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의 흐름을 현대미술 쪽으로 가장 강력하게 바꾸어 낸 이들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이다. 그리고 그 화가들 중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고흐(Vincent van Gogh)가 있다.

누구나 손쉽게 그의 그림과 삶에 대해 접할 수 있기에 그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각색해내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색다르게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영화 ‘러빙빈센트’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의 화풍을 화면에 고스란히 녹여낸 영상과 함께, 물론 픽션이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고흐가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를 마치 탐정이 증거를 하나씩 발견해 내듯 구성해낸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도 꽤 볼만하다.

불꽃 같았던 고흐의 일생

사실 고흐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는 미술사에 있어 그리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단지 그가 권총 자살을 했다는 정보만 있을 뿐 실제로 타살을 당했다거나 하는 내용은 그가 창조해 낸 엄청난 업적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미세한 틈 사이로 그의 삶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담백하고 간결한 설명과 진행방식 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그의 삶에 대해 몰입해 볼 수가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려고 했던 꿈도, 사랑했던 여인과의 연애도 그리고 고갱을 비롯해 몇 안되는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다.

그러나 그는 특출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있었으며, 불처럼 열정적이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강렬했던 시기는 아마도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하기 전 7년 동안이지 않았나 싶다.

영화 또한 전체적인 그의 삶을 훑어내고는 있지만, 짧지만 강렬했던 그 기간 동안 예술가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이 얼마나 위대한 명작들을 탄생시켰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고통의 크기는 어마어마했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광기마저 아른거리는 그의 눈을 빌어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백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찬란한 그의 밤에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1889.

그의 유명한 작품에는 <해바라기>, <고흐의 방>, <카페테라스의 풍경> 등 많은 작품이 있지만, 영화를 빌어 그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그림을 꼽자면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 수 있다.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의 특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구불구불하고 거친 붓질과 답답하던 그의 인생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온통 검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다.

특히나 이 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죽음’이다. 각별했던 친구 고갱과 말싸움 끝에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고 정신병원에 있을 때 그린 이 작품은, 무엇하나 쉽게 이루어지지 않던 삶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속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해,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라며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담긴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고흐에게 죽음은 절망이라기보다는 ‘그저 삶의 끝이 향하고 있는 정착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기에 그림 속 까만 나무와 대조적인 그의 달과 별들이 저리도 찬란하게 빛나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일 테니 말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6호(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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