 안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회를 방문해 박종화 회장을 비롯한 15개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3월 26일 오후 북구 문화예술회관 안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회를 방문해 박종화 회장을 비롯한 15개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공연으로 입에 풀칠하는 공연자들도 일 년에 최소한 2~30번 정도라도 무대에 서야 하는데 단 한 건도 없이 지나간 일 년이었다.

소극장 임대료는커녕 전기세 수도세 납부도 벅찬 지경이다. 가난에 대항하여 워낙 강하게 살아가는 질긴 민들레의 투혼들이라서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

시 당국은 예술행사 지원금에 대하여 2년 연속으로 대폭적인 삭감을 단행했다. 소수 관객과 비대면 형식이나마 근근이 예술행사를 이어가는 산소마스크가 됐던 관 지원금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작년부터 삭감되더니 올해는 한술 더 떠 삭감의 삭감을 더한다. 죽을 맛이다.

예술은 공산품이 아니다. 돈이 작으면 작은 만큼 깎아서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일 년을 준비하여 최소한의 비용에 맞추어 지원신청을 한 예술행사의 예산을 그나마 삭감시킨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예산만큼만 공연하고 멈춰버리면 되는 것도 아니고 비싼 물건을 싼 물건으로 대체하는 성질의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예술창작 공연의 예산삭감은 어려운 정국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예술인들에게 큰 좌절감을 주고 있다.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예술인 소액대출을 생활 안정자금 지원이란 허울 좋은 명명으로 시행하는 정부의 정책보다 선차적으로 예술창작 공연행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다.

갚을 능력이 있어야 빌려 쓰기도 하는 것이지 예술인들이 이런 정국에 어디서 돈을 벌어 갚겠는가.

쥐 꼬리 만한 부정기적인 공연수익이 대부분인 예술인들이 돈을 빌려 쓴다는 것은 등산 초보자가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제발 더는 예술인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견디다 견디다 지치면 숨을 멈추는 것이다.

방문 한 번 열어보지 못하고 볼펜 한 자루 들고 책상에 엎드린 채 굶어 죽을 때 그때야 구경하듯 쳐다보지 말고 같이 좀 살자. 아무리 어려워도 예술과 풍경이 있는 우리가 되고 동네가 되자.

정처 없이 삭감되어 가는 예술창작
공연예산. 한 마디로 예술이 섧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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