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

국민들은 2017년 촛불혁명 이후 3번의 선거를 통해 할 바를 다 했다.
2017년 5월 대선 때는 당시 집권당인 자유한국당을 심판하고 문재인을 당선시켰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자유한국당을 심판하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줬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역시 미래한국당을 심판하며 180석이라는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의석을 만들어줬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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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언론환경이 어쩌니 투표율이 어쩌니’ 하는 핑곗거리를 뒤로 하고 여당의 참패는 분명하다.

언론환경을 핑계 삼는다면 1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 때는 언론이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어서 180석을 석권했을까.

2018년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압승한 것은 언론환경이 좋아서였던가.

패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로 돌리는 건 망조의 지름길이다. 냉정한 성찰과 반성으로 정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올바른 대처방안을 내올 수 있기에 그렇다.

이번 선거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와 분석을 한다면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자 국민의 승리’라고 본다. ‘국민의 힘의 승리’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박영선 39% 득표율의 의미

ⓒ박영선 전 의원 SNS 갈무리
ⓒ박영선 전 의원 SNS 갈무리

부산시장 선거는 제외하고 서울시장 선거결과만을 놓고 논하고자 한다.

이명박·박근혜정권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국민의식과 여론지형이 달라졌다.

그간 각종 선거와 여론조사를 보면 어림잡아 40:30:30라고 할 수 있다.

진보개혁을 지지하는 국민여론이 40%에 가깝고 국민의 힘 등 수구+보수세력을 지지하는 30% 수준이다. 그리고 나머지 그때 그때 이슈에 따라 개인적 판단으로 투표하는 국민, 즉 중도층이 30%라는 얘기다. 더 이상 기울어진 축구장이라고 볼 수 없다.

개표결과, 국민의 힘 오세훈 57.5%,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은 39%를 득표했다. 박영선의 득표율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은 위기감 때문에 대부분 투표에 참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궐선거 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8.2%,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이 5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1년 전인 지난해 4.15 총선은 30%의 중도성향 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쏠리면서 180석을 만들어 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중도 30% 중 어림잡아 29% 포인트 정도가 국민의 힘 오세훈에게 표를 던진 결과 57.5%를 득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LH사태, 억누르던 ‘욕망’이 ‘분노’로

ⓒ팩트TV 갈무리

LH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월까지는 박영선이 앞섰다. 3월초 터진 LH직원들의 투기가 변곡점이 됐다.

여기에 정부여당 인사들의 발언은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조응천의 ‘투기 소급 처벌은 위헌’이라는 발언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모르고 투자했다‘는 발언은 정점을 찍었다.

대한민국은 원래 ’투기공화국‘ 아닌가. 부유한 이들이나 재벌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것을 천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 대다수는 투기할 만한 여유가 없기에 ’욕망‘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LH사태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국민심리와 함께 촉발작용이 더해지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공무원 신분도 아닌 LH직원들의 투기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정권 때도 그렇게 해먹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 등으로 지쳐있는 국민들은 그간 억누르고 있던 ’불만과 욕망, 배아픔‘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로 표출시켰다.

하지만 LH사태가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만 돌리면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단선적인 분석이다.

■민심의 동향 읽지 못한 ’180석 여당‘

ⓒ팩트TV 갈무리
ⓒ팩트TV 갈무리

그 전부터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제도개혁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검찰과 언론개혁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 싶어했다. 일하는 국회법 등 정치개혁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180석을 만들어줘도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이를 입증해 준다.

지난 20대 국회는 여야 모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공수처 법만 보더라도 안건 통과를 위한 150석 이상을 만들려면 ’협치‘가 필요했다.

국민들은 20대 ’동물국회‘ 모습을 보며 지긋지긋한 정치를 봐 왔다.

그러기에 1년 전 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하게 했다. 협치보다는 국민만 보며 가라는 뜻이 아니였던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과정이 아닌 결과를 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했었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출범했는데도 협치라는 말이 여당인사들 입에서 오르내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협치‘를 내세우며 국민의 힘의 발목잡기 작전에 말려들었다.

공수처 출범과정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7월 출범했어야 할 공수처는 아직도 준비 중이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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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지화의 조국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국민들은 더욱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대여당을 만들어 주며 힘을 실어줘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례를 보자.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의원이 대표발의한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오고 수사와 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기소청 설치법안은 오간데 없이 사장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 운운했지만 가시적인 법안 손질은 무소식이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 국민 여론은 80% 이상이 지지했다. 그러나 말잔치만 무성하지 언론개혁을 위한 제도정비와 법안 손질 역시 오리무중이다.

가시적인 변화를 확인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겹치면서 더욱 짜증스러워졌다.

또 연초부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당정이 대립했다.

보편지급이니 선별지급이니 하다가 선별로 정리됐다. 국민들이 보기엔 정부여당으로부터 기만당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이런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 힘은 모든 사안을 ’정쟁화‘하며 국민들과 문재인정부를 분리하는데 주력했다.

한가지 사례를 들자.

대통령이 국회연설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청와대 경호원들이 총기를 휴대한 것도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청와대 경호원들은 총 대신 방망이 휴대하고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국회에 왔을까?

야당은 늘 그래왔던 전략대로 대중이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도록 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런 전략이 이번 선거를 통해 덕을 본 것이다.

■20대를 욕해서는 안돼는 이유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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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결과 20대 유권자 가운데 오세훈 지지표가 72.5%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철없는 20대가 우경화됐다고 비난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는 20대 세대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좁은 취업문, 군대 가산점 폐지, 노인중심의 각종 복지정책은 넘쳐나지만 20대 청년을 위한 정책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불투명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상상이상이다. 공정에 민감한 그들은 우리 사회를 향한 불만을 가슴에 안고 산다.

과연 20대가 일베의 영향으로 우경화됐을까?

지표를 보면 확인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이재명 17%, 윤석열 8%, 이낙연 6% 홍준표 8%, 안철수 6%, 오세훈 6% 순으로 나타난다.

촛불혁명 직후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서 20대 투표성향은 어떠했을까?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47.6%, 홍준표는 10%도 찍지 않았다. 안철수 17.9%, 유승민 13.2%, 심상정 12.7% 였다.

4년 전 문재인과 심상정에게 20대 중 60%가 표를 던졌다.

박근혜가 당선된 2012년 대선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자.

20대는 박근혜에게 33.7%, 문재인에게 65.8%가 표를 줬다.

20대에 향해 ’세상 물정 모르고 역사의식이 희박하기에 국민의 힘을 찍는다’고 비난한다면 겪어 볼 만큼 겪었고 알만큼 아는 60대 이상은 왜 국민의 힘을 더 많이 지지하는가.

■이명박 당선 2007대선과 판박이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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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LH사태와 부동산 투기 논란의 주인공들이 당선됐다며 부도덕한 저들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을 원망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주장이다.

국민들은 약점이 많은 후보가 선거에 당선되면 ‘그런 약점 때문에 오히려 국민을 위해 더 잘하려고 하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물론 유권자 전부는 아니지만, 선거과정에서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이 당선된 2007년 대선결과를 보자.

BBK 사건 등 전과 14범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이명박은 48.67%, 521만표차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26.15%)을 쉽게 따돌리고 당선됐을까.

왜 역대 대선 최대 표차로 당선됐을까? 기대했던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국민들은 표로 분출한 것이다.

또한 역으로 약점이 많기에 더 잘하려고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표를 던진 것이다.

선거는 선거공학이 통하지 않는다. 책상머리에서 계산기 두드리며 표계산하는 건 코메디다. 논리와 팩트도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쪽에서는 ‘NLL를 포기했다’는 마타도어로 문재인과 3% 격차로 승리했다.

선거는 열정과 감정이다. 지지하는 후보 당선을 위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간절한 유권자를 모으는 ‘지난한 작업’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천하를 차지하는 것이다’

■내년 대선 앞두고 ‘약 또는 독’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던 서울·부산 선거는 끝났다.

이번 선거의 참패에 대해 개인차원에서 결론 낸다면 ‘집권세력이 촛불민심을 쉽게 망각한 결과‘라고 정리하고 싶다. 그 책임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크다고 본다.

내년 5월 대선은 후보선출 일정 등을 감안하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어느쪽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제 각당은 확정될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국민의 힘쪽도 이번 선거 승리는 했지만 예년처럼 들뜬 분위기가 아니다.

선거 직후 어느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했다. 이는 국민들이 문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윤석열의 지지율은 빠졌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당지도부를 새로 구성한다. 새로운 지도부는 이번 선거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책무가 주어졌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코로나19 백신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적폐청산과 경제활성화를 포함한 공정의 의제 등 촛불민심을 어떤 식으로 실행할 지 국민들은 또다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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