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 이상호 화백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작품에 대해 박정희 기념재단이 전시 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집단적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1일부터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관 3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이상호 화백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은 4.17m* 2.45m  대형 화폭에 이완용 방응모 김성수 박정희 등 친일파 92명의 손목에 각각 수갑과 포승줄을 채워 일제를 청산 심판하는 역사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지난 3월 31일 오후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두고 본관 주제관 제3전시관에서 이상호 화백이 친일파 92명을 포승줄과 수갑을 채워 친일청산'을 형상화한 '일제를 빛낸 사람들' 자신의 작품 앞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예제하
지난 3월 31일 오후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두고 본관 주제관 제3전시관에서 이상호 화백이 친일파 92명을 포승줄과 수갑을 채워 친일청산'을 형상화한 '일제를 빛낸 사람들' 자신의 작품 앞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예제하

작품에 등장하는 친일파 92명은 친일인명사전과 관련 서적에서 친일 반민족행위가 악질적인 인물들을 작가와 민족문제연구소가 객관적으로 선정했다.

이 화백의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개막 전 부터 미국 뉴욕타임스 및 국내 언론 등에 큰 관심을 받았으며,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원웅 광복회장도 작품설명회에 참석하여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희 기념재단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 광주비엔날레재단, 후원사 56곳에 공문을 보내 해당 작품의 철거 등 전시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박정희 재단은 공문에서 "이상호 작가의 작품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산업화 주역들을 왜곡·폄훼했다"며 "광주비엔날레가 정치성을 배제해야 하는 기준과 원칙을 져버리고 끝까지 작품을 전시하면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철거를 요청한 것.

이에 대해 홍성담 임옥상 류연복 박태규 전정호 화가 등 전국의 문화예술인 258명은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박정희 기념재단 측에서 위 작품을 철거 및 전시중단을 비엔날레재단측에 요구한 것에 대하여 우리 동료 예술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아래 서명 참가 작가 명단 참조)

작가들은 성명에서 "△일제잔재의 흉악한 정신머리로 예술창작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 △세계적인 광주비엔날레 미술축제를 탄압하지 말라 △후원사를 협박하여 지구촌 미술축제를 더럽히지 말라 △박정희 기념재단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무단 방류한 일본정부를 엄중하게 꾸짖는 대책이나 강구하라"고 규탄했다.

이어 "일제 잔재는 사회 곳곳에 암 덩어리처럼 뿌리내리고 독립운동가들에게 빼앗은 옥답을 반역자들의 후손들에게 대물림하고 기득권을 누리며 호화롭게 살고있는 반면, 독립군 후손들은 폐지를 주어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왜곡된 역사의 현실을 강조했다.

작가들은 "박정희는 누구인가. 일본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 일본 천황에게 충성 맹세하며 일본군 장교로서 독립군을 토벌한 역사적 죄인중에 죄인 아닌가. 그는 자발적으로 친일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박정희의 친일전력을 들었다.

이상호 화백이 지난해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자신의 화실에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일제를 빛낸 사람들'을 작업하고 있다. ⓒ예제하
이상호 화백이 지난해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자신의 화실에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일제를 빛낸 사람들'을 작업하고 있다. ⓒ예제하

이상호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형상화 했다. 왜곡한 적 없다. 국가보안법 위반 1호 화가로 구속됐듯이 그동안 예술탄압 충분히 받았다.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장도 "법적 조치에 나선 게 아니라 단순히 공문만 보냈다.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않다"며 "예술가의 역사적 가치관과 혼을 담은 작품에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전시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재단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고 무대응 원칙을 밝혔다.


아래는 성명 참여 작가 명단

강민구, 고경일, 다 솔, 하미화, 배인석, 서혜경, 서수경, 서영란, 서동환, 고근호, 노주일, 노정숙, 조풍류, 최재덕, 최진우, 구명회, 주 홍, 주라영, 류기철, 김창호, 류연복, 박미화, 유재홍, 스타즈, 리일천, 이 하, 이재칠, 이혜령, 이소담, 이수영, 이귀님, 이록현, 이선영, 이현숙, 이현정, 이훈희, 이윤엽, 이범수, 이정임, 이영실, 이종구, 이종민, 이광군, 박 건, 박하용, 박태규, 박선제, 박은태, 박진희, 박일정, 박성우, 박경효, 박광수, 백은일, 헥스터, 곽영화, 안혜경, 안수연, 한희원, 전혜옥, 전미경, 전상보, 전성숙, 전정호, 천현노, 변성진, 변성진, 손순옥, 손순옥, 손향옥, 원아트, 민경준, 신호재, 신경호, 진달래, 남궁윤, 음휘선, 김모은, 김화순, 김두석, 김우성, 김규표, 김희련, 김기현, 김치준, 김준현, 김근숙, 김진열, 김일권, 김남술, 김성심, 김명심, 김영화, 김형대, 김종길, 임의진, 임지인, 임옥상, 임진수, 방정아, 양동규, 성효숙, 정 의, 정희승, 정진영, 정정엽, 송일상, 송성진, 홍덕표, 홍선웅, 홍순관, 홍성민, 홍성담, 오은희, 리명한, 윤만식, 허달용, 편영도, 방문옥, 김원중, 박종화, 김동찬, 정유하, 정용주, 주하주, 강형원, 송충재, 윤형호, 윤의남, 강숙향, 박성언, 최성식, 남유진, 이현미, 조병건, 임용철, 정찬일, 강근희, 강다미, 정진주, 이채은, 김주현, 우문순, 우남일, 김재식, 백영우, 김영규, 고봉주, 김혁수, 강지원, 김만평, 김소영, 김태은, 손덕순, 이도연, 김경희, 엄수경, 김호준, 김은숙, 박상호, 신경환, 임해정, 박정운, 고영욱, 김정훈, 강혜림, 백 민, 홍지연, 김태훈, 안혜경, 이순기, 김지인, 박철우, 이관수, 심우삼, 최대주, 추현경, 김희남, 김정환, 조계철, 이사범, 서을미, 류기정, 오치근, 김동렬, 안태호, 여태명, 이태호, 노순택, 김경화, 정용성, 양미경, 이선일, 전승일, 이진우, 고영인, 윤병옥, 박미경, 박미용, 이규현, 전청배, 박영수, 임신영, 한용철, 김수현, 김종렬, 마경보, 명미희, 김도기, 김혜숙, 정국권, 표종현, 고진숙, 이찬우, 송부미, 황선영, 김미송, 안상희, 임경호, 김금순, 김영아, 김현님, 김혜수, 박광애, 조수희, 박지량, 신원식, 이동탁, 조명현, 한 훈, 김 원, 김현용, 문승미, 문지영, 박정태, 이정선, 임남진, 임채현, 임헬레나, 김혜령, 곽은희, 최재용, 유은숙, 송주웅, 정봉진, 배문석, 김병학, 박경열, 성 백, 전기학, 박재열, 박주현, 김영아, 전영주, 이선일, 전승일, 아트만두, 레오다브, (2021년 4월 21일 오전 9시 현재 예술인 25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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