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해요

전쟁이란 이름을 붙혔으니 대단한 싸움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해 말라. 부부끼리 흔히 하는 말다툼을 과장한 것이다. 다만 싸움의 성격이 남들과 좀 다르다.

오랜 세월을 그 문제로 다투었기에 전쟁이란 이름을 붙친 것이다.

부잣집 4남1녀 외동딸. 20대 초반에 사기꾼(아내가 나한테 하는 말)한테 걸려 시집을 왔다. 그로부터 60년, 전공하던 성악도 중단하고 애들만 길렀다. 그냥 그렇게 살았으면 남과 같은 평범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정치지망도 아닌 방송작가가 노무현이란 정치인과 인연을 맺고 그로부터 나와 아내의 인생이 달라졌다. 나의 인생은 노무현의 인생이었고 아내의 인생은 나와의 전쟁이었다.

지난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맨날 낙선하는 정치인 노무현과 함께하는 나의 인생은 아내의 인생도 낙제인생으로 만들었다.

아내는 평범한 보통의 여성이었다. 아내의 소망은 2남1녀 잘 기르고 물려받은 조상 재산과 방송작가 아내로 고생 안하고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망은 사라졌다. 낙선 특허 노무현. 그와 함께하는 남편의 삶으로 평범한 여성의 생활도 사라졌다. 아내가 가택수색을 꿈이나 꿨겠는가. 맨날 언론에 오르내리는 남편.

“용인 법화산 위에 언론사 헬기가 매일 뜬데요. 이기명 회장 산이라고 찍는데요.”

아내가 당한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국회청문회에서 마산 합포 출신 한국당 의원은 나한테 땅 판 돈 100억은 어디다 썼느냐고 추궁했다. 입을 찢어놓고 싶었다.

내가 정치할 사람이냐.

‘나 집 나갈게요.’

그러나 아내가 아니라 나가는 사람은 나였다. 선거 때만 되면 난 가출이다. 부산 가서 살았다. 아내가 갑자기 부산에 내려와 내가 지내는 꼴을 보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울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자 남들은 내가 벼슬이라도 할 줄 알았다. 이런저런 제안도 왔지만 한마디로 사양했다. 대통령도 하고 싶은 거 없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웃으며 거절했다. 나는 능력이 없다.

아내는 좋아했다. 이제 청문회도 끝나고 식구끼리 잘 살 수 있겠지. 그러나 비명에 노무현은 떠나고 난 고아가 됐다. 이런 빌어먹을 세상이 있단 말인가.

사람은 물론 하늘도 원망했다. 이를 갈았다. 천신만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 아내는 이제 조용하게 살 줄 알았다

“여보. 옛날 노대통령이 당신한테 하고 싶은거 말 하라고 해도 다 싫다고 했잖아요. 언론사 노조에서 사장하라고 해도 거절했잖아요. 당신은 벼슬 바라는 사람 아니잖아요. 집에서 조용히 삽시다. 난 정치라면 지긋지긋 해요”

백 번 옳은 말이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대통령이 하고 싶은거 말 하라고 해도 다 싫다고 했다. 헌데 지금 하는 짓은 뭔가. 밤새 글을 쓰고 녹초가 되는 것은 뭔가.

아내가 무슨 소릴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이대로 가는 건 내가 견디지 못한다. 난 해야 한다. 나쁜 놈들과 싸워야 한다. 그게 노무현 정신이다.

■ 왜 이낙연인가.

ⓒ광주인
ⓒ광주인

이낙연의원을 돕는 것은 과일 가게에서 가장 좋은 과일을 고르는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의무다. 누가 나에게 강요했나. 아니다. 내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나의 생리적 수명도 한계다. 편하게 살자는 아내 말을 듣는 것은 옳다. 그러나 안되는 걸 어쩌랴. 나 자신도 밉지만 도리가 없다.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아내여. 미안하다.

아내도 내가 포기 안 할 것을 안다. 내가 가출을 해서 집을 돌보지 않을 때 아내는 자살까지도 생각을 했다. 과연 나의 애국심은 가정보다 우월한가. 내가 발버둥 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이낙연의 신뢰. 성실. 정직. 추진력을 믿는다. 사람들은 내가 벼슬 안 한 것을 신뢰의 근거로 말한다.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난 정치할 능력이 없다고 자평한다. 노 대통령도 말했다. ‘선생님은 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80이 넘은 아내의 건강. 86의 내 건강.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죽을 때 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내와의 전쟁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2017년 제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 김소형(37)씨를 포옹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소형 씨가 기념식에서 1980년 5월 18일 자신이 태어난 날 계엄군 총탄에 스러진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자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지난 2017년 제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 김소형(37)씨를 포옹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소형 씨가 기념식에서 1980년 5월 18일 자신이 태어난 날 계엄군 총탄에 스러진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자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사람마다 기호는 다르다. 이낙연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도리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히 하자. 이건 사람의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지금 잘못 선택한 불행한 두 사람의 대통령을 보고 있다. 그들의 불행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잘못되고 국민이 불행해 지는 것이다.

냉정해야 한다.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되느냐. 바로 나라의 운명, 우리 모두의 운명이 걸려 있다. 아내에게 할 말은 한 마디. “여보 팔자인걸 어쩌겠소. 여보. 미안해요."

/이 기 명(고 노무현대통령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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