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잊으리! 우리네 피로 쓴 역사를, 민주주의를 위한 항거 속에 쓰러진, 아~ 영웅들이여! 길 위에 흐른 피가 채 마르지 않았도다. 흔들리지 마라, 불의의 폭거에 의연히 저항하는 모든 미얀마 민중들아! 그대들은 혼자가 아니다.” 미얀마 민중투쟁의 현장에 울려 퍼지고 있는 민중가요의 일부분이다.

‘미얀마의 518광주학살’, 더 이상 무엇으로 설명하랴! 어린아이까지 학살하는 군부의 만행에 맞서 80년 5월광주가 그랬듯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미얀마 민중들의 무장투쟁 또한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내전을 기약하고 있다.

ⓒ광주인

군부가 권력을 찬탈하고 자국 민중을 향해 총격을 가한다는 것은 그들의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결코 용서받지 못할, 모든 인류가 공노할 만행일 뿐이다.

그러나 미얀마의 현 정국에 대해,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모 정당의 경우, 미얀마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그 흔한 논평이나 규탄 성명 한 줄 내지 않고 있다. “미얀마 민중 시위대의 배후에 미·영 제국주의가 있고 아웅산 수치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에 군부와 함께 했다. 군부는 미얀마의 사회주의 헌법을 수호하며 미국과 싸우고 있는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가 접하고 있는 다른 시각들이다.

왜! 그럴까? 지금부터 미얀마 사태에 대해 노동운동 즉 노동자의 눈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미얀마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외부로 알려진 자료들이 많지 않지만, 군부 쿠데타와 학살에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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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노총(CTUM)과 미얀마제조장인서비스노조연맹(MICS)등 노동자들도 군부쿠데타에 맞서 전국노사정포럼을 탈퇴하고 총파업을 벌여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노동자들 또한 군부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아 사망, 부상, 구속자가 속출하고 있고 특히 노동자들이 밀집해있는 공단지역의 경우, 군경의 가택수색이 확대 중이라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 민주노총도 지난 2월 26일, 서울 미얀마 무관부를 항의 방문하여 “미얀마 군부는 시민불복종 운동과 노동자 총파업에 대한 무력진압을 중단하라!”는 규탄 요구서를 전달했고 이에 발맞춰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도 터미널과 역전 광장 등에서 미얀마 민중에 대한 지지 시위 벌이고 있다.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저임금 탓에 많은 다국적기업들의 의류·섬유산업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한국 또한 적지 않은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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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집약적인 특성으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이 양곤 등 대도시 주변 산업지구에 대거 등장하게 되며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미얀마에서도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크고 작은 투쟁들이 진행되곤 했다.

여기에는 과거 버마공산당 시절 쌓아 올린 좌파적 전통도 한 몫을 하게 된다. 2011년 집권한 민족민주연맹의 아웅산 수치 정부하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었고 새로운 노동법 도입 및 합법적 총연맹 건설과 단체협상 허용 등, 몇 가지 유화 조치를 쟁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최저임금 위반, 친자본 정책, 경찰의 파업해산 등 노동 탄압이 지속되었다.

이런 와중에 군부 쿠데타가 벌어졌고 노동자들은 누구보다 먼저 군부쿠데타 불복종운동에 뛰어든다. 왜 일까? 미얀마 군부가 사회주의를 표방한다면, 노동 착취를 일삼는 사업주를 대대적으로 처벌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에 적극 나서는 것이 기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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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노동자 스스로가 대표단을 선출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주의는 군대의 것이 아닌, 노동자민중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얀마 군부는 어떠하고 있는가? 노동자 민중에 대한 무지비한 학살과 테러뿐이다. 노동자들은 군부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처지가 더 열악해지고 조직 활동 또한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 속에 아웅산 수치 정부의 복귀에 대한 요구가 있기는 하지만 반군부 정서는 노동자들을 시민불복종운동의 선두로 밀어 올리는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군부의 학살만행과 노동자들의 처지 하락을 막고자, 반군부독재 투쟁의 최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로힝야족 학살에 아웅산 수치 정부가 군부와 함께하거나 최소한 방관한 것임이 드러나 국제 양심 세력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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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를 제압할 힘이 부족해 군부와의 연정을 택할 수 밖에 없었겠다고 하더라도, 소수 민족 학살은 응당한 댓가를 치러야 함이 마땅하다. 오늘날 민족, 인종, 종교문제는 전 세계 곳곳의 지뢰밭이고 화약고다.

여기저기 내전 중인 나라들도 적지 않다. 노동운동역사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는 노동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과제다.

특히 민족문제의 경우, 제국주의나 힘 있는 강대국 그리고 다수 민족의 지배와 착취에 맞서 민족자본가진영과 손을 잡는 ‘민족전선’ 구성문제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뛰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운동 입장에서 이 문제는 명약관화하다.

자본의 착취는 민족과 국경을 뛰어넘은 지 오래이며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직접 식민지 통치든, 아니면 경제적 종속에 의한 착취든, 이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노동자(농업국가의 경우 농민포함)들이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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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국주의 강대국 간의 시장 쟁탈전은 자국의 노동자라고 해서 결코 가만 놔두지 않고 있다.

최근 펜데믹 상황까지 겹쳐 대량해고와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제국주의 국가 내에서든, 소수 민족을 향하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노동운동은 한 나라의 국경이나 민족 내에 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는 것이며 민족주의로는 결코 노동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된다.

미얀마의 소수 민족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얀마 국민의 70%가 버마족이고 이외에 130여개의 소수민족이 있다고 한다. 권력과 자본 그리고 군부의 지배기반은 버마족인 셈이다.

그러나 버마족이든 소수민족이든 모든 노동자게 가해지는 억압과 착취는 별반 차이가 없으며 이로인해 미얀마 노동계급의 임무 또한 각 민족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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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미얀마이 모든 민족의 노동자 민중들이 참여한 연합권력을 수립했을 때야만이 비로소 미래는 열리게 되며 그에 따라 각 민족들의 진정한 지치권도 보장될 뿐이다.

아웅산 수치 정부에서도 소수민족의 반군이 존재했던 것과 로힝야족 학살이 자행된 점은 이 정부가 결코 미얀마 모든 민족을 포괄한 노동자민중의 연합권력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뿐이다.

미얀마 민중투쟁에 미·영제국주의가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있다. 아웅산 수치의 남편이 영국인이라는 이유까지 더해진다.

무슨 기준으로 배후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영국은 미얀마 식민통치의 유산을, 미국은 자국의 초국적 기업들의 이윤착취를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제국주의 국가들과 자유주의 아웅산 수치 정부는 미얀마 자본주의에 이해를 함께한다. 허나 그로 인해, 학살에 맞선 민중 투쟁의 배후로까지 연결 시키고, 군부의 만행을 제국주의에 맞서 자주권을 수호하려는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래야 할 수 없는 아전인수식 억측일 뿐이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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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만 군부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지난 3월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에 민중들은 ‘전국 저항의 날’로 선포하고 투쟁을 벌였으며 100명 이상이 학살당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보란듯이 이날 군부 퍼레이드에 사절단을 파견하여 유대감을 과시했고 UN안보리의 구데타 반대 결의안을 저지시키고 국제지원을 차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들이 한때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실험했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국주의 강대국 중, 하나일 뿐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기초는 국제 노동계급의 연대와 공동체사회 구현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에 사회주의 혁명전통은 사라진 지 오래며 국가독점 제국주의 체제로 넘어간지 오래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이름만 공산당일 뿐, 소수 공산당원들과 관료들이 자본가 위치에 올라, 대다수 노동자 민중을 수탈해오고 있다.

정희승 작가. ⓒ광주민미협 제공
정희승 작가. ⓒ광주민미협 제공

그래서 이들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자국의 자본시장 확대를 위해 학살 군부와 손잡는 일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이며 이들의 미국과 영국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이들에게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산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미얀마 민중투쟁은 모든 제국주의의 지배를 반대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며 세계 노동자 민중운동진영 역시, 제국주의 세력들이 미얀마 군부지원은 물론, 민중 수탈을 못 하도록 연대해야만 한다.

미얀마 노동운동과 시민저항운동은 제국주의 지원을 받는 50만 정규군에 맞서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임이 분명하다. 허나 전국적인 규모의 저항투쟁, SNS로 전세계 민중들에게 시시각각 전해지는 학살 만행들... 분명 1980년 고립의 518광주와는 확연히 다르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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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얀마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들은 지금까지의 쓰러져간 영웅들보다 수 십배 아니, 그 이상 훨씬 더 많은 영웅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518광주가 승리자로 기록되기 까지의 시간보다 더욱 더 긴 세월을 경과해야 할지도 모른다.

군부의 민중학살에 어설픈 민족적 시각이나 반미지상주의는 결토 해결 대안이 될 수 없을뿐더러 학살 공범이라고 본다.

오로지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볼 때야 만이 미얀마 투쟁을 올바로 볼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국제연대라도 행동강령 또한 명백해질 것이다. 반군부독재, 미얀마 노동자민중투쟁의 승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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